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의 신이 된 김 차장 - 성공확률 제로에서 히어로까지
김건형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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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까놓고 말하자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국내 소득 수준이 3만불 시대를 열었음에도 여전히 GDP의 절반 이상은 수출로 채우고 있고, 무역수지 흑자, 적자 여부가 매월 매스컴에 대서 특필되는 나라이기도 하죠..

물론 무역 수지 흑자의 90% 가량은 중국이란 단일 국가에서 보고 있다는 소위 쏠림 현상도 존재하고 있지만 그 외 나라로의 수출 또한 한없이 중요합니다.


저자인 김건형씨는 대우전자로 입사한 후 IMF 이후 LG 전자로 옮겨 주로 해외 법인, 수출 업무를 담당한 21세기 대한민국 수출 현장의 산증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전 부문의 수출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어쨌든 IT 분야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제 생활필수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한 그가 '신화'라고 표현하는 파키스탄에서의 GSM 폰 매출의 대거 확대는 LG 전자의 핸드폰 사업의 정점을 이뤘던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결국 폰 시장에서 철수한 LG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 한 인물이죠..

어쨌든 수십개 국 출장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가 지켜낸 무역 현장은 바로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국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념적 가치를 선택함으로써 2년 가까이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의 우리 나라 시점에서 꼭 되새겨 봐야 할 역사와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일의 단순한 후기가 아닌 대화체 소설로 쓰여져 있어 읽기 매우 편했습니다. 치열한 수출 전쟁(?)의 현실이 생생하게 느껴졌기도 하구요.. 이 정도 고생은 누구나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고생을 누군가 하고 있기에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껏 버텨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저도 1년에 150일 이상을 출장을 다니고 있는 비지니스맨이기도 합니다. 불과 이틀전 해외 출장에서 귀국했구요. 그러하기에 이 책의 내용이 더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밝히자면 저 역시 저자와 같은 회사의 홍보실이 저의 첫 직장이었고 저자와 다닌 시기가 몇년 간 겹치기도 합니다. 어째 낯이 익은 얼굴이었네요..^^

앞으로 남은 직장 생활도 대한민국 무역의 최전선에 선 저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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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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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부커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에 꼽히는 콩쿠르상.. 여기에 노미네이트 된 소설 '설탕꽃'을 배경, 아니 그 소설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 버리는 특이한 미스터리 소설.. 바로 익명 소설입니다.

이미 작가인 앙투안 로랭은 역시나 유수한 문학상으로 꼽히는 랑데르노상을 이미 수상한 작가입니다. 익명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심지어 판타지 소설로도 구분할 수 있겠지만 주된 내용은 프랑스 출판업계의 현실을 그려내는 드라마 소설로 보는게 맞을 듯 합니다.


어느날 프랑스 유수의 출판사에 투고된 신인의 첫 소설 '설탕꽃'... 등장부터 화제를 모으며 곧 베스트 셀러에 오르게 되고 그해 최고의 문학 작품을 꼽는 콩쿠르상의 유력 수상 후보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문제는 이 소설을 쓴 작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더욱 미스터리한 것은 이 소설에 나온 살인 장면 그대로 이미 두 건의 살인이 발생했고 또 다른 두 명의 죽음이 예고되어 있다는 사실이죠..



굉장히 재미있는 플롯으로 짜여진 책이었습니다. 살인 사건의 이면에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비극이 있었고, 누군가의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생명'을 얻게 된 소설이 스스로 그 내용을 실현하게 된다는 전개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소설은 그 자체가 작가의 처절한 창작의 산물입니다. 99%의 인류는 책을 써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나머지 1%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 들만이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책을 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그들 중에서도 콩쿠르상 등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이들은 더욱 소수가 되겠죠...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문학작품이 있다면 정말 작가가 스스로의 영혼과 육체를 갈아 넣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 시장의 내막을 나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어떻게 하나의 소설이 생명을 갖게 되는 것인가를 생생히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던 독서 체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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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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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작년 부커상 후보작에도 올랐던 작가 클레어키건의 첫번째 한국어 번역 출간작입니다.

24년 간 작가로 활동하면서 단 4편의 소설 밖엔 펴내지 않은 특이한 작가이고 모두 중단편 소설이었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난 이후 문단의 찬사는 저의 찬사로 바뀌더군요..



100페이지 정도에 불과한 어찌 보면 중편도 아닌 단편에 가까운 내용임에도 담야할 모든 이야기를, 큰 감동을 모두 잡아낸 소설입니다. 그야말로 손에 잡게 되면 단박에 끝을 봐야 하는 소설이기도 하구요.

부모의 정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자란 한 소녀가 먼 친척의 손에 방학 동안 맡겨져 겪게 되는 몇 개 에피소드를 그려냈을 뿐이지만 그 하나하나의 전개가 너무나 섬세하고 가슴에 와닿게 펼쳐집니다. 마지막 결론부에선 울컥함과 동시에 꽤나 큰 감동... 또한 슬픔까지 느껴집니다.

평범한 소재를 이렇게 세심하게 그려낸 작가의 역량을 칭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몇몇 작가와 평론가들의 호평은 그야말로 제가 느낀 바를 그대로 표현해 줍니다. 이 정도 분량에 이만한 내용과 감동을 부여할 수 있는 작가를 평생 살면서 몇이나 만나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다를까 영화화까지 되어 곧 한국에서도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네요. 영화에 대한 리뷰 역시 칭찬 일색입니다. 원작이 워낙 좋으니 영상화된 작품 역시 좋은 결과물로 이어진게 아닐까요.. 당연히 영화 역시 꼭 봐야겠더군요...

보통 호흡이 길고 정교한 플롯이 뒷받침된 소설들을 많이 선호합니다. 뒤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지만 클레어 키건은 짧은 내용임에도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담아낼 수 있음을 이 소설을 통해 바로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빨리 다른 작품도 번역되어 나와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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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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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이란 저자 이름만 보고도 살짝 설레었던 판타지 소설이 '요괴 어사'입니다. 제목이 다소 해괴한데 조선 임금 정조의 명을 받고 요괴를 퇴치하고 억울한 영혼을 천도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파견된 어사를 뜻합니다.

혼자서 그 많은 요괴를 당해낼리 없고 능력자 몇몇이 모여 한 팀을 이루게 됩니다. 조선의 살아 있는 능력자들 뿐 아니라 심지어 저승에서 염라대왕의 협조를 받아 파견(?)된 해치까지....


타고난 이야기꾼 설민석답게 시종일관 스토리는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원더스의 경우 이미 판타지 웹소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이기에 설민석의 첫 장편 소설이지만 매끄러운 작품이 나온 듯 합니다. 어느 정도 플롯 등의 구성에 많은 개입이 있었을테니까요.

물론 소재 자체가 엄청나게 새롭고 등장하는 이들 역시 신선한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는게 이미 90년대 초반 '퇴마록'이란 비슷한 류의 소설이 있었죠.. 어느 정도는 퇴마록에 대한 오마주를 띈 작품이란 생각도 절로 들게 만듭니다. 주인공들의 능력은 퇴마록과는 다소 다르지만 사건에 접근하여 해결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권선징악이란 주제에도 충실하구요. 악귀도 나오지만 가끔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된 이들이 요괴로 등장하는 장면 역시 많은 기시감을 줍니다.


어쨌든 판타지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작품입니다. 일단 가장 큰 목적인 '재미'라는 측면에 많이 부합되는 소설이니까요.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그야말로 훌딱 읽히는 소설입니다. 잠자기 전에는 읽지 말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어 다음날 일정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설민석씨는 역사 자체를 어느 정도는 판타지 적인 요소를 지니고 자주 해석을 하던 분이기도 합니다. 종종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또한 그럴싸하기도 했었죠.. 이런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난 작품이 이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레임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요괴어사입니다.. 왠지 앞으로 시리즈로도 쭈욱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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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복 같은 소리 - 투명한 노동자들의 노필터 일 이야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획 / 동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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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복 같은 소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44명의 목소리를 담아낸 책입니다. 이제 노동 문제를 넘어서 인권 문제로까지 심화되어 버린 비정규직 문제를 직접 거기에 속한 노동자들로부터 들어본다는 의의를 가진 책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는 어느 사이 또다른 의미의 불평등 사회, 계급 사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IMF에 의한 세계화의 가속화 이후 생겨난 비정규직은 월급 노동자의 절반, 파트타임 노동자의 거의 전부, 프리랜서까지 포괄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정규직이 받는 급여의 절반 수준 정도 밖에 안되는 급여를 수령한다는 것은 명백히 불평등한 일이고,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발전이 아닌 퇴보를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지켜낼 최저임금 인상은 포퓰리즘으로 간주되기 일쑤이고, 공산국가나 후진국이 아니라면 어디에나 있는 노조를 버젓이 적대시하는 지도자가 선출되는 곳이 우리 대한민국이기도 합니다.

이젠 사각지대가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공간, 지역 거의 어디에나 배치되어 있는 비정규직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 과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면서 우리 사회의 주류로 편입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공상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은 끝임없이 폄하되고 소위 빨갱이 사상으로 욕을 먹습니다. 같은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욕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만 살아남은 제로썸의 세상이 우리에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침 안면이 있는 대학로 연극 배우 리우진 씨도 코비드 19 시기 건설 현장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일화를 기고해 줬더군요. 이것만 보더라도 비정규직은 금수저를 물고 나온 소수를 제외하곤 우리 또는 우리 자식 모두에게 그리 먼 위치가 아닙니다.

한꺼번에 모든걸 바꿀 순 없겠지만 모든 직종을 비정규직화 하려는 이윤에 혈안이 된 기업이나 이에 경도된 일부 정치인 들의 움직임만큼은 우리가 늘상 경계해야 할 작태일 것입니다. 최소한 그들의 마타도어에 현혹되어 언젠가 자신과 그 가족 들까지도 집어 삼키게 될 이런 작태에 동조하는 모습은 버려야 하겠죠..


가급적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주위엔 정말 많이들 있습니다. 그들의 노오력이 부족했고 운이 나빴다 보다 하면서 애써 외면하기 보다는 이들이 왜 이런 삶과 노동의 지위를 살아가야 하는지 진심 어린 이해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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