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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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이 올해 벌써 12회 째를 맞았습니다. 몇년 전부터 선정작 들을 읽어 보고 있는데 일단 재미면에선 흠잡을 데가 없는 작품 들이 선정된다는 것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더군요. 그만큼 다양한 장르 문학이 이 상을 통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5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 수상집입니다. 호러, 미스터리, SF, 그리고 일반 소설까지 정말 다양하게 모아 놓은 책입니다. 재미 없는 단편은 몇 배 분량의 장편보다 오히려 읽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 제 지론이기도 한데 다행히도 여기에 해당되는 작품은 전혀 없었습니다.

선정된 5명의 작가의 프로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모두 처음 접하는 작가들이지만 작품의 퀄리티만큼은 은근 인정할 수 밖에 없더군요..

재개발 대상 아파트를 둘러싼 동충하초, 초고령 사회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좀비화 프로젝트, 자본과 노동의 미묘한 갈등, 해저 심해에 감춰진 비밀, 수중류하는 괴생물로 변화한 미래 인간들 등 생각치도 못했던 소재 들이 책의 내용을 빼꼼하게 채워 갑니다. 모두 결말이 한없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기에 빠르게 페이지 턴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감탄하며 읽었던 일본 SF 장르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느낌입니다.


하긴 애초부터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를 듬뿍 갖고 접하게 된 소설 들입니다. 그 기대에 걸맞는 작품들인지를 그저 확인만 하면서 읽었던 독서 체험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품별로 다양한 소재를 갖추었기에 읽는 입장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소재 자체에 매몰되는 작품 들도 아니더군요.. 작가만의 뚜렷한 주제 의식 역시 확실히 느껴지는 작품 들이었습니다. 얼마간 책꽂이에 두겠지만 분명 다시 꺼내 읽을 책입니다.

내년에도 시상대에 오르게 될 작품 들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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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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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작년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소설 작가입니다. 시나 에세이도 있지만 소설가로 명성을 날린 인물이죠. 신탁의 밤 등 두어권 정도를 접해 본 듯 합니다. 읽을 때마다 철학적이면서도 현학적이고, 진지하면서도 윗트 넘치는 그의 문장에 늘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움가트너'는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 즉 유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 이민자 출신 유대인인 바움가트너의 70세 이후 약 2년 간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작가인 오스터 역시 같은 혈통적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 볼 수 있기에 어찌 보면 그의 자전적 삶을 반영한 소설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지 10년, 이제 노년에 접어들고 프린스턴 대학에서의 은퇴를 눈앞에 둔 바움가트너는 어느날 달궈진 남비를 들다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죽은 아내와의 추억이 소환됩니다. 그 계기는 어느 정도 판타지스러움을 동반하지만 실제 진행되는 내용은 그와 죽은 아내 애나의 과거, 그리고 그들의 부모, 조부모의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들이 겪어 왔던 현실 그 자체를 그립니다.

소설 분량이 많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참으로 장대하게 느껴집니다. 폴란드계 유대인들은 나찌 치하에서 가장 혹독하게 죽임을 당한 민족이었죠.. 이에 대한 내용도 간단하지만 인상적으로 나옵니다.

읽는 내내 저 자신의 살아왔던 기억을 되새김하는 계기 또한 되었습니다. 띄엄띄엄하면서도 그의 70 평생 기억과 삶이 소설 안에서 고스란히 펼쳐지기에 저 역시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 되더군요. 소설 문단처럼 우연한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가 하면 때론 정말 중요했던 기억들, 예를 들어 대학 입학식이나 결혼식 전날 등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기억 자체가 소멸된 느낌입니다.

그만큼 작가는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점을 정확히 지적합니다. 그러하기에 그의 소설이 강한 생명력을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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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텔라 - Tarantella
고동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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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월25일 성균관대 불문과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 김귀정이 소위 '백골단'의 발에 밟혀 목숨을 잃습니다. 불과 스물네살의 나이였습니다. 그 이전 명지대생 강경대 군이 역시나 백골단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을 거뒀죠.. 이를 규탄하러 나갔던 시위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김귀정은 사망했고 경찰은 병원에 안치된 시신을 탈취하고자 하는 시도까지 자행했습니다.

이후 시인 김지하가 저주의 굿판이라 비하했던 학생 들의 연이은 항의 분신이 이어졌습니다..

소설 타란텔라... 바로 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소설입니다. 김귀정과 같은 학번으로 동 대학에 입학했던 고동현 작가의 작품이죠..

타란텔라는 독거미 타란툴라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한 피아노 춤곡의 이름입니다. 이 거미에 물리면 독을 빼내기 위해 격렬한 춤을 춰야 했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여기에 맞춘 음악이죠.

어느 날 유진이 연주하던 타란텔라에 깊은 인상을 받은 선아는 유진이 다니는 교회를 찾게 됩니다. 둘 사이엔 불꽃이 튀지만 운명은 이들의 사랑이 순조롭게 이어지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어질 듯 말 듯 계속 엇갈리는 그들.. 결국 그들을 가로 막은 것은 선아의 뜻밖의 죽음이었습니다.

작가는 전작인 '검은 바다'에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이야기 했다면 이번 소설에선 과거를 이야기 합니다. 그렇지만 과거 이야기나 러브 스토리에 국한되지 않고 22년 간의 코마 상태 등 SF적인 요소까지 소설 속에 녹여 넣습니다.

역시나 평범한 결말로 끝나는 소설이 아닙니다. 독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솔직히 말해선 조금은 뜬금 없는 결말을 내오는 것이 고동현 작가의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도 한편으론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결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쭉 이어졌던 서사 전체로 볼 때 이질감까지 느껴지진 않았으니까요.. 오랜만에 저 자신도 거쳐 왔던 과거를 돌아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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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 랩 -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지식 연구소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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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인 조니 톰슨은 철학자입니다. 옥스퍼드 학생들에게 12년 간 철학을 가르쳤죠. 그랬던 그가 정말 다양한 분야를 다룬 책 '인텔리전스 랩'을 펴냈습니다. 철학이 아니라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의학, 사회, 정치, 기술, 문화, 종교로 카테고리를 나누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분야가 집대성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굉장히 잘 읽힙니다. 소위 문돌이 출신 작가임에도 이과 분야를 알기 쉽게 잘 정리해 놓은데다가 윗트를 곁들인 깔끔한 문장까지 덧붙여지니 읽는 재미까지 느껴지는 책이죠..


각 단원마다 10~15개의 소재가 소개되는데 모두 2페이지로 짧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개된 이론의 기원부터 발전,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지라 읽는 순간 상식이 착착 쌓이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단지 상식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개념 들이 소개됩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적 가치 뿐 아니라 그간 특정 종교의 세계관에 갇혀 있던 인식의 틀을 대전환시키는 계기였습니다.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고, 지구 나이가 겨우 6천년이라 주장하던 그 종교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죠.. 과거엔 전혀 이유를 알 수 없었던 현상 들의 원인이 이제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천년 후의 미래를 우리는 알 수 없겠지만 천년 전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를 우리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이를 집대성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솔직히 책에 나온 내용 중 대부분은 우리가 이미 익히 접했던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상당히 얕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죠...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제가 지녔던 잡상식이 어느 정도 심화되어 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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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레이첼 웰스 지음, 장현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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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돌봐주던 반려인 마가릿을 노환으로 잃게 된 반려묘 알피.... 자신을 동물보호소로 보내고자 하는 유족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작가인 레이첼 웰스는 애묘인입니다. 20대 때부터 아이가 생긴 현재까지도 그녀 곁에는 고양이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소설 또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소설입니다. 애묘인 뿐 아니라 최소한 동물을 싫어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한껏 미소를 지으며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이죠...


몇개월 간 길냥이 신세가 되어 개고생, 아니 고양이고생을 하던 알피는 런던 외곽 마을의 네 곳의 가정을 찾게 됩니다. 모두가 알피를 자신의 냥이인양 대하게 되는 가정 들이죠.. 알피의 느닷 없는 가정 침입(?)을 모두가 따뜻하게 받아들여 줍니다. 어느덧 알피는 그들 생활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죠..

그러나 4개의 가정 모두 문제를 가진 곳입니다. 사랑에 실패한 독신 여성, 좋은 직장을 잃은 독신 남성, 아이를 낳고 오히려 걱정이 가득해진 가정, 폴란드에서 이주해 와서 향수병에 빠진 가정 등 소위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알피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아니 알피가 그들을 선택했죠...

고양이 특유의 직감력과 친화력을 발휘해 알피는 이들 가정을 조금씩, 그리고 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갑니다...


고양이가 의인화되어 고양이의 시선으로 쓰여진 소설입니다. 아낌 없는 위로와 보살핌을 받게 된 알피이지만 실상 인간 들에게 위안을 주는 주체는 바로 고양이 알피입니다. 알피를 통해 그들은 각자가 가졌던 마음의 상처와 문제점을 어느덧 극복하고 서로를 더욱 아껴주는 가족들로 재탄생하게 되죠..

사실 심각한 내용을 담거나 극적 반전, 미스터리가 존재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참으로 편안하게 읽혔던 책입니다. 책 속에서 알피가 주는 위안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이래서 많은 이들이 자발적 '집사'를 자처하게 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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