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버려둬
전민식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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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식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 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유령 작가에서 통속 작가로.. 지금은 중견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는데 그러고 보니 작품 수도 꽤 되네요. 세계문학상도 수상한 작가인데 이번엔 SF 장르의 소설로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태양의 빛을 결코 찾아볼 수 없고, 산성비가 하루 걸러 내리는 암흑만이 가득한 세상.. 주인공 탁수는 소위 '페달러'로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회가 돌아가는 에너지 동력을 이들의 인력의 힘으로 창출하는 디스토피아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죠. 이들이 사는 세상은 온갖 궤도 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페달을 밟아 줘야만 궤도가 회전하면서 전기나 수도 등이 정상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페달러 중에서도 나름 계층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많이 보았던 클리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페달러서의 삶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과거는 어떠했는지 기억 자체가 애매하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기억을 잃으면 더 이상 그 삶의 주체라고 할 순 없는 것처럼 탁수는 끝없이 자기 딜레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날 닥친 같은 조 페달러인 히로의 죽음, 그를 대체할 여성 페달러 아리의 등장 등을 맞이하며 탁수의 삶은 대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공장에서 배급해주는 맛난 물을 끊고 빗물을 받아 마시기 시작하면서 그는 잃어버렸던 기억의 파편을 점차 찾아나가게 되죠..


기억을 찾고 보니 나는 그런 놈이 아니었어... 라는 전형적인 클리세 타입 서사의 흐름을 좇지만 때론 추리적인 방식으로 때론 긴급하게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작가는 거대 산업 단지를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불빛을 보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히는데 이 사회의 시스템은 인간이 조종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역으로 시스템이 인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기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일단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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