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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 엘리 / 2024년 8월
평점 :
36년 간의 식민지배가 종료되고 나니 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는 사태를 겪게 되었습니다. 해방자로 알았던 미국, 소련은 점령자로 행세했습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민족으로 살아 왔던 이들끼리 전쟁을 벌여 수백만 명의 사상사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남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떠했을까요? 친일파는 거의 청산되지 못했고 악랄했던 군사독재, 광주에서의 시민 학살.. 등등 왕조 국가로 전락한 북한 못지 않은 야만적 행태가 반복되었습니다. 조심스레 한반도의 통일을 말하는 세력은 용공분자로 매도되기 일쑤였죠..
고은지의 소설 해방자들은 이런 한국의 현대사와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이민자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대변합니다. 솔직히 읽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내가 알던 역사와 세세한 부분에서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요..
소설은 한국 전쟁을 경험했지만 광주 항쟁의 과정에서 살해 당한 요한, 그녀의 딸이면서 이민 1세대를 형성하는 인숙, 인숙과 배우자 성호의 아들 헨리 3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변 인물 들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미국이라는 선진국이자 동경하는 땅에 정착한 이들이지만 이들의 생활이나 심리적인 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누구나 느끼게 되는 고민이나 갈등을 그들 역시 그대로 느낍니다.
나름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인 로버트 같은 존재를 제외하면 그들 대부분에게 한국에서의 여러 대형 사건은 그저 뉴스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관심 자체는 분명 있지만서도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이 그들에게서 느껴집니다..
일제의 수탈,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광주민중항쟁, 88올림픽, 남북정상회담, 햇볕정책, 세월호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이슈 들이 이 소설에도 촘촘히 등장합니다. 우리가 겪는 아픔을 이민 2,3세대 또한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감 속에 함께 느끼고 있음을 알수 있죠. 민족의 정체성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분단된 국가입니다. 통일이 필요할지 아닐지 여러 의견이 존재하고 심지어 지속되는 주적으로 북한을 간주하자는 세력 또한 여전히 힘을 발하고 있습니다. 다시금 같은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일제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은 그때 못했던 친일파 청산과 아울러 해방전 같은 민족으로서 살아 왔던 한반도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