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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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을 들자마자 읽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바로 쭉쭉 읽어가게 만드는 소설이더군요. 지옥에 세를 준다는 독특한 소재와 판타지 소설로서 완성화된 줄거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 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리(rib)러(lung)하(heart).... 가슴 부분을 이루는 신체 부위 들이죠..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필명이라고 합니다. 필명 짓는 솜씨 그대로 이야기 또한 멋드러진 솜씨로 써내려간 듯 합니다.

리모델링에 들어간 지옥에서 낡았지만 방이 많은 대저택에 세를 얻습니다. 이미 거의 모든 세입자가 빠져나간 그 집의 주인은 80이 넘은 할머니와 혈연 관계는 아닌 막 성인이 된 손녀가 전부입니다. 기막히는 설정이지만 어찌어찌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 손녀.... 그녀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악마(청년)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녀 또한 매력적이면서 친절하고, 신사적인 태도로 그녀를 돕는 악마가 딱히 싫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유 모를 호감을 갖게 됩니다..

빈방마다 온갖 종류의 지옥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그들의 달달한 썸은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런지.... 집을 나갔던 할머니의 패륜아 아들이 어느덧 그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할머니와 손녀는 무사할 수 있을까요..


사실 판타지 소설은 허무맹랑할수록 재밌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가버리거나 황당함 그 자체로만 끌어간다면 읽고 나선 허무함만 남을 뿐이죠.. 그러나 이 소설은 지옥이라는 지극히 판타지스런 요소를 끌어왔음에도 내용은 참으로 현실에 기반합니다..

현실의 세상 자체가 비용을 지불하고 살아가야 하는 지옥 같은 곳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읽는 내내 상당한 재미를 선사해줬고, 결말 또한 예상할 수 없었던 악마와의 썸의 시작으로 볼 수 있기에 매우 흡족하게 마무리된 소설이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추천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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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 지하철 앤솔로지
전건우 외 지음 / 들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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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앤솔로지란 부제를 달고 6인의 작가들의 7편의 글을 모은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었습니다.

작가들의 면모를 대략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주로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분야에서 활동하던 이들입니다..


그러하기에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으스스한 기담/괴담 위주의 모음집이 되지 않으려나 생각했는데 7편 대부분이 서로 다른 쟝르의 소설 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선물 모음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집이더군요..

무협물, 로맨스물, 괴수이야기, 첩보물, 판타지, 좀비물까지 정말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작가 들이 기존에 열중해 왔던 자기 쟝르를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분야에까지 부담 없이 도전 중이구나 하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6호선까지 거기에 공항철도까지 포함된 7편의 각 소설 들은 모두 다른 노선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 또한 특이했습니다..

역시나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 맹활약 중인 작가들의 글인지라 한편한편 모두 재미만큼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정해연 작가의 '인생, 리셋' 편은 자살을 기도하는 노년의 주인공이 자꾸만 35년 전 젊은 시절로 타임슬립하여 새로운 선택을 할 기회를 잡는다는 판타지였는데 마지막 반전이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실존하는 좀비보다 오히려 더욱 무섭고 더 많은 희생을 가져오는 것이 인간이 가진 공포와 이기심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준 '지옥철' 역시 기억에 남더군요..



단편 소설이 주는 매력은 짧은 페이지 내에서나마 강렬하게 전개되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결말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란 한정된 공간을 소재로 한 작품 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소재를 뛰어 넘는 발상의 전환이 있는 신선한 소설 들이었기에 독서 시간이 내내 즐거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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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 - 책과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스물두 개의 일본 문화 & 여행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2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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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일본과 관련한 서적 들이 한국에 많습니다.. 번역되 나오는 일본 소설 들은 물론이거니와 문화, 여행 관련 서적 또한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워낙 지리상으로 가까운 나라이다 보니 어찌 보면 정보 과잉의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세나북스에서 발간되는 일본 관련 서적 들은 늘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알찬 정보로 가득차 있기에 왠만하면 찾아서 읽어 보려는 책들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세나북스 대표이기도 한 최수진 작가네요.. 역시나 믿고 볼 수 있는 책 되겠습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러 책에서 핵심을 캐치한 최근의 다양한 일본 문화 기류를 엑기스로 접할 수 있습니다..




후반부는 작가님의 취재, 가족 여행을 통해 느낀 일본 문화, 명소에 대한 알찬 소개가 이어집니다..

20세기 한때 한국의 10배가 넘는 경제력을 자랑했던 일본입니다. 문화 부문에서도 한참을 앞섰던 나라임은 인정해야 할 듯 합니다. 물론 지금 30년 넘게 경제 불황 상태에 놓이면서 경제력은 2배 남짓, 1인당 GDP는 오히려 한국에 역전될 처지에 놓인 나라이긴 하지만요.. 1억 중류 사회였던 일본이 이제 1억 하류 사회로 바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벨상 수상자를 수십 명 배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20세기를 선도해 왔던 일본의 저력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무인양품, 미라이공업, 여전히 베스트셀러를 내오고 있는 일본의 작가 들을 보면서 우리가 함부로 아래로 볼 나라는 결코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의 장점은 작가분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사진 자료가 정말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책 내용의 1/3 가까이가 사진 자료 들이더군요.. 저도 큐슈 일주 렌트카 여행 중 가본 적이 있던 미야자키현 다카치호 협곡 사진을 보니 너무너무 반가왔습니다.

작가님은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던데 제가 조금은 더 편하게 다녀온 듯 해서 약간이나마 뻐기고 싶은 마음도 들었구요.. ^^

쉼게 읽히면서도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와 풍경을 접하는 즐거움이 넘치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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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고수 - 신 변호사의 법조 인사이드 스토리
신주영 지음 / 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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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출판사에서 발간된 법정의 고수는 2010년 당시 10년 차 변호사였던 신주영 변호사에 의해 쓰여진 책입니다. 잊혀져 가던 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ENA 방송의 초힛트작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피소드의 원작이 된 책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번에 3쇄째 인쇄에 들어갔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사법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신변호사는 무려 4자매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직장 생활과 자녀 양육에 바쁜 가운데에서도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이 책 외에도 이미 몇 권이나 되는 법 관련 서적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법정의 고수 2,3편이 준비 중이고 곧 출판될 예정이라고도 합니다.


본 책자에 소개된 사례 중 가장 긴 5,6,7장에 저술된 '높고 단단한 벽, 그리고 계란들' 시리즈가 바로 드라마 우영우의 7,8화 에피소드를 구성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 2자유로 건설과 얽힌 법정 소송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 2자유로는 파주 신도시 건설과 함께 이미 교통량 한계에 도달한 제1 자유로를 보완하기 위해 건설된 도로입니다. 문제는 파주 신도시를 위해 중간에 낀 고양시 덕양구 중간을 가로 지르게 되었다는 것이죠..


덕양구 상당 지역은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더딘데다가 여전히 농사 등을 짓고 사는 전원풍 마을이 조성된 곳이 많은데 이 마을을 동강 내서 도로가 건설되는 것도 모자라 소음을 막기 위한 방벽까지 건설되는 판이니 대를 이어 살아온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가 없었죠..


신주영 변호사는 환경 평가 미비 등 절차의 문제, 개발 만능 주의에 의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예로 들어 효과적인 변론을 제시하며 도로 건설을 밀어 붙이던 주공 측을 거의 패소 직전까지 몰아갑니다.


억지로 도로를 냈다가 도시가 분단되어 슬럼화 되었고 결국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복원을 해야 했던 샌프란시스코의 도시나 청계 고가 철거 등을 예로 들어 변론을 하는데 저조차도 설득되는 논리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었고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인 신도시 건설에 부속된 도로 공사였다는 점에서 결국 이 소송은 우영우와는 달리 승소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거대한 벽에 부딪힌 계란들이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본인들의 억울했던 심정을 적극 토로하고 단결을 이끌어낸 마을 사람들과 신변호사는 법률 소송에선 졌지만 자존심까지 지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이후 추가 인터체인지를 건설하려던 계획은 주변에서 구석기 시대 유물이 대량 발굴되면서 전격 취소가 됩니다.

우영우 드라마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였다면 현실에선 역사 유적지였네요..

딱딱한 법을 다루는 책이기에 내용 또한 건조하고 다소 지루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변호사 우영우를 재밌게 보듯, 이 책 또한 꽤 재미있게 읽어 갈 수 있었습니다.

법 없어도 사는 사람, 법 없어야 사는 사람 들로 양분된 이 세상에서 법이 있어야 보호 받고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평범한 사실을 조금이나마 깨우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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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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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나름 글 좀 읽어 봤다고 자부하는 이들 중에서 듀나 작가를 모르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강 어떤 분인지는 밝혀졌지만 아직까지도 듀나 작가의 실체를 분명히 아는 이들은 없습니다. 심지어 출판사 측에서도 실제 얼굴을 아는 이들이 없을 정도니까요..


사실 영화평을 보면서 이 분을 알게 되었지만 듀나 작가의 너무나 한국적이면서도 재미진 SF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상황이었죠.. 스스로를 미스터리 작가로서 규정 짓는 듀나 작가, 미스터리 소설에 SF분야를 접목한 것은 좀 더 손쉽게 트릭을 짜기 위해서라고 까놓고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밀실 살인처럼 조금은 고전적이고 클리세가 되는 트릭일지라도 SF라는 배경을 만나면 무언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영리한 창작 접근법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집은 SF 분야가 아닌 순수 미스터리 소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현실 세계(?)에 기반한 단편 소설이 무려 8편이나 되네요.... 8번의 읽는 즐거움이 보장 된다는 이야기겠죠...


역시나 듀나 작가였습니다. 한편 한편이 기발한 소재와 트릭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이뤄지는 그 겨울, 손탁호텔에서... 편은 끝까지 범인을 추리해 내기가 아예 불가했습니다.. 본 소설집의 대표작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짧은 페이지에 완결된 서사와 트릭을 너끈하게 모두 담아내는 작가의 필력은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할 듯 합니다..


한국 문학계에서 미스터리나 SF 소설 분야는 사실 영원한 마이너 쟝르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이너 쟝르에 열광하는 콘크리트 팬층 또한 확실히 존재합니다..

앞으로도 듀나 작가의 멋진 소설을 미스터리건 SF 분야건 더욱 자주 읽을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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