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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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샛별클럽연대기는 무려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고원정 작가의 신작입니다. 한때 정말 인기 있는 작가였죠.. 제2의 광주 민주화 항쟁을 유발해 군부독재를 연장시키려 획책하던 정치 군인 들의 음모를 그려낸 '최후의 계엄령' 같은 작품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1955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당시 국민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해한해 그들의 삶을 그려나가는 연대기 형식을 취합니다.


이들의 학창 생활은 정치적으론 그야말로 암흑기였습니다. 박정희 군부 독재의 태동에 이어 민주국가를 지칭하는 나라의 헌법으로서는 가장 악랄했다는 유신 시절을 거쳐 전두환 정권까지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참여한 학예회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샛별 클럽, 10명의 친구들은 영원한 우정을 다짐합니다. 그러나 이중 한 학생의 고발로 인해 조작된 간첩단 사건이 터지게 되고 이들의 운명은 엇갈리게 됩니다..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빨갱이로 몰아가던 시절, 통일이 되면 북한에 젤 먼저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선생님의 발언은 억압된 조사에 의해 '북한에 넘어가고 싶다'라는 용공적 발언으로 조작됩니다.. 그 선생님이 만들었던 샛별클럽은 용공 단체로 찍히게 됩니다.. 단 한명, 이를 고발했던 한 소년을 제외하고는.. 물론 이 소년은 공안검사를 거쳐 집권당 국회의원 후보, 보수 개신교 목사에 이르는 전형적 삶을 살게 되죠..

사실 다른 회원 들의 삶 역시 평탄치는 않았습니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이른 죽음을 맞거나, 자살.... 또는 학생 운동에 투신해 투사의 삶을 살지만 결국 보수로 변절하는 모습 등등... 결국 클럽 회원 중 끝까지 변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는 모든 일에 먼저 나서기 싫어했던 인호 외에는 없습니다....

평범한 이들이 암흑의 시대를 살아가며 파괴되고 좌절하는 양상을 그려낸 소설이죠..

그럼에도 물론 살아 남은 이들의 삶은 어떻게든 지속됩니다.. 누가 뭐래도 역사는 조금씩 발전의 길로 나아 갔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핍박 받았던 삶은 과연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 것인지 한없는 안타까움만 느끼게 됩니다...

15년 만에 귀환환 고원정 작가.. 역시나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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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이 나트랑 달랏 - 여행을 즐기는 가장 빠른 방법, 2022년 최신 개정판 인조이 세계여행 42
양신혜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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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이 ooo 시리즈는 해외 자유여행 가이드 시리즈입니다. 저자들은 다르지만 이번 책자 포함 벌써 42권째가 나오고 있으니 어찌 보면 스테디셀러 시리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보게 된 시리즈는 근래 핫한 여행지로 떠오른 베트남의 나트랑(현지 발음 냐짱). 달랏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약 10년 전부터 베트남엔 회사 비지니스 파트너가 있는 관계로 무척 자주 출장을 다닌 곳입니다. 주로 호치민으로 다녔지만 휴가와 연계하여 베트남 곳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죠.. 개인적으로 냐짱은 5회, 달랏은 2회를 다녀온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 폰에는 현지 차량 호출 시스템인 그랩, 현지 메신저인 Zalo, 호텔 예약프로그램인 아고다, 주로 타는 항공사인 아시아나 등의 어플이 제일 앞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업무가 중심이다 보니 충분하게 휴가를 즐길 기회는 없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놓친 핫한 플레이스를 미리부터 알고 가자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책은 그 목적에 상당히 충실하게 기술된 책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QR코드를 적극 활용하여 핫한 관광지, 레스토랑 등을 쉽게 구글맵에 저장할 수 있게 서술되었다는 점입니다.. 해외 자주 나가면서 이 기능 활용 안하는 분들 찾기가 더 어렵죠..



또한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했던 최근 2년 간의 변화를 적극 반영했더군요. 현재 휴업 중인 업소나 관광지 등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해 놨습니다..

아무래도 직항도 있는 해안 도시 냐짱이 달랏에 비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지만 그만큼 제가 들려본 곳이 많이 있기에 보다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달랏 파트였습니다.


냐짱도 좋지만 밤에는 서늘함까지 느낄 수 있는 피서지인 달랏 역시 정말 좋은 여행지입니다.. 크레이지 하우스 등 기존 다녀본 곳도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나 시내 외곽의 명소 들에 대한 소개가 정말 잘되어 있더군요..


다음엔 보다 더 다양한 현지 음식, 보다 다채로운 베트남의 문화를 느끼고 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이 책 읽기를 끝내면서 느낀 점입니다..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은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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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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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의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죄를 짓고 도망다니는 이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 아닙니다. 죄를 짓고 징역형을 받고 나온 쇼타라는 청년이 과연 자신의 원죄로부터 진정한 속죄를 이뤄낼 수 있는가를 10여 년의 세월에 걸쳐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독감에 걸린 아버지를 간호하며 단 하룻밤 사이에 본 작품의 줄거리와 플롯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범죄가 아니라 평범한 그 누구에게라도 부딪힐 수 있는 상황,,, 즉 운전 중 도로 뺑소니 살인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가져왔습니다..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들로 나뉜다고 하죠, 법 없이도 살 사람, 법 없어야 할 사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이들이기에 범죄는 소수 일탈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었던 평범한 명문 대학생이 하룻밤 새 음주 뺑소니 살인을 저지르고, 나락에 빠지는 이야기가 작품 초반에 바로 서술됩니다. 이후는 과연 그가 받은 형벌만으로 진정하게 죄의 댓가를 치뤘다 할 수 있는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쇼타가 죽인 노부인의 남편은 치매가 심해지는 가운데서도 쇼타의 행방을 좇습니다.. 도대체 노인이 쇼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점점 긴장감을 더해 가던 줄거리는 드디어 노인과 쇼타의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쇼타는 진정한 속죄가 무엇인지를 노인의 과거 고백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가 들어감에도 굉장히 빠른 템포로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 독서 시간이 그닥 길진 않았습니다..

과연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나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런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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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시대 리토피아 소설선 4
방서현 지음 / 리토피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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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학습지 교사 들의 노조 결성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지지를 보냈고, 노조란 소리만 들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은 당연 비난을 해댔었죠.. 개인사업자 신분인 학습지 교사 들이 무슨 노조 결성이냐고...

소설 좀비 시대는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 좀비들이 나오는 호러 소설은 아닙니다. 막나가는 자본에 의해 노동 착취를 당하는 학습지 교사 들의 아픈 현실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죠.. 작가가 실제 경험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적나라하게 그 실태가 묘사되어 있더군요. 방서현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기도 합니다.


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하다 그럴싸한 광고와 이미지 메이킹에 속아 학습지 회사의 교사로 입사하게 된 연우, 자신보다 먼저 입사해 있던 대학 동창 수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이 계속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을 깨닫게 되는데 수아가 투신 자살을 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인격모독, 수당 체계의 불합리성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것이죠. 빚 또한 수천 만원을 남긴 상태였습니다.

선우는 수아가 남긴 일기를 통해 그간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 왔는지를 확실히 알게 됩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은폐, 왜곡하면서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려고 합니다. 이에 대응해서 회사와 싸우기로 결심한 선우...

그러나 거대한 자본에 맞서는 개인의 힘은 너무나 약한 법이죠.. 연우에게도 잔인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소설은 정말 암울한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2020년 학습지 교사 역시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분류된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불합리에 맞서 싸웠던 학습지 교사들의 정당한 투쟁이 결실을 본 것이죠..

그럼에도 인권, 노동권의 사각지대는 현재에도 여실히 존재하고, 특정 집단에만 해당하는 공정과 상식이 여전히 통하는 시대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소설의 제목처럼 좀비들만이 우글대는 세상으로 남아야 할지는 우리 들의 인식 변화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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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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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는 일본 작가 중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아마 한국에 가장 많은 번역본을 낸 소설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아는 것만 해도 대략 40권 가까이 번역이 되어 출간되었으니까요... 아마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등의 장편 소설은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국내 개봉도 되었구요..

흥행도 꽤 성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1989년 쇼와 시대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의 그녀의 단편 소설 9편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짧게 짧게 마무리 되는 단편 소설 들이지만 그녀 특유의 청량감 있는 문체와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인물 스타일은 아니지만 개성 있게 창조된 캐릭터 들로 가득 차 있었던 재미난 작품 모음집이었습니다.

장편도 그렇지만 항상 그녀의 작품은 '비전형적' 인물 들이 칸칸을 채워 나갑니다..

이 소설집에 나온 인물 들만 보더라도 신문 부고란에 나온 장례식을 빠짐 없이 참석하는 부부, 그들을 따라 다니며 위안을 얻는 여성,,,,, 애인과 동거함에도 다른 남자와의 정사를 통해 몸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여인,,,,,, 동성애자인 남편의 애인을 인정하고, 그런 남편까지도 사랑하는 아내 등등.... 현실 속에서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인물 들이 그녀의 소설 속에선 주요 주인공 역할로 살아 숨쉽니다...

어찌 보면 그녀 소설을 읽는 진정한 재미는 이런 일상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인물 군상 들의 모습을 잠시 제3자의 시각을 갖고 지켜 본다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또한 글을 읽다 보면 묘하게 그 인물 들의 행동 자체에 동화되는 면이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스러운 부분으로 보이게 만드는건 그녀의 뛰어나면서도 제대로 구사되는 필력이 한 몫을 하는 것이겠구요...

9편의 모든 작품이 그녀의 소설임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작품 들이지만, 또 하나하나 차별되는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꽤 재미 있게 읽어 갈 수 있었습니다.. 단편 소설의 경우 때론 너무나 급작스런 마무리가 한껏 키워온 집중력을 깨뜨리는 경우가 있기에 기피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그런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 작가입니다. 그러하기에 그 긴 시간 우리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남아 있는 것이겠죠..


또한 상당히 솔직하게 인물의 내면을 표현합니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때론 작가의 내면 속의 욕망을 표현하는 객체라고 할 때 이를 전혀 부끄러워함 없이 터뜨려주는 것이 그녀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인물 들이 가진 성적 욕망 등이 너무나 자연스레 표현되기에 오히려 읽는 독자 입장에서 부끄럼을 느끼게 합니다.. 독자가 가진 욕망을 대리해서 터뜨려 주는 작가라고 말해야 옳은 표현 같네요....

그녀의 소설을 여러 편 읽었지만 이렇게 단편 모음집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나 에쿠니 가오리는 어디 가지 않더군요.. 그녀다운, 그녀였기에 가능했던 소설 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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