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훔친 남자
양지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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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치는 남자'는 양지윤 작가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모두 8편의 개성 강하고 잘 만들어진 단편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일단 그녀의 단편에 나오는 이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그 또는 그녀로 표현됩니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상 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회사의 87 그루 나무 화분 전체를 똑같이 생긴 인조 나무로 바꿔 치기해서 자신의 집에서 돌보는 남자라든지, 시도 때도 없이 박수를 치고 다니는 남자라든지, 수조에 사람을 가두고 키우는 여자라든지 사실 소설 상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 들이 이 소설집의 주인공 들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상은 노숙자로 살다 미술에 대한 재능을 발휘하여 세계적 위상을 갖는 화가가 되는가 싶더니만 다시 노숙자로 돌아오는 뱅크럽시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와 전혀 동떨어진 상태로 느껴지던 괴이하기까지 한 인물 들은 소설이 끝나갈 때 즈음엔 바로 나, 우리가 됩니다. 극히 공감할 수 있는 인물상으로 바뀐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피엔딩으로 일관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슴 아픈 엇갈림이나 주인공의 소멸로 끝나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작가의 소설들이 그저 그런 이야기의 묶음이 아니란 반증이기도 하죠. 그야말로 독특하지만 꽤나 잘 읽히는 소설 들입니다.

어쨌든 기존에 읽어 왔던 소설 들의 흐름과는 꽤나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그 쓸모와 효용성으로 평가 받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 범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은 바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고 괴짜로 낙인 찍히게 되죠. 그렇지만 그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인간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물 들입니다. 양지윤 작가의 소설이 색다르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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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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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19 펜데믹 사태가 진정되어 가던 2021년 11월 하늘길이 뚫리고 처음 갔던 출장과 여행을 겸한 20일 간의 외유가 바로 스페인-포르투갈이었습니다. 격리는 없어졌지만 오갈 때 모두 백신증명서가 필요했고 PCR 검사 후 음성이 확인되야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기였죠.

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세비야 등을 축으로 하여 10여개 도시 곳곳을 렌트카로 돌았습니다. 한반도의 2.5배 크기라는 것을 실감했죠. 도시마다 랜드마크처럼 서있는 대성당들, 그리고 중동 어느 국가에 온 듯 한 착각을 일으킨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등등.. 카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전통을 가진 나라란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서기 1492년은 스페인 역사에서 전환점이 된 한 해입니다. 800여 년 간 이베리아 반도를 차지했던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는데 성공했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해이기도 합니다.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을 식민지화 하는 등 통일 국가로서의 스페인의 국운이 본격적으로 뻗치기 시작한 시점이죠.

물론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학살 차원을 넘어선 말살 등의 제국주의 정책은 지금도 비판 받는 점입니다. 이후 새롭게 떠오른 제국주의 강국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 대부분의 식민지를 잃은 스페인은 합법적 선거로 집권한 인민전선과 이에 반대해 반란을 일으킨 극우파 프랑코 세력과의 내전을 통해 더욱 큰 타격을 입습니다.

프랑코는 국민에 대한 탄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었고 수십 년간의 독재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외면 받게 됩니다. 결국 스페인은 과거의 영화를 모두 잃어버린 채 유럽에서도 늘상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3류 국가로 전락하게 되죠. 우리가 극우 독재 체제를 결코 용납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국가입니다. 찬란했던 과거 역사가 남겨 놓은 관광 자원 또한 상당하고 민주화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주권 의식 또한 높아진 상태입니다. 과연 스페인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저부터가 궁금해집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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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400년 대만의 역사 드디어 시리즈 2
우이룽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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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라는 섬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수많은 원주민 들이 수천년 전부터 살아 왔던 곳이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은 불과 400년 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문자를 갖춘 한인들이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했고 체계가 잡힌 관리 체제가 확립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전의 역사를 완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문명화되지 못한 소위 야만인 들이 주로 살았던 섬이다 보니 그들의 역사는 신화로만 남아 있을 뿐이죠.. 통일된 민족 국가의 형성과 문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우이룽은 전문 역사학자라기 보다는 교육학을 전공한 중학교 교사입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조차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로 대만사를 저술했고, 너무나 쉽게 대만의 지난 역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대만은 대륙 본토에 사는 한족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종종 이주하여 현지 원주민과 마찰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그 세력을 넓혀가는 곳이었는데 명나라 멸망 후 반청복명을 외치던 정성공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한족의 이주가 시작됩니다. 이후 청나라의 지배를 받다 청일전쟁에서 패한 이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죠.

그렇게 일본의 한 부속 도서로서 계속 가나 싶었던 대만은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개석 국민당 정부의 이전으로 인해 굴곡의 현대사를 맞게 됩니다. 일제에 맞서다 죽은 이들보다 훨씬 많은 국민들이 국민당 정부 하에서 희생을 당해야했습니다. 무려 40년 가까이 계엄 정치를 실시했고, 검열과 반대 세력에 대한 학살, 탄압은 일상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빨갱이로 몰려 희생 당해야 했던 상황은 우리의 군부독재 시대를 연상케합니다.

결국 반공을 국시로 하던 국민당 정부는 그들이 빨갱이로 몰아 가혹하게 탄압했던 진보(민진당) 세력에게 선거에서 패하고 권력을 잃게 됩니다. 그 이전에 절대적으로 기대었던 미국에게도 배신(?) 당해 유엔에서 탈퇴하고 현재 수교국이 채 20개 국도 되지 않는 왕따 신세로 전락하게 되죠..

그렇게 정권 교체를 이뤄낸 소위 '빨갱이' 민진당 정부가 중국 본토와 날을 세우고 대만의 홀로서기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한 일이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도 대만 경제는 착실한 성장을 거듭했고 오늘날 TSMC 등 세계적인 기업을 내세워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더 높은 나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아군도, 적도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대만의 실용적인 외교, 경제 정책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죠. 이념과 진영 논리에 몰빵 중인 현재 우리 정부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닌 듯 합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 대만... 어떤 의미에선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나라가 아닌가 싶네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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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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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미국이란 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일까요. 남북전쟁이나 태평양 전쟁 시기를 꼽는 이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 시기를 꼽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기아와 범죄 앞에 내동댕이쳐졌고, 오히려 전쟁은 미국 경제가 회생하는 계기였죠. 그래서인지 지금도 미국이란 나라는 전 세계에서의 전쟁과 분쟁을 앞장서 유지하는 국가에 속합니다.

어쨌든 대공황의 여파는 10년 이상 이어졌는데 이 소설은 그 위중했던 시기에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해 서부 샌디에고까지 이송되었던 두 마리 기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암수로 이뤄진 두 어린 기린은 허리케인을 뚫고 살아서 미국에 상륙했으며 12일 간의 육로 여정을 거쳐 서부로 이동하게 되죠. 작가의 상상력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것은 이 여정에 동참하게 되는 여러 인물 들을 통해서입니다.


이 책은 로드 픽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5세를 맞아 임종을 앞둔 노인 우디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는 여차저차하다 보니 기린 수송 차의 운전수로 일하게 됩니다. 그전까진 온 가족을 자연 재해로 잃고 뉴욕까지 흘러와 도둑질로 연명하던 17세 소년일 뿐이었죠. 기린보다는 황금의 땅이라고 불리우던 캘리포니아에 어떻게든 도달하는 것이 우디의 인생 목표였죠...

그런 와중에 그는 '영감'이라고 불리우는 라일리 존스, 여성으로서 홀로 서기를 하고자 하는 매력적인 사진 기자 오거스타 등과 동행하게 되고 그들을 통해 그간 입어 왔던 상처를 치유하게 됩니다. 물론 두 마리 기린 또한 큰 역할을 하게 되죠..


흔히들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은 소설이었습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여러 고난과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우디는 진정한 휴머니즘을 경험하게 됩니다. 작가는 우리를 1938년 당시의 미국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이 여행자들을 괴롭히던 시기입니다. 여전히 무법자 들이 난무했고 지금과 같은 도로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때입니다.

그러하기에 이 소설은 12일 간의 여정을 통한 한 소년의 모험기,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재미 없을 수가 없는 책이죠.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읽는데 그리 긴 시간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만큼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지면서도 '착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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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과학이 아닙니다
야마모토 기타로.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정한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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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건 과학이 아닙니다.. 라는 책은 일본의 학자들인 야마모토 기타로, 이시카와 마사토의 공저입니다. 두 분 모두 과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나 연구원으로 오래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이죠. 사실 '과학'이란 분야에서 왠만한 일반인은 깔아 뭉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입니다.

이들은 과학 그 자체를 설명하기보다는 과학의 힘을 빌어 대중과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유사 과학의 실체 및 여러 음모론의 실체를 밝히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림 자료 등이 많이 있고 사례 위주로 풀어나가기에 점심 시간 중에 가볍게 읽으려고 선택한 책인데 정말 가볍게 읽히더군요. 내용이 쉬운데다가 재미까지 있었던 책입니다.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유사 과학이 판치고 있습니다. 교묘하게 전문가라는 이들의 견해라든지, 대중의 확증편향성을 이용해 필요 없는 소비를 불러 일으키고 돈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여전히 유령이나 영혼의 존재를 믿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종교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종교의 상당 부분은 과학의 발전에 따라 혁파되었지만 신비론에 빠진 이들은 여전히 과학을 부정하고 '지구 나이는 8천 년' 등과 같은 유사 과학을 굳건히 믿는 현실이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여러 유사 과학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상업적 시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해 준 책입니다. 대표적으로 디톡스 효과, 자석 효과, 수소수, 혈액 클린징 등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많은 것들이 과학적 검증에 의한 결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늘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을 받아들이는 존재입니다. 종교나 유사과학은 인간의 이런 약점을 참으로 잘 포착해내고 기꺼이 주머니를 열게끔 만드는 마력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책이 더욱 많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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