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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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초대권(도서)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사사기.. 구약성서 한편의 제목을 활용한 이기원 작가의 SF 소설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쥐독'의 프리퀼로도 볼 수 있으며 곧 출간될 '리사이클러'와 함께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시리즈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치명적인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서울 강북 지역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가 석기 시대화 된 상황이 배경입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은 서울 강북 지역은 뉴소울시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기업체 들이 정치 권력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죠. 근미래인만큼 지금에 비하면 상당한 기술적 발전을 이룬 상태입니다.

의료, 교통, 사법 체계를 비롯 뉴소울시티의 대부분의 시스템은 고도로 발전한 AI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이는 완전무결화된 상태로 평가되기에 이의 오류를 지적하는 일은 불경함을 넘어 지배층에 대한 반란으로까지 간주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시스템의 오류로 판단되는 사건 들이 연달아 발생합니다. 인명 피해는 당연히 따라 옵니다. 이를 조사하던 픽서 우종, 감사팀 영무, 기자 재민에게 상부의 압력 및 신체적 위기가 닥쳐 옵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AI.... 인류의 삶을 더 없이 행복하게 만들 수단이기도 하지만 혹자는 AI에 의해 오히려 인간의 자유의지가 제약 당하고 심지어 지배 당하는 삶이 올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스스로 학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만든 인간의 의도에 따라 편협된 시각도 가능할 것이고 인간이 가진 오류를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죠..

뉴소울시티를 지배하는 기업 연합체에 맞서 혁명이 발생한다는 전작 '쥐독'에 비해 사건의 임팩트는 다소 약하게 느껴지지만 서사의 치밀함은 더욱 보완된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시선과 세계관이 보다 더 많이 확장되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지더군요.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세계는 분명 지금보다 편리함이 강조되는 사회겠지만 억압은 오히려 더 심화될지도 모릅니다. 21세기 들어서까지 계엄령을 때리는 지도자가 분명 존재하는 사회이니까요.. 미래에 대해 다소 암울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재미만큼은 결코 부정할 수 없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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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종말
신주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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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설가 신주희.. 이효석 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작가입니다. 어쩐지 이름이 살짝 낯이 익다했습니다.

친애하는 나의 종말은 보수 기독교 공동체 사회에서 만나게 된 4명의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미군의 폭행에 어머니를 살해 당한 여고생 구영진은 기독교 공동체의 광신도가 된 이모의 주선으로 그들이 운영하는 성화 고등학교에 전학을 오게 됩니다. 하필이면 종말론을 추종하는 기독교 세력입니다.

여기서 만나게 된 '주 하나' '백 보훈' '여 호수아'.... 이름만 봐도 답이 없죠. 개인의 선택은 고사하고 태어날 때부터 부모들로부터 모태신앙, 종말론에 경도된 아이들입니다. 물론 부모들은 가정폭력, 교단 재원 횡령 등 겉으로 독실한 신앙과 달리 극히 이중인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들 또한 조금씩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 회의에 빠지게 된 상태죠..

이들에게 등장한 전학생 구영진은 어찌 보면 이방인, 이단자 그 자체이자 어찌 보면 구원자이기도 했습니다. 구영진은 조금씩.. 때론 단번에 그들을 변화시켜 나갑니다. 그들은 교단의 획일된 종말론을 거부하고 자신들 스스로 주체적인 종말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유서'라는 형태를 통해 이를 실현하죠. 그 와중에 구영진은 교단의 광신도들로부터 극심한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들의 운명은 어찌 전개될까요..


신은 인간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주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그런 인간의 자율성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적절한 가스라이팅 및 돈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의 종교이고, 신도들이 이런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그 종교가 가졌던 기득권의 상실과 동일하기에 가급적 생각을 안하게끔 하는게 종교, 특히나 사이비 종교의 특징이죠. 그러다 보니 공동의 적, 혐오해야 할 대상을 끝없이 만들어냅니다. 성소수자나 자신과 정치 신념이 다른 이들이 타켓이죠..

이 소설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배경이지만 주요 부분은 이들이 겪는 고등학교 생활에 집중됩니다. 그들이 스스로 주체로 서는 과정을 당당하면서도 때론 가슴 아프게 그려냅니다.

왠만한 외국 유명작가 소설 저리가라 할 정도의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소설이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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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 당찬 외교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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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외교... 외교?

외교!!!!!

국가의 존립 이유 중 주요한 하나입니다. 국가 단위에 국민 개개인 차원에서 대응할 수 없는 행위이기에 국민을 대표해 타국과 맞서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외교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국익'입니다.. 그 어떤 좋은 명목이라 해도 국가에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면 이를 좋은 외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외교 참사'라고 불리는 행위가 되어 버리죠.

정치학 박사이자 저술가인 안문석 작가에 의해 집필된 이 책은 소위 '약소국'으로 칭해지는 국가 들의 당찬 외교를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거듭된 외교 참사 및 굴욕 외교를 지켜보게 된 상황을 집필의 목적으로 들고 있습니다.


책에는 모두 13개 국가의 외교 정책 및 사례가 예시로 등장합니다.

잘사는 북한이라 칭해지는 싱가폴, 자국 군대 자체가 아예 없는 코스타리카나 아이슬란드, 대나무 외교로 대표되는 베트남, 철저한 중립 외교의 상징 스위스, 스웨덴 및 심지어 미국에까지 강압 외교, 벼랑 끝 외교를 펼치는 북한까지 이 책에 소개됩니다. 그외 지부티, 오스트리아, 튀르키에, 네덜란드, 쿠바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 소개된 모든 나라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가치, 동맹, 줄서는 외교가 아닌 철저한 자국 중심의 외교 및 균형 외교를 펼친다는 점입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 현재 미국과 중국과의 패권 경쟁 상황에서 이들 국가들은 절묘한 균형 감각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약소국이니만큼 어느 한쪽에 기대기는 합니다만 한편으로 반대편 진영에 대해서도 반대를 노골화시키지 않았고 이는 이들 국가가 세계 무대에서 나름 할 말을 하는 나라들로 존재하게 했습니다.

현재 우리 외교는 한마디로 일방적 줄서기 외교입니다. 한미일 동맹 강화에만 목소리를 높이며 세계 패권의 한축인 중국, 러시아 등과는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위해서 억지로라도 평화롭게 지내야 할 북한과의 관계도 최악을 달리고 있죠. 무언가 계속 양보하고 지불(?)을 하면서도 얻어오는 것이 신통치 않은 결과를 보입니다.

나름 미중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실행코자 했던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좌우 양측으로부터 모두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국익 차원에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이 비판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나온 여러 국가들의 외교 사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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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와 경도 달달북다 9
함윤이 지음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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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달북다 시리즈 하이틴 로맨스 편인 위도와 경도..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함윤이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답게 역시나 70페이지 미만의 단편 소설입니다.

위도와 경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지구의 위치 측정 단위가 아니라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고아 소년, 소녀의 코드네임입니다. 다른 이름이 있었겠지만 소설 속에선 그저 위도와 경도로 소개됩니다.

서로 데면데면하던 그들은 조금씩 친해지게 되는데 우주정거장 추락 사고를 겪으며 단 둘만이 간신히 살아남게 됩니다. 지구 귀환선에 갖혀 둘이 함께 보낸 시간 10일...


10대인 그들이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이었죠.. 그런데 우주에서의 시간 관념이 어떠했는지 그들은 둘이 무려 10년 간을 함께 보냈다고 주장합니다. 이 소설은 정거장 사고를 분석하고 생존자인 그들의 주장을 분석하려는 우미 등 지상연구원들과 위도, 경도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위도,경도의 주장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직 외부인의 시선에선 청소년에 불과한 그들의 입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질리 없습니다. 그들은 결국 분리 수용되어 하루 단 한시간만 만날 수 있는 처지가 되죠. 사랑에 빠진 10대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일 것입니다.

이후 그들의 행적은 사실 소설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작가 후기에서 드러나듯 '사랑' 그 자체가 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10대의 사랑은 강렬하지만 다른 연령대 역시 강렬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두 연인의 서로를 향한 마음 자체를 읽으면 되는 소설입니다.

슬슬 끝을 보여가는 12권의 달달북다 시리즈.. 모든 작품들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몇권 쌓여있는 컬렉션 들이 흐뭇하게 느껴지네요.. 남은 세권의 작품 또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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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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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현 작가의 신작 '수상한 퇴근길'은 한마디로 생활 밀착형 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날 다니던 직장에서 희망퇴직(이라 쓰고 정리해고라고 읽습니다)를 하게 된 고대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한때는 직장 생활이 가족, 친지, 친우보다 항상 우선 순위였던 고대리... 막상 회사를 그만두게 되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설은 고대리가 퇴직 이후 겪게 되는 각종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모든 에피소드 제목이 '미안해'라고 끝납니다. 그만큼 주변을, 특히 가족을 챙기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주를 이루죠.

이 와중에 재취업은 요원해지며 고대리는 일당 도배 알바까지 하는 신세가 됩니다. 종반부에 가서는 그토록 귀여워했던 딸까지 병원 신세를 지게 되구요.. 그러나 경제적 삶은 점차 어려워지지만 고대리는 많은 것을 깨우치고 한발 더 앞으로 나가는 성찰의 기회를 맞게 됩니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회사형 인간 그 자체였던 고대리의 제2의 성장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사회 생활을 하면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깨알 같은 체험들이 고대리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러하기에 이 소설은 생활 밀착형 소설 그 자체입니다. 그만큼 현실에 가까운 소설이란 이야기죠.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게, 집중도 있게 쓰여진 소설이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된 고대리... 그의 남은 삶을 힘차게 응원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지금도 험난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많은 분들이 꼬옥 읽어 봤으면 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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