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대소동 - 묫자리 사수 궐기 대회
가키야 미우 지음, 김양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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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란 소설로 처음 접했던 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 가족 간의 어찌 보면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잡아냈지만 참신한 해석과 거침 없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파묘 대소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족묘와 부부별성이란 두가지 사안이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가족묘의 경우 한국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부부별성이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부부동성 원칙을 따르는 국가인지라 이를 갖고 갈등하는 일본 남녀 들의 모습은 굉장히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페미니즘 적인 요소도 함께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왔던 부부 중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절대 남편 가족과 한 묘에 묻힐 수 없다는 유언을 남깁니다. 자신만 별도로 수목장을 해달라는 것이죠. 가부장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던 남편 및 그 가족들은 충격을 받습니다.

한편 결혼을 앞두고 남편의 성을 따를 수 없다는 여자의 선언으로 예비 남편 집안 또한 난리가 납니다. 그 집안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두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점차 갈등이 고조되고 한편 해결되는 과정이 많은 재미를 주는 소설입니다. 한국과 다소 다른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우리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아이를 갖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결국 묫자리 문제는 우리에게도 결코 먼 일이 아닙니다. 무연고 묘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조상의 묘를 대하는 후손 들의 태도 또한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겠죠..


작가는 머뭇거리지 않고 상당히 통쾌한 해결 방안을 각 가족의 사례를 통해 제시합니다. 독자로선 대리만족을 느끼기 충분한 작품입니다. 읽는 재미뿐 아니라 생각할꺼리도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한번도 쉬지 않고 쭈욱 읽어나간 페이지 터너 소설이었습니다.. 가키야 미우... 앞으로도 계속 챙겨 봐야 할 작가 목록에 오른 듯 합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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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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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 가연물.... 일본 미스터리 수상 관련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소설입니다. 한마디로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인정 받은 단편 소설 모음이죠.. 더욱 대단한건 이 작가가 소위 3관왕을 차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데뷔 이후 무려 세번째입니다.. 미스터리물이 범람하다시피 쏟아져 나오는 일본 문학계에서 이 정도 성과를 거두는 작가는 꽤나 드뭅니다. 일본에서의 명성에 비해 오히려 한국에서는 저평가된 작가라고 할 수 있죠..

읽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가진 작품이었고 역시나 기대를 전혀 배신하지 않는 필력을 선보여줬습니다.


이 책에는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건은 살인사건부터 방화, 교통사고 처리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 공통점은 군마현 수사1과 가쓰라 경부(한국으로 치면 경감 계급)의 활약으로 모두 말끔하게 해결된다는 점입니다.

추리물의 전형을 띄고 있는 작품들이지만 상투적이지 않고, 모든 내용이 정말 독창적입니다. 또한 어찌 보면 사소한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사안도 정확한 추리 끝에 시원스런 해결을 가져오기에 읽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네번째 에피소드인 가연물의 경우 쓰레기 봉투를 불태우는 정도의 일견 사소해 보이는 방화 사건이지만 이에 얽힌 사연과 추리가 굉장히 긴박감 있게 펼쳐집니다.

사실 목조 주택이 많은 일본에서의 방화 행위는 한국에 비해 상당히 중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도 막부 시대만 하더라도 방화범에겐 무조건 사형이, 그것도 가장 극단적인 화형이 내려졌고 이를 소재로 한 가부키 작품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하기에 별것 아닌 사안 같아도 이를 진지하게 풀어가는 가쓰라 경부의 활약이 더욱 돋보입니다..


다섯 편의 작품 모두가 꽤나 수작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명품 추리 소설이라고 칭할 수 있겠습니다. 3관왕이 거저 얻어지는 영예가 아닌 듯 합니다. 요네자와 호노부란 작가에 대해 저 역시 잘 알진 못했고 이 소설집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이름을 기억하고 가야 할 작가가 된 듯 합니다.

이전 작품도 필히 구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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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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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에 이어 본 소설로 다시 돌아온 사라 페너.. 이번이 두번째 소설이지만 처녀작에 이어 다시금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를 자격이 있음을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전작이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 연대를 바탕으로 악한 남성을 독약으로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도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역시나 해결사는 여성들입니다. 어느 정도 페미니즘 요소를 가미한 작품 들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는 비록 여왕이 지배하는 시기였지만 여성 인권을 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죠.

물론 모두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은 공통점이네요..

이번에는 오컬트 적인 요소를 가미한 강령술이 주된 소재로 쓰입니다. 지금은 거의 사기로 판명되었지만 여전히 이를 믿는 이들이 많이 남아 있을 정도니 여전히 기독교적 미신이 지배했던 그 당시에야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했겠습니까.. 망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인 유혹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격인 레나(얼마전 여동생 에비를 살인으로 잃었습니다)와 그 대척점에 서있는 남성 몰리의 시각이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레나편에선 3인칭, 몰리편에선 1인칭으로 서사가 전개되는 것이 특이하네요. 런던의 연쇄 살인범을 밝히기 위해 레나의 스승인 유명 심령술사 보델린이 여는 강령회가 열리게 되는 과정이 서사의 중심을 이룹니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범인의 실체는 밝혀지죠.. 그리고 열린 강령회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대립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일찌감치 범인이 짐작됨에도 끝까지 긴장감이 흐릅니다. 범인의 반격이 예사롭지 않으며 비록 강령술이란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에 맞서야 하는 여성들의 애처로운 저항 또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 스릴러가 적당히 잘 혼재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르의 특징상 한번 빠지게 되면 쉽게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렵습니다. 단 두 권의 소설만으로 자신의 재능을 입증한 사라 페너.. 그녀의 다음 소설은 무엇을 다루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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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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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바예스는 이제 고어가 되어가는 카탈루냐어 문학가 중 손꼽히는 작가로 인정 받는 인물입니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현재의 스페인 북동부를 이루고 있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반군에게 끝까지 대항했던 지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도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강세를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좌파 세력이 강한 곳이고 저항 문학이 꽤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티바 바예스처럼 순수한 문학을 추구하는 작가들 또한 많은 곳이죠. 지역 고유 언어인 카탈루냐어를 지키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제 시대 때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이 많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티바 바예스의 '나무의 기억'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조안을 지켜보는 손자 잔의 시각으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자상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자랑스러워 했던 조안은 점점 기억을 잃고 자신을 잃어가기 시작하죠. 이를 안타깝게 여기지만 받아들이는 가족들.. 단지 손자 잔만이 할아버지의 증세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신을 잊어가는 할아버지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된 어린이로서 당연한 모습이죠. 그렇지만 잔마저도 서서히 할아버지의 변화를 인정하며 남은 기간 동안만의 기억이라도 소중히 갈무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과정이 정말 감동스럽게 그려집니다. 전형적인 소설의 형태라기 보다는 마치 연작시를 보는 느낌입니다. 일본의 하이쿠와 비교한 평론도 있을 정도니까요..


조상으로부터 이름을 물려 받는 스페인의 전통상 손자 잔의 이름은 할아버지 이름인 조안에서 알파벳 O 자 하나만 빠진 이름입니다. 할아버지가 소중히 여겼던 나무의 추억을 잔도 어느새 이해하고 자신의 기억인 양 소중히 간직하게 되는 결론 부분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어느새 할아버지는 잔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기억으로 남게 되니까요..

스페인 작가들의 소설은 꽤나 많이 읽은 듯 한데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은 남달랐던 듯 합니다. 카탈루냐어를 지키겠다는 작가의 의도도 어느 정도 먹힌 듯 합니다. 저부터 카탈루냐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몇 차례나 검색해 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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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미리보기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5
쿠로노 신이치 지음, 이미향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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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노 신이치의 소설, 열일곱의 미리 보기는 영어덜트 소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성인이 된 상황에서의 회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쿠로노 신이치는 '어쩌다 중학생 같은걸 하고 있을까'라는 소설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한 분입니다. 주로 청소년의 다채로운 삶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있지만 그의 작품 속에선 하나의 순탄치만은 않았던 한 인간의 인생이 보여집니다..

정신건강 의학과 아쓰미는 어느날 반항적인 기질의 여고생 미카를 상담하게 됩니다. 아쓰미처럼 의사가 장래 희망이었던 미카... 여러 상황이 겹쳐 의사 되기를 거의 포기한 미카 앞에서 아쓰미는 불우했던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공부해야 할 나이에 사랑의 도피를 했어야 했던 그녀의 과거를...


당연 현실과 아쓰미의 과거 회상이 겹쳐 서사는 액자형 소설로 진행됩니다. 주로 아쓰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직장을 잃은 아빠가 가출하고 졸지에 집안 생계에 큰 관심이 없는 엄마와 여동생을 책임져야 했던 아쓰미... 아르바이트로 들어간 레스토랑에선 성희롱까지 당합니다.

그는 소꼽친구였던 유타로를 따라 도시로 사랑의 도피, 사실상 현실에서의 도피를 꾀합니다. 아쓰미를 위해 불량 학생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을 하는 유타로, 그런 유타로와 함께 대학 입학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아쓰미... 이제 만 17세에 불과한 그들 앞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요..

소설은 꽤나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아쓰미는 끝내 의사의 꿈을 이뤘고 예쁜 아기까지 갖게 되었지만 그녀의 미래를 위해 몸을 돌보지 않았던 유타로의 희생이 함께 존재했죠..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녀의 이야기에 감동 받아 새롭게 살아가는 삶을 꿈꾸는건 이야기 속 미카뿐이 아닌 이유입니다.

열일곱이란 나이.. 여전히 어린 취급을 받는 나이이겠지만 자신의 꿈을 정립시키기에 충분한 나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득 나는 나의 열일곱 살 시절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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