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 기후정치로 가는 길 전환 시리즈 3
트로이 베티스.드류 펜더그라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이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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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는 말기암 환자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생명을 자외선에서 보호해 주던 오존층은 최초 측정을 시작한 이래 30% 정도 밖엔 안남아 있고, 1990년 이후 인류는 수천년 간 배출했던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했습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은 녹아내리고 있고 예측하지 못했던 기상 이변과 산불 등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태풍이나 허리케인, 지진 같은 자연 재해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고 변화무쌍한 자연의 힘 앞에 희생 당하는 생물은 더욱 늘어나겠죠.

자본주의의 발달은 많은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안겨 주었지만 그만큼 엄청난 피해를 지구에 입혔습니다. 원시적으로 남아 있어야 할 지구 영역까지도 대부분 인간에게 점령 당한 상태입니다.


야생 포유류가 4% 밖에 안남은 상황.. 이것이 현재 생태계가 처한 현실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내에서도 반성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주의자를 좌파의 일부로 취급하는 극우 세력들조차도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부정하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신자유주의라는 틀을 쓴 채 과학의 발달이 지구를 구원할 수 있음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같은 수단이 대표적으로 이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과학 기술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오히려 원자력이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우라늄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 발생이 일어 나고 있음이 증명 되었습니다. 핵 폐기물이 끼치는 해악은 원전 마피아 들의 엄폐에 의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죠.. 이런데도 정치적 논리로 안정적이고 비용이 저렴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미래의 대안이 오히려 욕을 먹고 있는 지경이죠.

사회주의는 결핍을 불렀지만 자본주의는 과잉을 불러왔고 이는 결국 지구의 목숨을.. 인류의 존재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결국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고 이 상황에서 사회주의적인 통제와 분배가 하나의 생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요약하자면 '지구 절반 사회주의'라는 테제입니다. 지구의 절반을 원시 상태로 돌리자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앵겔스 류의 주류 사회주의 이론과는 다소 다른 유토피아적 사회주의 이론이긴 하지만 현재 지구에 처한 위험을 그나마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지도 모른다는 강한 설득력을 가진 책이었습니다.

결국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를 부정하는 사회주의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태양광 등 대체 발전이 주가 된 쿠바가 현재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나라로 꼽히는 것도 이 책의 논리와 궤를 같이 합니다.


출장 중 비행기 안에서 주로 읽었는데 하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보고 있으니 동행한 직원이 무척 내용을 궁금해 하더군요.. 그만큼 심각하면서도 강한 주제를 담은 책이었습니다.

지구는 우리가 조상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의 것을 빌려 쓰는 것입니다. 비록 어느 정도 이상향에 가까운 주장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사할 점이 분명히 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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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 : 동아시아 편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이야기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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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실록, 유튜브 채널로 이미 유명세를 날리는 중입니다. 여기서 동아시아편 괴담의 엑기스만을 모아 정리해 괴담실록 2로 책을 펴냈습니다. 동아시아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 듯이 주로 중국, 한국, 일본의 괴담, 기담을 주로 모은 작품집입니다.

음, 조금 익숙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상당수 에피소드가 모두 처음 읽는 작품 들이었습니다. 기존에 잘 알려진 이야기들보다는 유명세는 좀 덜하더라도 많은 독자 들이 새롭게 접하는 이야기 들이었기에 오히려 더욱 흥미를 갖고 읽어 내려간 듯 합니다.

잔혹한 호러보다는 어느 정도 괴기스런 이야기 들이지만 전설의 고향에서 소개될만한 에피가 주를 이루기에 청소년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조선 왕조 실록 등에 수록되어진 이야기들 역시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황당하고도 판타지스런 일화 들이 역사에까지 기록되어 있다니 다소 놀랍기까지 하더군요.

역시나 근접해 있는 나라들인 동아시아권의 괴담 들을 엮다 보니 어느 정도 정서적으로 비슷하게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저승에까지 가서 염라 대왕 등을 만난다든지 사랑에 빠진 이가 알고 보니 귀신이라든지 하는 등등의 이야기 들은 3국이 모두 비슷하게 서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중일 모두 분명하게 구분되는 나라별 개성과 특색이 존재하기에 이를 비교해 읽어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어쨌든 한번 책을 보게 되면 쉽게 다시 덮지 못하는 매력이 분명 존재합니다. 꽤 두꺼운 책임에도 술술술 읽히는 전형적인 페이지 터너입니다.


이런 이야기 들이 탄생한 후로 몇 백년 이상이 흘러갔지만 당시를 살아가던 우리네 조상들의 마인드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달랐던 것 같진 않습니다. 무서운 이야기 속에 교훈이 존재하고 후대에까지 남기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 존재합니다.

지금 읽으면서도 절로 공감이 된다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함께 느껴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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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 - 세상이 멸망하고
김이환 지음 / 북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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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멸망을 그린 작품을 흔히 아포칼립스 장르라 말합니다. 인류 심판을 묘사한 성경의 요한계시록의 영문 명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인만큼 무겁고 잔혹하고, 어두운 결말로 마무리 될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런 극한적 상황을 읽고 보는데서 재미를 얻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소재의 작품 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데 김이환 작가의 소설 '세상이 멸망하고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는 제목이 주는 뉘앙스와 전혀 달리 상당히 유쾌한 내용을 담아낸 소설입니다. 어느날 수면 바이러스로 지구상 대부분의 이들이 깨지 않는 잠에 빠진 현재, 소수 바이러스에 감염 되지 않은 소심한 성격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목차부터가 특이합니다. 세상이 멸망했다는데 평소 했던 일 들을 다 하고 다니는 소심한 사람 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아니 오히려 세상이 정상일 때는 소심함을 핑계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다닙니다.

아포칼립스물에 클리세처럼 흔히 등장하는 무법자떼, '워리어스'가 이 소설에도 등장합니다. 스킨헤드나 모히칸 헤어 스타일에 가죽 옷을 입고 마트를 점거한 채 바리케이트를 쌓은 워리어스들...

그러나 이들 역시 알고보면 지극히 소심한 이들의 집합체이고 그저 밖에 보이기 위한 것일뿐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오히려 배려하는 이들임이 밝혀집니다. 이 자체가 극히 코믹스런 설정이죠..


본의 아니게 리더로 부상한 선동 역시 소심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꺼리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리더 역할을 아주 소심하게 수행합니다.

워리어스의 리더인 최강자 역시 소심한 인물임은 틀림 없는데, 평소 자기계발서를 잔뜩 읽은 인물이다 보니 책에 나온 그대로 행동할 뿐인 허당 리더일 뿐이죠...

이러한 설정 들이 보는 내내 잔재미를 주고 미소를 유발합니다. 그야말로 작가인 '김이환식 아포칼립스'물 입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내내 희망이 보이고 결코 절망스럽지 않습니다. 평소에 잘 보이지도 않던 소심한 이들만이 남아 세상을 이끌어갈 뿐이지만 그럼에도 여차저차 세상은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평안하게 흘러갑니다.

얼마전 코비드19로 발생한 팬데믹 사태 때 혐오나 증오, 근거 없는 선동 등으로 목소리만 커졌던 우리 세계의 모습을 기억해보니, 이 소설이 주는 유쾌함과 많은 대비가 되더군요.. 사실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류가 궁극적으로 바라야 하는 모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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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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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제 작가의 데뷔작이면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소설 푸른살은 한 세기 후쯤의 미래를 그린 SF 추리 소설입니다. 외계 바이러스에 잠식 당해 보기 흉한 푸른 살을 달고 살아야 하는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선 SF 장르이지만 교도소에서 탈출한 흉악범 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선 추리 장르입니다.


한마디로 폭력을 행사하게 되면 푸른살은 발작하여 큰 고통을 안겨주고 그 크기까지 커집니다. 푸른살이 신체 대부분을 잠식할 경우 인간은 목숨을 잃게 되고 청나무로 변신하게 됩니다. 결국 대부분의 인류는 내재했던 폭력성을 억누르고 착하게 살아가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푸른 살이 많이 보이는 이들일수록 당연히 폭력적이고 나쁜 놈 취급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인류 2억 명을 단박에 절멸시켜 청나무로 만들어 버린 아이버스터라는 중범죄자가 다른 흉악범 두명과 함께 감옥을 탈옥합니다. 이들을 잡기 위해 편성된 인간 형사 드레스덴과 휴머노이드 한결.... 조금씩 아이버스터의 행적에 접근하게 되지만 드레스덴은 한결과 아이버스터에 얽히 크나큰 비밀을 함께 알게 됩니다.


대한민국 제 1의 서점의 스토리공모전 대상 작품답게 서사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고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탈옥범 들의 잔혹한 행위 및 각각의 의도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추격전 양상을 띄게 됩니다. 이 와중에 함께 하는 소소하거나 크나큰 반전이 있기에 끝까지 읽는 재미가 넘치는 소설이죠.

푸른 살이 사라진다면 이에 익숙해져 살아왔던 인류는 과연 어떻게 바뀔까요? 그간은 푸른살의 대소 유무로 악인을 바로 판단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 판단 자체가 불가해집니다. 작가는 결국 모든 이에 대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먼저 보내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왠지 공감되는 결론이더군요..

소설 제목부터가 푸른 살이고 외계로부터 침입해온 존재라는 점에서 모든 악의 근원일 듯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그저 소설 상의 맥거핀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 존재가 있건 없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고 이를 살만하게 만들 것인가 아님 지옥으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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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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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넬슨 스필만의 이 책은 가문에 얽힌 저주를 배경으로 여행기, 로맨스가 결합된 상당히 재미난 장편 소설입니다. 제목 자체가 상당히 도발적인 '토스카나의 저주 받은 둘째 딸들' 입니다.

지독한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진짜로 내려진 저주인지 이 가문의 둘째 딸들은 세기를 뛰어넘는 세대 동안 제대로 된 로맨스나 결혼을 하지 못합니다. 이를 깨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본인의 요절로 사랑이 끝나버리곤 하죠.

주인공 아멜리아 역시 둘째 딸이며 할머니와 언니의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푸대접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서른을 목전에 둔 그녀에게 어느날 이모 할머니인 포피로부터 사촌인 루시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제의 받습니다. 어떤 사유로 인해 가문의 공적(?)이 되어버린 포피, 뇌종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데 무려 59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간 헤어져 있던 연인을 이탈리아에서 재회하려고 합니다. 성공할 경우 자연스레 둘째 딸들에게 내려진 저주 또한 깨어지게 되는 것이죠..


저주를 깨는데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행에 동참하게 된 아멜리아.. 살아가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모험을 겪게 되며 그간의 자포자기 했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족 3대에 얽힌 비밀까지 밝혀내게 되죠. 어느 순간부터 예상되는 반전이었지만 그럼에도 감동적인 마무리임엔 틀림 없습니다.

주인공 격인 아멜리아, 포피, 그리고 루시까지 3인의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1960년 대 20대 초반의 나이로 불꽃 같은 사랑을 했던 포피의 사연은 상당히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결국 소설의 핵심은 짧게 끝났지만 마침내 나이 여든이 되어서야 사랑을 완성하고야 마는 포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둘째 딸로서의 무기력함을 벗어나 성장을 거듭하게 되는 손녀 들의 이야기가 뒤를 받치죠..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은 베니스-피렌체 등을 잇는 이탈리아 여행 일정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입니다. 잘짜인 여행기를 읽는 느낌 또한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곳을 여행해 본 분들이라면 확실하게 공감하는 묘사가 많지만 안가본 이들에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는 책입니다.

해외 출장 중 비행 시간을 이용하여 읽었는데 6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 소설이지만 워낙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 비행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독서등까지 따로 켜가며 읽었던 책입니다.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을 함께 가진 소설이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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