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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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케이도 준의 미스터리 장편 소설 '하야부사 소방단'... 700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두터운 책입니다. 처음 받았을 땐 이 걸 언제 다 읽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읽기를 끝낸 책입니다. 그만큼 집중할 수 있었고 한마디로 굉장히 재미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 내에서도 추리 소설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슬럼프에 빠진 젊은 작가 미마 다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 마을을 찾게 되고 마을 풍광에 반한 나머지 여기에 정착하고자 합니다. 마을에 보다 더 녹아들기 위해 지역 자치로 운영되는 소방대에도 가입하고, 맘에 드는 이성도 만나나 싶었는데 마을을 휩쓰는 연쇄 방화에 맞닥뜨리게 되죠. 처음엔 단순한 화재 정도로 여겼지만 살인 사건도 접하게 되면서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배후에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르비스 테라에 기사단이란 이름을 가진 사이비 종교 단체가 등장하고 이와 연계된 다양한 이들이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과연 다로는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론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조용한 전원 농촌 마을에 정착하기 시작한 주인공의 고군분투도 눈에 띕니다. 일본 시골 마을에서의 삶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왠지모를 동경과 감탄도 하게 되죠. 이런 한적한 곳을 배경으로 미스터리 장르 소설을 탄생시킨 작가의 역량에도 역시 감탄하게 됩니다.

전반부 다소 느슨하던 서사는 후반부로 접어 들면서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몰아칩니다. 전반부에 왜 이리 작가가 이다지도 많은 떡밥(?)을 풀어 놓았는지도 딱딱 이해가 되구요..

한마디로 재미난 소설의 전형이었습니다. 또한 일본 추리 소설의 나름의 위용을 보여준 작품이었구요.. 참고로 이미 일본에선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나왔다고 합니다. 저도 구해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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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경제학 - 음식 속에 숨은 경제 이야기
시모카와 사토루 지음, 박찬 옮김 / 처음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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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이기도 하거니와 생존을 위한 필수 행위이기도 합니다.

또한 세계화가 거의 완성된 현 상황에서 '먹는 것'은 단지 인간 개개인의 행위일 뿐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행태를 이루는 단위가 되었습니다.

경제학 박사인 시모카와 사토루 교수에 의해 집필된 '먹는 경제학'는 우리의 식사 한끼한끼가 어떻게 경제학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이죠. 경제 관련 서적치고는 정말 쉽게 술술 읽힙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보는 수준이란 건 아니고 풍부한 사례와 익히 알려진 경제 이론을 대입하기에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일관된 흐름을 보자면 미국 등 선진국 국민을 위한 쇠고기를 위해 수많은 개발도상국과 환경 자체가 희생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많이 강조됩니다. 재벌이라고 하루 열끼를 먹는 것도 아니고 빈국의 국민이라고 하루 한끼만 먹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먹거리엔 분명 국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소 한마리에 들어가는 사료의 양은 빈곤국 국민 수십 명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이며 소 한마리가 생산하는 오염 물질은 차량 수십대가 끼치는 영향에 필적합니다. 미국인의 40%가 칼로리 과잉섭취에 따른 비만에 시달리는데 빈국에선 여전히 굶어 죽어가는 이들이 상당하죠..

미국이 주도한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이 대두 수입 국가를 브라질로 돌리게 됨으로써 아마존 열대우림이 매년 큰 폭으로 파괴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세계의 악당인건 분명하지만 이 또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식량을 둘러싼 분배 경제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기 때문이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오히려 농축산물의 최대 수출국이며, 개도국이 오히려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미국 등은 거의 100% 식량 자급화를 이룬 상태이며 잉여 농산물을 상당 부분 개도국, 빈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비싸지 않은 가격에.....


한국에서 농업은 현재 어떤 취급을 받고 있을까요?

주요 선진국이 식량 무기화를 대비하고 자국 농업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국면에서 우리는 정치권이 앞장서 농업 보조금이나 추곡 수매를 줄이는 등 스스로 식량 산업을 위축 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답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최소한의 감은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정치적 행위, 투표 역시 그래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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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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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 전쟁 하권에서는 본격적인 양규와 김숙흥의 활약이 그려지고 개성을 떠나야 했던 현종의 눈물 겨운 몽진이 묘사됩니다. 3차에 걸친 여요 전쟁 중 요 성종이 직접 친정에 나섰던 유일한 전쟁이기도 하거니와 거란이 가장 많은 병력을 동원했던 시기였기에 머릿수가 곧 전력이었던 냉병기 시대 전력의 격차는 너무나 뚜렷했습니다.

상권에서 이미 죽음을 맞은 강조의 방심과 뻘짓에 의해 주력군이 궤멸된 상황 역시 무시할 수는 없었죠..


상권에서 조원, 강민첨 등이 중심이 된 서경 수성전이 중심이 되었는데 서경이 지켜진 관계로 거란의 종세 공말점이 거의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개경이 무너질 판국에 고려 조정은 심각하게 항복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항복을 강하게 반대하고 몽진을 권유한 신하가 바로 강감찬입니다. 그가 역사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드러내는 시기이죠.. 물론 강장군이 역사적 영웅으로 떠오르는 시기는 3차 전쟁 때입니다.

현종은 나주까지 피신하며 거란의 추적을 피합니다. 여전히 지방 호족의 권세가 강했던 고려 초기였기에 현종의 피난길은 환대보다는 고초의 연속이었죠. 노골적인 지방 세력 들의 배척 및 냉대가 이어지는데 이 때의 경험은 현종이 이후 중앙집권제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양규나 김숙흥의 활약은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거의 이순신 장군 급으로 묘사됩니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전투에 임했던 이순신 장군과 달리 그들은 불과 수백, 수천의 결사대만을 이끌고 거란의 배후를 집요하게 요격하고 거의 승리로 이끕니다. 거란이 서둘러 2차 전쟁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양규 등의 배후 공격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보급선이 끊기고 전선이 길게 늘어지는 상황이 지속되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양규의 항전이 위대했던 것은 수없이 많은 고려인 포로 들을 구한 성과이죠. 국민수=생산력으로 직결되던 당시의 상황에서 그들이 구해낸 수만 명의 고려인들은 이후 3차 전쟁에서 요나라를 발라 버릴 수 있는 전력으로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또한 이순신 장군처럼 너무나 장렬하게 전사했기에 양규와 김숙흥의 위업은 더욱 빛날 수 밖에 없습니다. 개국 공신에 준하는 벽상 공신에까지 오른 것이 너무나 당연하죠.


이후 고려는 동북아의 캐스팅 보드를 쥔 채 100여 년간 태평성대를 이루게 됩니다. 그 어떤 주변 세력 들도 고려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강한 힘을 보여줌으로서 오히려 상당 기간의 항구적 평화를 가져온 셈이죠.

양규, 김숙흥, 강민첨, 조원 등등..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 들입니다. 11월11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대하 드라마 역시 꼭 시청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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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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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10여 년 전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아직 20대였던 이준석이 임명되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뭔가 나이 지긋하고 근엄한 이들만이 맡아야 당연했던 직책을 새파란 청년이 꿰찼으니까요..

분야야 어쨌든 사회 경력과 관록이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20대 청년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센세이셔널합니다. 요즘에야 그래도 조금 흔해진 일이 되었지만요..

'우상파괴' 의 저자 윤동준 역시 이제 만 23세의 우리 기준에선 아직 어린 청년입니다. 물론 고교 자퇴 후 미국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심상치 않은 경력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정도 인생 서사를 갖춘 인물들은 제법 많습니다.


그러나 그가 쓴 책을 읽다 보면 윤동준은 단순히 특이한 이력의 청년이 아니라 어느새 상당한 지식과 자기 철학을 내재화한 소위 '지성인'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도 보통 그 나이의 청년 들과는 상당히 구별되는....

대한민국 사회는 모두가 인정하듯 완전한 사회와는 거리가 멉니다. 여전히 불평등, 빈부격차, 다른 것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할 사회 지도층, 정치 세력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여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군중에 머물러 있을 때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임을 저자는 명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일 노동엔 동일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녀는 평등하다고 생각하면서 남성이 독점했던 영역에 여성이 진출하면 극심한 여혐을 표출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무역 이익의 90%를 넘게 제공했던 중국이란 나라를 욕하고 멀리하자 하면서 막상 국가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했던 전 정권을 욕합니다.

이런 이중적 태도에 동화된 상태로 있는 이들이 바로 군중이며, 소위 '우상'이 파고들 틈을 제대로 열어주는 이들입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우리가 군중을 넘어 공중으로 나아가고 온갖 낡은 가치와 그간 가져 왔던 이중적 태도를 극복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알지 못했더라면 솔직히 이제 겨우 20대 초반을 넘어선 청년의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런 가치관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성 세대 역시 변해야 하고, 노인들이 청년 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현 상황을 청년 스스로 문제 제기했으면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참 나이 많은 제가 많은걸 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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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길 시골하우스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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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작가의 장편 소설 '감꽃 길 시골하우스'는 로맨스 소설입니다. 꽤나 예쁘게 쓰여진 로맨스 소설이죠. 꽃을 그리는 화가가 주인공이고 꽃말에 어울리는 글을 써낼 수 있는 동화 작가 역시 주인공입니다.

주어진 어려운 시련과 역경을 딛고 조금씩 사랑을 이뤄가는 두 사람의 모습 역시 예쁘게 그려집니다.

작가의 거주지가 경남 진주라서 그런지 소설의 주배경 또한 그 곳인데 그리 큰 대도시가 아니라 그런지 두 사람을 둘러싼 지인들마저도 우연이 겹친 만남 들이 이루어지죠.


부모를 모두 잃고 남은 재산을 노리는 이모와 사촌의 냉대에 시달리던 하유는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고 묘한 우연 끝에 감꽃 길 시골하우스를 지키고 있는 시곤을 만나게 됩니다. 둘이 인연을 잇게 된 것은 시곤이 키우던 도베르만 '브라프'의 역할이 지대했죠.

오해 끝에 잠시 헤어져 있던 그들은 다시 재회하게 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만 흘러가면 그저그런 연애 소설이 되겠지만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하유를 내내 사랑해 온 재혁,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하유의 오랜 절친 정은... 그들의 아픈 사랑과 새로운 인연 역시 서사의 주요한 한 축을 이룹니다.

시곤 역시 난관이 없지는 않습니다. 완고한 집안의 반대 등등,...

사랑의 가치를 일일히 따질 수는 없겠지만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이뤄지는 사랑에는 무언가 더욱 특별한 향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감꽃뿐 아니라 백자귀, 흰제비꽃, 프리지아 등등 수많은 꽃들이 소설 속에 한데 어우러져 등장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가볍게 읽기에도 좋은 소설이었고, 무언가 의미를 두고 읽더라도 더할 나위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역시 누군가의 로맨스를 들여다 보는 일은 참으로 재미 있는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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