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간 처녀 -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상영중단까지 당한 사회고발 문제작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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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간 처녀'는 1981년 유지인, 금보라, 이영옥, 한지일 등 당시 쟁쟁했던 스타들이 주연으로 나와 개봉했던 영화입니다. 왠지 모르게 제목이 기억에 남고 영화 중간중간을 하이라이트로 보았던 기억이 분명히 납니다.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지만 당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버스 차장(이라고 쓰고 안내양 또는 요금수납원이라고 읽습니다) 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였죠. 서슬 퍼렀던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척박했던 현실을 보여주는 사회 고발성이 짙은 영화였기에 그 의의가 컸지만 오히려 관제화된 버스 회사 측 기사 들과 안내양 들의 항의를 받아 개봉관에서 내려가고 수정을 거쳐 재개봉했지만 이미 영화적 가치를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죠..



40년 전 우리 사회는 부정부패로부터 그리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안내양 들의 삥땅은 일상다반사였고 회사 고위층까지 연결되는 상납의 구조를 거치며 묵인되어졌습니다.


대부분 시골에서 생계를 찾아 올라와야 했던 버스 안내양들은 자본을 대표하는 회사로부터 착취 및 인권 유린을 당하고, 남자들에게 속고, 사회적으로도 전혀 인정 받지 못하는 처지였던 것이죠..


최초 작가로 데뷔해 이후 영화계까지 섭렵하게 된 김승옥은 시나리오에서도 이 작품 외에 안개 등 걸작을 많이 남긴 인물입니다. 당시 이러한 사회 고발성 작품을 쓴걸 보면 어느 정도 깨어 있던 지식인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대사와 지문으로만 구성된 시나리오임에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혀졌습니다. 40여년 전 그때 우린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시대상이 느껴진데다가 당시를 살아가는 민초 들의 삶의 군상이 지금에 와서도 그닥 달라진게 없다는 사실 또한 함께 느껴지더군요.



비록 40여년 이란 시대의 간극은 존재하지만 당시에도 명작으로 평가 받은 작품은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명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다시 찾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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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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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은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낙상 사고 이후 지난 2년 간의 기억을 잃은 주인공.. 다시 사회에 복귀하지만 무언가 달라진 기류를 느끼게 되고 새로 사귀게 된 주변 인물의 실종 및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들의 실종과 주인공은 과연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작가는 IT 대기업에 근무했던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도 작가가 가진 IT 지식이 유감 없이 발휘됩니다. 첨단 CCTV 및 잠금 장치가 등장하는가 하면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가 아예 CCTV 시스템을 개발하는 IT 회사로 설정됩니다.

작가의 다양한 독서 경력은 지적인 주인공을 통해 발현되구여. 사과를 활용한 초현실주의 그림을 주로 그렸던 화가 마그리트의 작품이 작품 자체의 맥거핀으로 작용합니다. 맥거핀이지만 사실 나름의 사건 전개를 통칭하는 암호명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스릴러 소설답게 긴장감 있는 액션이나 대치 장면 등도 자주 등장하고, 주인공은 의도했던 의도치 않던 자주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고 풀어 나가는 과정이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결국 우연한 계기로 주인공은 자신의 2년 간의 기억을 되찾게 되고 커다란 반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지난 2년간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었던가를 정면으로 직시하게 되죠..


기억상실증이라든지, 사이코패스의 등장, 거대 기업의 음모 등 추리 장르 소설에서 흔한 클리세가 자주 등장하지만 역시나 이를 재미있게 버무리는 것은 작가의 몫입니다.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뭔가 풀어질만 하면 펑펑 터져주는 새로운 사건과 전개가 끝까지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최후반부 반전 또한 그럴싸했구요.

작가 최초의 장편 장르 소설이라고 하는데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책이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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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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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설의 재미를 따질 때 처음 한번 손에 잡았을 때 어디까지 읽어나가는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위화의 소설 원청... 일단 처음 책을 펴고 거의 끝까지 읽어 내려 간 책이었습니다..

케이블 티비에서 종종 장예모 감독, 공리 주연의 영화 '인생'이란 작품을 틀어줄 때가 있습니다. 1940년 대부터 문화혁명 시기 까지의 중국 역사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푸구이라는 사람의 비극적이고 굴곡진 삶을 담담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냈기에 방영할 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의 원작자가 이 소설과 같은 '위화'라는 것은 원청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역시나 대단한 작가입니다.


원청은 2021년 작가가 8년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입니다..

중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딸을 낳고 실종된 아내를 찾아나선 린샹푸라는 인물의 삶의 궤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일제 식민 시절을 겪는 등 격변의 시기였지만 중국 또한 외세에 의해 영토가 할양되고 지역마다 토비라 불리우던 도적떼가 창궐하며 학살이 일상화되던 시기였죠.

아내를 찾아 어린 딸을 데리고 낯선 남쪽 지방에 정착한 린샹푸는 특유의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 받아 현지에서도 부호로서의 삶을 살아 가게 되지만 장도끼라 불리우는 악한이 이끄는 토비 들의 공격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끝내 아내를 찾지 못하고 한 많았던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거대한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민초에 불과한 린샹푸의 그닥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소설을 접하게 되는 독자에게 남기는 여운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의 삶이 바로 당시의 중국 그 자체였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외전격으로 소설 후반부를 장식하는 린샹푸의 (잠시 동안의) 아내 샤오메이의 삶 또한 아주 인상 깊습니다. 린샹푸와 왜 그리 짧은 동안만 부부의 연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고, 젖먹이 어린 딸을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가 하는 사연과 린샹푸 못지 않은 그녀의 구슬픈 삶 역시 독자에겐 깊은 비애감고과 안타까움을 안겨 줍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와 결말에까지 이르는 매끄러운 과정을 보면서 위화라는 작가를 가히 거장이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겠더군요.


소설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중국 근대사의 어두웠던 이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했던 민초 들의 삶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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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왜 왔니?
임유섬.권혜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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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게 된건 TV에서도 자주 보게 되는 장항준 감독의 추천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나름의 재미를 갖추지 않은 소설이라면 그 분께서 추천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SF 장르라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유쾌한 사랑과 소통을 그린 소설이라니 읽기 전부터 흥미를 자극하더군요..


이 소설은 신세대 작가 두명의 협업품입니다. 임유섬 작가에 의해 시나리오로 탄생한 원본을 권혜원 작가가 소설화 시킨 것이죠.. 역시나 읽는 내내 신세대적인 대사와 감각을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실 지구라는 자연 환경에 최악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야할 환경이 이미 무너지고 있는지 오래죠.. 외계인 황제는 지구 상의 인간을 없애기 위해 인간의 생식 능력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고 그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로 자신의 막내딸 수정 공주를 선택합니다.

엄청난 미모와 지성을 보유한 공주이지만 인간 세계에서 그녀는 모쏠녀에 어린 아이와 같은 지식을 보유한 초보 여행자에 불과했죠.. 그런 그녀가 철벽남 소아과 의사이자 지구인인 진석을 만나게 됩니다. 만남 자체도 우연과 필연이 겹쳐지면서 두 존재는 어느덧 '사랑'이라는 감정을 서로에게 느끼게 됩니다.



황제로부터 부여 받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공주의 좌충우돌, 그런 그녀의 정체를 모르고 사랑에 빠지게 된 진석의 또다른 좌충우돌....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재미의 큰 측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등장하고 지구 밖 기술 들이 활용되기에 SF 소설의 범주를 띄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입니다. 영화화가 된다고 할 때 로코 코믹물로 볼 수도 있겠네요..

발랄하고 기발한 문체는 역시나 21세기 신세대 소설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딱히 큰 감동이나 문학적 가치성을 따지기 전에 그냥 재미 자체로서 읽는 것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지구는 지금이라도 인간의 행동이 변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터전으로 항구하게 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사랑도 마찬가지겠구요..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예쁜 소설,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뭐 일단 읽기 시작하면 빠른 시간 내 완독이 가능한 소설이라고 표현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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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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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라는 작가가 세계 문학, 미국 문학에서 남긴 자취는 위대함 그 자체입니다. 이미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으로 그 존재를 입증했고 미국에서는 근대 문학과 현대 문학과의 가교를 이은 작가로 그 위상이 드높습니다.

1차 대전, 스페인 내전 참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졌고 유럽에서 '국외 거주자 모임'의 일원으로서 기라성 같은 작가 들과 교류하며 더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있거라 등 그의 장편은 재미적인 면이나 문학적 가치에서도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명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장편은 쇄를 거듭하며 여전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반면에, 수많은 단편 소설도 발표했지만 그닥 큰 인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영화로도 제작되고 한국 독자의 뇌리에도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작품이 바로 킬리만자로의 눈 되겠습니다.

이 짧은 소설은 괴저병으로 죽음을 앞둔 작가의 마지막 이틀 정도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현재와 과거의 회상이 번갈아 교차되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헤밍웨이 그 자체를 그려낸 작품이라고까지 평가 받죠..

죽음 후 작가 자신이 날아가고 싶었던 산이 바로 그 산이 아닌가 싶네요..

이런 상징성을 가진 작품임에도 큰 인기가 없었던 이유를 번역자인 이정서 씨는 그간의 잘못되고 경직된 번역에서 찾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책엔 킬리만자로의 눈을 포함 6편의 단편 소설이 함께 게재되어 있습니다.

책 말미에 '빗속의 고양이'라는 작품의 비교 번역까지 소상하게 게재하며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실제 비교해서 읽어보니 작품의 뉘앙스가 조금은 달라짐을 느낄 수 있더군요..

조금의 달라짐에도 헤밍웨이는 단편 역시 꽤나 잘 쓰는 작가란걸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뭔가 확실한 결론이 없는 구성, 미완성으로 끝난 듯 한 느낌이 이번에 읽은 단편 소설 모음집의 전반적 특징이었고 다소의 허무함까지 느껴지더군요..

이는 내용의 8분의 1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평소의 헤밍웨이 습작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그간 기회가 없다는 핑계로 애써 외면해 왔던 세계적인 대문호의 단편선을 읽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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