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세계사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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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잘난척 하기 위한 것이 책을 읽는 주목적은 아니지만 가끔은 잘난척 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맞기도 합니다. 책 제목부터 도발적이고 의미 심장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악인의 세계사'.... 현실은 비극이었겠지만 역사가 되면 흥미가 된다는 악인 들과 주로 종교, 극우 단체 들의 잔혹한 짓거리와 최후를 상세히 알 수 있어서 좋은 인문학 서적이었습니다.


대략 목차만 보더라도 나쁜 넘(?)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책에도 일부 언급되지만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평소엔 모범적인 가장, 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잘못된 제도나 종교, 정치에 휩싸였을 때 너무나 평범하게도 앞장서 악을 실천한다는 이론이죠.. 나찌즘 부역자들이 그랬고, 교회의 허락을 받은 노예상인들이나 극우 단체인 KKK단 들이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자행한 짓은 절대적, 상대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분명히 인류 역사에 남는 악한 일 들입니다..

한때는 멀쩡하게 행동했기에 각 국의 지도자 위치에까지 올랐던 이들이 흑화되는 과정이나 잘못된 정치, 종교적 신념에 물들어 자신과 다른 인종이나 종교, 성별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악인들의 모습을 바라 보면 묘하게도 현재의 우리 사회와도 오버랩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정적에 대한 탄압, 성적 지향성이 다른 이들에 대한 혐오 표출, 묻지마 살인 등등... 어느 사이에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이곳에도 악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분명 어느 한쪽에선 칭찬도 받고 모범적인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겠지만 그들이 다름을 인식하는 방법은 혐오와 차별일 뿐입니다.

악의 평범성은 역사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반복되는 것일까요..

현재를 단순히 선악의 차원으로만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때론 국익이나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악'이 구현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증오에 의한 노골적 살인이나 폭력행위, 타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분명히 인정할 수 있는 악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나부터가 그런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의외로 악은 '평범한' 곳에서부터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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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홍선기 지음 / 모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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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작가의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는 현 세대의 인스턴트식 러브를 그려낸 장편 소설입니다. 근래 유행하는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 갈등, 이별을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한국 작가의 소설임에도 배경이나 주인공은 일본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작품이죠..

작가는 사업가를 겸하고 있는데 뉴욕 타임 스퀘어 광고판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광고를 게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내용은 소설 속에서도 나름 의미를 갖고 등장하게 됩니다.


케이시는 20대 나이에 재산 1조원을 갖게 된 성공한 벤처 사업가입니다. 그러나 어려서 함께 입양되었던 여동생을 사고 내지는 자살로 잃은 과거가 있기에 늘 가슴 속에 공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후배이자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가즈키는 평범한 유학생 출신의 회계사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반듯한 인물이죠..

이들은 데이팅앱을 통해 각자의 연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소모성, 일회성 만남만을 거듭하게 되고 점점 마음이 피폐해지는 케이시와 달리 가즈키는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됩니다. 물론 가즈키의 연인 또한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성이기도 합니다.

재력과 키크고 잘생긴 용모 등 모든 것을 가진 케이시이고 주변엔 능력 있는 미녀들로 넘치지만 좀체 자신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해줄 여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가즈키는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하츠네를 만나 이별의 위기를 극복하고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연인 들에게 버림 받고 스스로 죽음을 결심하게 되는 케이시.. 뜻밖에도 그를 구하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정형화된 틀과 결론을 지향하며 나아가는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삶이 오히려 불행할 수도 있고, 평범한 삶이 더욱 가치 있을 경우가 우리네 인생사엔 그야말로 부지기수입니다..

누구나 뛰어난 용모와 거대한 부를 꿈꾸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실제 이를 이뤄낸 그들의 삶은 범인 들의 시각에선 너무나 행복하고 멋져 보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의 삶은 행복하기만 할까요? 한계효용의 법칙은 경제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역시나 작용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의 삶에 더욱 깊이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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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가 아닙니까? - 성x인종x계급의 미국사
벨 훅스 지음, 노지양 옮김, 김보명 해제 / 동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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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공포는 태어나 보니 흑인이었고 그것도 흑인 여자였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노예제 때부터 이어져온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성 차별에까지 흑인 여성 들은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참혹한 상황이었을 것이라 짐작은 했었지만 이 책을 보니 분노를 넘어 슬픔까지 느껴지더군요..

1952년 생 작가인 벨훅스는 여전히 아파르트헤이트가 진행 중이던 미국 켄터키주 흑인 분리 구역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입니다. 20세기 중후반을 살아갔음에도 그녀 역시 인종, 여성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노예제는 흑인이 인간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교묘하게 성경의 구절을 들어 흑인이 열등함을 내세웠던 백인 지배자들.. 나중엔 오히려 백인 여성보다 참정권을 먼저 획득했던 것이 흑인 남성 들입니다. 이러할진데 흑인 여성 들의 지위는 가장 밑바닥 계급에 다름 아니었죠.. 백인들뿐 아니라 같은 인종인 흑인 남성 들로부터도 차별 당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노예 해방이 된 이후 흑인 여성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는 가모장적이라든지 성적으로 헤푼 인종이라는 오명이었습니다. 이 같은 이미지 형성에는 같은 편이었어야 할 백인 여성 들과 흑인 남성들까지 합세했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입니다. 결국 사회 가장 아래 위치에 놓여져 온갖 차별과 욕받이가 되어야 할 대상이 바로 흑인 여성 들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입니다.

흑인 여성들이 여성 인권을 주장할 때 많은 이들은 의아해 합니다. 그들을 덧씌우고 있는 인종 차별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흑인 여성이 당당히 내뱉을 수 있는 말이 바로 '난 여자가 아닙니까?'라는 문구 되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자유와 인권을 대표하는 나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는게 있듯 여전히 미국 내에서도 차별과 혐오를 당연시 하고 이의 지속화를 꾀하는 종교나 세력 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밑바닥에 놓인 '흑인 여성'의 자각과 투쟁은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그들이 자유로와질 때 진정 만인이 자유로울 수 있는 법이니까요...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 또한 상당히 많은 좋은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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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 : 야 1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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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필 김용 선생 이후 가장 뛰어난 무협 작가로 칭해지는 묘니의 대하 장편 소설 장야... 일단 1,2권만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읽고 나서 이후편이 아직 정발되지 않았음에 순간 좌절했고, 그럼에도 읽는 동안 굉장한 즐거움이 있었기에 조금은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녕결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궁금해졌고, 묘니란 작가에 대해서도 흥미가 가더군요..


리얼리즘을 중시하는 중국 현대 문학계에서 이런 기묘하고도 황당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랐고 재미와 인기가 있으면 역시나 이런 장벽은 아무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서사는 전형적인 무협물의 클리세를 따라 갑니다. 어려서 모함을 당해 부모를 포함 가문의 모든 이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나름의 무예 기재는 있지만 선천적으로 수행을 할 수 없는 몸인지라 고수의 반열에 다다를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주인공입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기연을 얻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고 그간 다짐해온 부모님의 복수의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주인공 녕결과 시녀 상상의 좌충우돌, 티티타카 등이 굉장히 위트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묘사되었고 어느새 주인공의 살인까지도 연신 응원하게 됩니다. 이런 것이 무협물이 가진 고유의 재미라고 할 수도 있겠죠.. 결국 누군가가 죽어나가야 하는 과정을 보면서 독자들은 쾌감과 공감을 함께 느끼는 것이니까요..

사실 내용이 황당할수록,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 많이 죽어갈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것이 무협 소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막나가서도 곤란한게 잘 짜여진 서사와 주인공의 성장 등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무협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소설 장야는 이런 장점을 두루 갖춘 책이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내용도 알차고, 주인공의 성장기를 보는 맛도 분명히 갖춘 작품이니까요.. 더군다나 영상화까지 되어 넷플 등에 공개 되고 있습니다.. 당연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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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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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그려진 삽화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재호 작가의 SF 소설 껍데기는 그야말로 껍데기 자체가 주인공(?) 격인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양계 자체가 거대한 껍데기라고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인위적인 힘으로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껍데기라면 과연 인간은 수없이 많은 돈을 써가며 우주 여행을 시도할 엄두를 낼 수 있을까요?

아직 태양계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인간들이기에 작가가 세운 가정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도 어렵습니다. 보이저2호가 이미 태양계 밖을 벗어나 지금도 이동하지 않고 있느냐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작가의 전제대로 어떤 껍데기에 부딪혀 묻혀진 상태라면 어쩌겠냐는 질문 역시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역시 대학에서 응용 생물학을 전공했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 수현 박사 역시 우주 생물학을 전공한 인물로 나옵니다. 젊었을 때 우주 레이싱 선수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공을 바꾼 케이스죠.. 그녀가 제안해 태양계 끝에 새롭게 인간의 거주지를 만들고자 거대한 우주선이 지구에서 출발합니다. 어느새 목적지가 거의 다다른 우주선은 거대한 소행성을 만나 불시착하게 됩니다. 그녀가 아이때부터 돌보던 침팬지 필립이 어느 순간 변하게 되고 여기서 부터 SF는 호러 소설로 변모하게 됩니다..



더 외곽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 들을 설득해보기도 하지만 먹히지 않자 학살을 자행하는 침팬지 필립, 아니 필립이었던 그 무엇....

어디선가 익숙한 듯한 소재와 서사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필력이 후반부로 갈 수록 더욱 강한 긴장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되는 수현 박사의 마지막 시도도 꽤나 좋았구요.. SF, 호러, 액션 등 상당히 많은 쟝르가 함께 한 소설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상당히 재밌는 SF 장르 소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이재호 작가 같은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만큼 독자 들의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기에 작가들 역시 더욱 긴장해야 하겠죠.. 글치만 이 정도 수준의 소설만 완성시켜 준다면 한국의 SF 소설 매니아 들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다음 소설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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