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1 : 天(천)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형진 옮김, 이시다 스이 일러스트 / 하빌리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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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마무라 쇼고의 소설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바로 지난 주 넷플릭스에 영상화된 시즌 1이 공개되었습니다. 총 4권으로 기획된 소설인데 넷플 시즌1은 대략 2권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것은 비록 1권이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들의 배경 및 살아온 스토리가 거의 모두 공개되기에 드라마를 보기 전이나 후 생각을 정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량이었습니다. 물론 2권 및 후속작이 나오길 기다리는 마음은 매한가지이겠지만요..

300년 가까이 일본을 이끌어 오던 도쿠가와 막부가 대정봉환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직후 메이지 유신에 따라 무사, 즉 사무라이의 시대는 종말을 보게 됩니다. 메이지 유신에 이어 진행된 폐번치현, 폐도령은 그들을 더욱 끝으로 몰게 되었죠..

소설은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무사들에게 마지막으로 칼을 쓸 기회, 자긍심을 발휘할 기회가 당시로선 천문학적 액수인 10만엔의 상금이 걸린 채 펼쳐지죠.. 마지막 무사들이라 할 수 있는 294명이 교토에 집결합니다. 그렇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데스게임, 즉 서로를 죽이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단 9명만이 수도 도쿄를 밟을 수 있다는 과제였죠...

피터지는 싸움이 벌어집니다.. 고독(고도쿠)란 명칭이 붙은 19세기 판 배틀로얄이 펼쳐진 것이죠.

사실 이 게임엔 거대한 음모가 함께 합니다. 신정부에 위협이 되는 사무라이족, 줄여서 사족 들을 철저히 제거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죠. 그렇지만 각자의 사연과 함께 참여하게 된 주요 인물 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생존과 상금, 그리고 이를 필요로 하는 자신의 가족, 지인 들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습니다.


주인공격인 슈지로와 그가 딸처럼 아끼며 동행하게 된 후타바를 중심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무사들, 거의 괴물급 무술 실력을 갖춘 이들이 소설의 재미를 돋웁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정정당당함을 무기로 삼던 공가의 수호신 '우쿄'의 이른 죽음은 소설 속에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후속작에선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을 마무리할지 안타까우면서도 이후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소설과 넷플 드라마 역시 아직 완결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상당 기간 조바심을 갖고 지내야 할 듯 합니다.. 독자에게도 일종의 배틀로얄을 던져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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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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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에서 출간한 '한강'은 장강명 등 유명 장르 작가 7인의 단편을 모은 그야말로 앤솔러지 소설집입니다. 예로부터 한강은 서울을 배산임수의 풍수를 갖춘 수도로 자리잡게 했고 강남이 개발된 1970년 대 이후부터는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상징되는 강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의 이름이기도 하죠..

여기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은 모두 한강을 소재로 하거나 배경이 되는 작품들입니다. 판타지,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모여 있습니다. 장르 문학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한강에 인어가 살고 있었고, 이곳을 노리는 다른 어류종(?)과 치열한 영역 다툼을 하고 있다는 첫번째 수록 작품부터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역시나 장르 소설의 대가 장강명답더군요..

이후 나오는 작품들 또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짧지만 그럼에도 강렬한 마무리를 느끼게 했던 '한강이 보이는 집', '해모수의 의뢰' 같은추리물, 그리고 한편의 동화 같았던 '달려라 강태풍' 같은 작품 들 또한 인상이 깊게 남은 소설들입니다.

어찌 같은 소재로 이런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작가들의 역량 및 출판사의 기획력에 살짝 감탄마저 듭니다.


서울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정말 자주 접할 수 밖에 없는 한강... 아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어찌 되었든 인식 깊이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한강입니다.

정말 많은 사연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스토리가 탄생할 장소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일상 생활에 바쁜 우리로서는 의도치 않게 그 존재를 오랫 동안 잊기도 합니다. 그 의미와 소중함 또한 남의 일이 된지 오래죠. 가끔 나는 홍수에 넘치는 모습, 뉴스에서 보는 투신자살 소식 등에서나 그 존재가 있었음을 상기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을 넘어 존재할 것이고, 거의 유구히 이 땅의 상징으로 존재할 한강.... 이 소설집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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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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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케이타이 문학상 수상작가 이누 준의 소설 '무인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는 책 소개에 나온 그대로 휴먼 판타지를 표방하는 소설입니다. 연결될 듯 연결되지 않는 6편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죠. 같은 작가의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라는 소설과 어찌 보면 자매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에 거의 동시에 한국에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이를 잇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맑은 날 노을지는 저녁에 '슨자'라는 무인역에서 간절히 누군가를 만나길 소원하면 열차를 타고 그가 나타난다는 전개입니다. 평생 단 한번만 이뤄지는 소원이죠.

물론 나타나는 이들은 이미 세상을 뜬 누군가입니다. 때론 친구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하고 연인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죽음이란 소재가 한데 얽혀 있다 보니 소설은 감동적이면서도 또한 슬픕니다. 망자와 조우한다는 소재는 숱하게 판타지물에 등장하지만 이누 준의 소설은 무언가 특별한게 존재합니다. 단순히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즘 그 자체를 그려냅니다.


아끼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엄청난 '상실'을 의미합니다. 이를 채워나가는 것은 흘러가는 세월이기도 하지만 한편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슬퍼하는 이의 주변엔 항상 그를 위로하고 아끼는 그 누군가가 등장함으로써 그 상실을 메워준다는게 이 소설에서 일관적으로 흐르는 서사입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감동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죠. 상실을 100프로 극복하진 못하지만 살아낼 힘을 다시 얻는다는 것... 이 책을 보는 독자 또한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재미까지 끝내주는 소설이니 책을 덮는게 아쉬울 지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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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열전 - 권력을 지킨 칼, 국민을 겨눈 칼날 국가폭력의 설계자들
배기성 지음 / 비아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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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 항소가 없었다는 이유로 일부 검사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현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증거에 의해 무혐의가 밝혀진 사안에까지 거침 없이 재심을 요구하며 항소를 남발하던 검찰은 이번에도 역시나이군요...

검사열전.. 역사독립군을 자처하는 배기성 씨의 저서입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내려오는 일부 검사 세력의 악행을 시대별로 구분해 정리한 책입니다. 한때 검사는 정의를 구현하는 칼로 연상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구태, 악습을 자행하는 무리들이며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적폐 세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검사들이 특정 정치 세력, 특히나 기득권 세력의 앞잡이로 등장하여 반대 세력을 용공 세력으로 조작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은 사례들이 빼곡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만 정리한게 이 정도이니 그저 묻힌 사례들은 부지기수겠죠..

일단 그들은 없는 죄는 만들고 있는 죄는 덮을 수 있는 절대 권한을 가진 이들입니다. 이들이 정권에 부역하고 출세를 지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공안검사로서 없는 간첩, 빨갱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인 조봉암, 민족일보 조용수, 평범한 지식인 들이 인혁당이란 간첩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사후 전부 무죄가 확정되었지만요.. 모두가 이승만, 박정희 정부에 대항하던 이들이었죠.. 대통령까지 역임한 김대중씨 역시 전두환 정권에서 사형수가 되었던 경험이 있죠..

심지어 그들 공안 검사 들의 행적은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정치인 주진우의 부친은 주대경.. 용공조작의 대가였죠. 조폐청 파업 유도를 일개 검사의 신분으로 감히 자행했던 진형구는 역시나 정치인 한동훈의 장인입니다. 그들의 못된 행적을 자식들이 감히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덮으려 들겠죠..

이렇듯 검찰공화국으로서의 오명은 현재 진행형에 있습니다. 이를 막고자 하는 이들에겐 여론의 뭇매가 가해집니다. 그만큼 여론 조작의 대가들이 바로 검사란 족속들이었죠..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책입니다. 현 정부의 검찰 개혁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아울러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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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열매 톨스토이 클래식 1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경준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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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쉬낀하우스에서 발간한 '계몽의 열매'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몇 안되는 희곡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사실 이 책은 무언가를 '노리고' 발간된 느낌이 강합니다.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칭하고 나는 계몽되었다 등을 운운하던 몇몇에 대한 풍자와 조소가 느껴지는 희곡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책에선 부자이지만 쇠락해거던 귀족 가문의 일원 및 상류층들이 심령술이란 얼토당토 않은 사기술에 기만 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법사 들의 조언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던 모 부부가 떠오르는 부분이죠.

심령주의를 추종하던 몇몇 상류층을 하녀 신분에 불과한 타냐가 자신의 약혼자 시묜을 이용하여 멋드러지게 속아 넘기는 것이 이 희곡의 내용입니다. 하층민을 병균 취급하듯 무시하던 이들이 제대로 당하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함과 동시에 이들의 맹목적인 무지몽매함이 향후 러시아 사회의 거대한 변혁을 불렀음을 예고합니다.

우리 사회 역시 지난 1년 여간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고 대통령이 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했죠.. 역시나 역사는 반복되고 맹목적인 무지몽매함 또한 끈질기게 그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또한 사뭇 진지한 톨스토이의 여타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희곡은 굉장히 코믹스럽고 쉽게 읽힙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톨스토이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었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덮다 보니 역시나 대문호답다는 느낌이 절로 들더군요.

시종 코믹한 가운데서도 사회를 꿰뚫는 냉철한 비판 의식 또한 함께 읽히니까요. 마무리 또한 통쾌하면서도 찐한 여운까지 남깁니다. 결국 이후의 러시아 역사를 바꿔간 이들은 귀족이나 상류층이 아니라 타냐나 세묜 같은 이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보편적인 재미와 감흥이 우리가 고전 작품을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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