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 - 세상이 멸망하고
김이환 지음 / 북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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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멸망을 그린 작품을 흔히 아포칼립스 장르라 말합니다. 인류 심판을 묘사한 성경의 요한계시록의 영문 명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인만큼 무겁고 잔혹하고, 어두운 결말로 마무리 될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런 극한적 상황을 읽고 보는데서 재미를 얻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소재의 작품 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데 김이환 작가의 소설 '세상이 멸망하고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는 제목이 주는 뉘앙스와 전혀 달리 상당히 유쾌한 내용을 담아낸 소설입니다. 어느날 수면 바이러스로 지구상 대부분의 이들이 깨지 않는 잠에 빠진 현재, 소수 바이러스에 감염 되지 않은 소심한 성격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목차부터가 특이합니다. 세상이 멸망했다는데 평소 했던 일 들을 다 하고 다니는 소심한 사람 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아니 오히려 세상이 정상일 때는 소심함을 핑계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다닙니다.

아포칼립스물에 클리세처럼 흔히 등장하는 무법자떼, '워리어스'가 이 소설에도 등장합니다. 스킨헤드나 모히칸 헤어 스타일에 가죽 옷을 입고 마트를 점거한 채 바리케이트를 쌓은 워리어스들...

그러나 이들 역시 알고보면 지극히 소심한 이들의 집합체이고 그저 밖에 보이기 위한 것일뿐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오히려 배려하는 이들임이 밝혀집니다. 이 자체가 극히 코믹스런 설정이죠..


본의 아니게 리더로 부상한 선동 역시 소심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꺼리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리더 역할을 아주 소심하게 수행합니다.

워리어스의 리더인 최강자 역시 소심한 인물임은 틀림 없는데, 평소 자기계발서를 잔뜩 읽은 인물이다 보니 책에 나온 그대로 행동할 뿐인 허당 리더일 뿐이죠...

이러한 설정 들이 보는 내내 잔재미를 주고 미소를 유발합니다. 그야말로 작가인 '김이환식 아포칼립스'물 입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내내 희망이 보이고 결코 절망스럽지 않습니다. 평소에 잘 보이지도 않던 소심한 이들만이 남아 세상을 이끌어갈 뿐이지만 그럼에도 여차저차 세상은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평안하게 흘러갑니다.

얼마전 코비드19로 발생한 팬데믹 사태 때 혐오나 증오, 근거 없는 선동 등으로 목소리만 커졌던 우리 세계의 모습을 기억해보니, 이 소설이 주는 유쾌함과 많은 대비가 되더군요.. 사실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류가 궁극적으로 바라야 하는 모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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