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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열매 ㅣ 톨스토이 클래식 1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경준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뿌쉬낀하우스에서 발간한 '계몽의 열매'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몇 안되는 희곡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사실 이 책은 무언가를 '노리고' 발간된 느낌이 강합니다.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칭하고 나는 계몽되었다 등을 운운하던 몇몇에 대한 풍자와 조소가 느껴지는 희곡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책에선 부자이지만 쇠락해거던 귀족 가문의 일원 및 상류층들이 심령술이란 얼토당토 않은 사기술에 기만 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법사 들의 조언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던 모 부부가 떠오르는 부분이죠.
심령주의를 추종하던 몇몇 상류층을 하녀 신분에 불과한 타냐가 자신의 약혼자 시묜을 이용하여 멋드러지게 속아 넘기는 것이 이 희곡의 내용입니다. 하층민을 병균 취급하듯 무시하던 이들이 제대로 당하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함과 동시에 이들의 맹목적인 무지몽매함이 향후 러시아 사회의 거대한 변혁을 불렀음을 예고합니다.
우리 사회 역시 지난 1년 여간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고 대통령이 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했죠.. 역시나 역사는 반복되고 맹목적인 무지몽매함 또한 끈질기게 그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또한 사뭇 진지한 톨스토이의 여타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희곡은 굉장히 코믹스럽고 쉽게 읽힙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톨스토이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었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덮다 보니 역시나 대문호답다는 느낌이 절로 들더군요.
시종 코믹한 가운데서도 사회를 꿰뚫는 냉철한 비판 의식 또한 함께 읽히니까요. 마무리 또한 통쾌하면서도 찐한 여운까지 남깁니다. 결국 이후의 러시아 역사를 바꿔간 이들은 귀족이나 상류층이 아니라 타냐나 세묜 같은 이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보편적인 재미와 감흥이 우리가 고전 작품을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