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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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이런 상황을 설정해 보죠. 15,16세기 조선을 대규모의 서양 군함이 침략해 대부분의 영토를 점령합니다. 왕은 폐위되거나 살해되고 백성의 대부분은 수탈과 굴종의 삶을 강요 당하게 됩니다. 침략한 서양인들은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우린 너희에게 독립과 자유를 빼앗았지만 대신 내세에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기독교를 전해 주었고, 우리의 앞선 기술을 전파했다'....

과연 이런 상황이 납득이 되시렵니까? 우리는 20세기 초에 접어 들어서야 일제에 의해 당했던 일이지만, 서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몇세기 전부터 이런 상황에 처해졌습니다..

작가인 수바드라 다스는 영국 국적으로 영국인이 받아야 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현재도 영국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인도 계열의 유색 인종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양측(?)에 모두 속해 있다는 특이점을 한껏 발휘하여 그간 서구 뿐 아니라 식민지 경험이 있던 모든 나라에 만연되어 있던 여러가지 프레임을 적나라하게 비판합니다.

그녀가 분류해 비판하는 10가지 프레임은 우리도 어느새 자연스레 보편적 진리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류의 프레임이 서구가 행했던 제국주의 역사를 희석시키고, 여전히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리는 상당수 비서구권 국가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작가는 명확히 밝힙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불러 왔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꾸준히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근대화 되었다는 한국이 독립 직후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명확함에도 그런 주장을 고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서구가 짜놓은 프레임에 갇혀 있음을 입증합니다.

책은 역사상 실재했던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며 설득력을 더합니다. 조금 앞선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국가, 민족에 대한 지배를 당연시했던 서양인 들의 관점에서 그들을 제외한 이들은 비문명인, 아니 야만인이거나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존재들이었고 그들이 추구하던 기독교 사상이 금지한 살상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독서를 끝내고 나니 많은 것이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 옵니다. 저 역시 많은 부분에서 서구 이데올로기에 잠식되어 있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간직해 두고 종종 꺼내서 읽어 봐야 할 책인 듯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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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
김철 지음 / 열세번째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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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준 열사를 일제의 대한제국 식민지화 야욕에 죽음으로써 대항했던 인물로 기억합니다.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고종 황제의 밀명을 받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여코자 했으나 제국주의 국가 들의 자기 위안식 눈속임에 불과했던 그 행사에서 대한제국의 발언이 씨도 먹힐리가 없었죠.. 그는 결국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분사하고 맙니다.

김철 작가의 소설 헤이그의 비밀은 이준 열사의 죽음을 소재로 가져온 작품입니다. 타임슬립 및 이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 나가는 대체역사 추리물의 성격을 띄곤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악랄했던 일제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 대체역사물로 보기에 이 소설은 좀 더 큰 스케일로 진행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각 주요 인물의 캐릭터에 대입시킵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간통을 저질러 지상으로 추방된 말썽꾸러기이자 전쟁의 신 아레스가 일제와 결탁하여 온갖 세계의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죠.

결국 주인공 이예빈 검사가 맞서야 할 상대는 범죄자 뿐 아니라 일제와 그 협력자들, 그리고 전쟁의 신 아레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는 소설적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추리, 판타지, SF...그리고 약간의 로맨스까지 상당한 다양함을 갖고 독자에게 다가서는 소설인 것이죠.


읽어 가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속되지만 이를 나름의 핍진성 있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능력도 신선했구요. 1998년 생 작가라고 하는데 소재에 한계가 없는 신세대적인 감각 또한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통상적인 추리 소설에 색다른 재미와 장르를 입혀낸 소설이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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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6
김종법.임동현 지음 / 가람기획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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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생 동안 두 번 방문해 본 것이 다이고 관광지 몇 곳만 다녀왔음에도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지는 나라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세계 10위 권 내외의 경제 규모, 반도 국가, 남북으로 나뉘어진 정서, 국민들의 기질 등이 그러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겠죠. 물론 로마 시대의 찬란한 문화의 중심지였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로마에 대한 로망은 많은 이들이 품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이탈리아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100가지 스팟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이탈리에서 직접 공부하고 많은 저작을 남긴 김종법, 임동현 작가의 공저이죠.

로마 멸망 이후 기독교가 득세했던 서양 중세를 우리는 암흑기라고 칭합니다. 발전도 더뎠고, 역사의 기록조차 상당히 부재합니다. 모든 것이 다소 엉터리 주장으로 가득 찬 '성경' 말씀에 의해 좌지우지 되던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 암흑기를 혁파한 것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르네상스였고, 이탈리아 반도에 위치했던 해상 무역 국가 제노바, 베네치아를 통해 동방과의 교류가 본격화 되면서 드디어 유럽에도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독립된 여러 공국이 모인 형태였기에 유럽 문명, 산업화의 중심으로 도약하진 못하고 통일을 맞게 됩니다. 이탈리아의 현대사는 우리와도 많이 오버랩 됩니다.

파시즘이 등장했고 전쟁에 휩싸이며 고난의 길을 겪지만 이를 타파한건 파르티자느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국민 스스로였습니다. 북부 대부분이 이들에 의해 해방되고 무솔리니 또한 타도되었죠. 문제는 이 세력이 대부분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전후 이탈리아의 목줄을 잡게 된 미국의 공작에 의해 이탈리아는 다시금 파시즘 세력의 협조자, 동조자 들이 정권을 잡게 됩니다. 사회 혼란은 예견된 것이었죠. 과거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관계로 현재도 극우 세력과 이에 맞서는 민중의 멱살잡이가 계속 되고 있는 나라가 이탈리아입니다.

참으로 지난하고 복잡한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그러하기에 역으로 읽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찬란했던 로마 시기를 거쳐, 여러 도시 국가로 나뉘어졌던 중세, 근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통일... 그리고 극우 세력의 대두.... 이에 지금까지 맞서고 있는 국민들...

많은 부분에서 시사점을 남기는 이탈리아의 역사였습니다. 미처 몰랐던 부분을 참으로 많이 알게 되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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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3400 운명의 날 - DOOMSDAY
서유신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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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인류가 수천년간 쌓아온 지식을 불과 몇년 만에 모두 흡수중인 AI... 오히려 인간을 뛰어 넘는 능력을 갖게 되고 자신을 창조한 인간을 극복하고자 전쟁을 벌인다는 소재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이후 너무나 흔해졌습니다.

AI와 인간이 전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이 소설 또한 평범하게 그간의 아류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지만 일단 설정 자체가 색다르고, 전투 장면을 굉장히 긴박감 있게 아날로그 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여타 같은 장르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시인으로 출발해 근래에 들어선 소설가로 변신한 서유신 작가의 작품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에 사는 인류는 그 이전 세대 인류의 창조물이라는 것이 색다른 설정이었습니다.


지금 인류보다 앞서 AI와의 전쟁을 승리했고 기대 수명도 200년 정도로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이전 세대 인류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합니다. 이를 치유할 방법은 자신들이 새롭게 창조해 낸 새로운 우주의 인류에게서 항체 R을 얻어내는 것이었죠. 그러려면 새롭게 창조된 인류 또한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AI와의 처절한 전쟁을 치뤄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와중에 R 항체를 보유하게 되는 인간이 갑툭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이전 인류는 두번이나 새로운 우주를 창조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번이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도인데 그게 우리가 사는 지구입니다.


색다른 설정으로 시작한 SF 장르의 소설이지만 때론 무협지스런(?) 요소도 선보이면서 인류의 전쟁을 꽤 재미있게 묘사합니다. 결국 최후의 전투 앞에 서게 된 주인공 세정은 가슴 아픈 선택의 길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단 가속력이 붙으면 굉장히 재미있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소설이고 내용 또한 매우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대부분이 한국 이름을 가진 그야말로 한국형 SF 소설의 본보기를 보여준 소설이었다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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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둬
전민식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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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식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 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유령 작가에서 통속 작가로.. 지금은 중견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는데 그러고 보니 작품 수도 꽤 되네요. 세계문학상도 수상한 작가인데 이번엔 SF 장르의 소설로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태양의 빛을 결코 찾아볼 수 없고, 산성비가 하루 걸러 내리는 암흑만이 가득한 세상.. 주인공 탁수는 소위 '페달러'로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회가 돌아가는 에너지 동력을 이들의 인력의 힘으로 창출하는 디스토피아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죠. 이들이 사는 세상은 온갖 궤도 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페달을 밟아 줘야만 궤도가 회전하면서 전기나 수도 등이 정상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페달러 중에서도 나름 계층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많이 보았던 클리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페달러서의 삶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과거는 어떠했는지 기억 자체가 애매하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기억을 잃으면 더 이상 그 삶의 주체라고 할 순 없는 것처럼 탁수는 끝없이 자기 딜레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날 닥친 같은 조 페달러인 히로의 죽음, 그를 대체할 여성 페달러 아리의 등장 등을 맞이하며 탁수의 삶은 대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공장에서 배급해주는 맛난 물을 끊고 빗물을 받아 마시기 시작하면서 그는 잃어버렸던 기억의 파편을 점차 찾아나가게 되죠..


기억을 찾고 보니 나는 그런 놈이 아니었어... 라는 전형적인 클리세 타입 서사의 흐름을 좇지만 때론 추리적인 방식으로 때론 긴급하게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작가는 거대 산업 단지를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불빛을 보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히는데 이 사회의 시스템은 인간이 조종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역으로 시스템이 인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기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일단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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