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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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바예스는 이제 고어가 되어가는 카탈루냐어 문학가 중 손꼽히는 작가로 인정 받는 인물입니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현재의 스페인 북동부를 이루고 있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반군에게 끝까지 대항했던 지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도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강세를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좌파 세력이 강한 곳이고 저항 문학이 꽤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티바 바예스처럼 순수한 문학을 추구하는 작가들 또한 많은 곳이죠. 지역 고유 언어인 카탈루냐어를 지키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제 시대 때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이 많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티바 바예스의 '나무의 기억'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조안을 지켜보는 손자 잔의 시각으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자상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자랑스러워 했던 조안은 점점 기억을 잃고 자신을 잃어가기 시작하죠. 이를 안타깝게 여기지만 받아들이는 가족들.. 단지 손자 잔만이 할아버지의 증세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신을 잊어가는 할아버지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된 어린이로서 당연한 모습이죠. 그렇지만 잔마저도 서서히 할아버지의 변화를 인정하며 남은 기간 동안만의 기억이라도 소중히 갈무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과정이 정말 감동스럽게 그려집니다. 전형적인 소설의 형태라기 보다는 마치 연작시를 보는 느낌입니다. 일본의 하이쿠와 비교한 평론도 있을 정도니까요..


조상으로부터 이름을 물려 받는 스페인의 전통상 손자 잔의 이름은 할아버지 이름인 조안에서 알파벳 O 자 하나만 빠진 이름입니다. 할아버지가 소중히 여겼던 나무의 추억을 잔도 어느새 이해하고 자신의 기억인 양 소중히 간직하게 되는 결론 부분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어느새 할아버지는 잔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기억으로 남게 되니까요..

스페인 작가들의 소설은 꽤나 많이 읽은 듯 한데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은 남달랐던 듯 합니다. 카탈루냐어를 지키겠다는 작가의 의도도 어느 정도 먹힌 듯 합니다. 저부터 카탈루냐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몇 차례나 검색해 봤으니까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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