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앤솔로지란 부제를 달고 6인의 작가들의 7편의 글을 모은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었습니다.
작가들의 면모를 대략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주로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분야에서 활동하던 이들입니다..
그러하기에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으스스한 기담/괴담 위주의 모음집이 되지 않으려나 생각했는데 7편 대부분이 서로 다른 쟝르의 소설 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선물 모음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집이더군요..
무협물, 로맨스물, 괴수이야기, 첩보물, 판타지, 좀비물까지 정말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작가 들이 기존에 열중해 왔던 자기 쟝르를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분야에까지 부담 없이 도전 중이구나 하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6호선까지 거기에 공항철도까지 포함된 7편의 각 소설 들은 모두 다른 노선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 또한 특이했습니다..
역시나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 맹활약 중인 작가들의 글인지라 한편한편 모두 재미만큼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정해연 작가의 '인생, 리셋' 편은 자살을 기도하는 노년의 주인공이 자꾸만 35년 전 젊은 시절로 타임슬립하여 새로운 선택을 할 기회를 잡는다는 판타지였는데 마지막 반전이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실존하는 좀비보다 오히려 더욱 무섭고 더 많은 희생을 가져오는 것이 인간이 가진 공포와 이기심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준 '지옥철' 역시 기억에 남더군요..
단편 소설이 주는 매력은 짧은 페이지 내에서나마 강렬하게 전개되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결말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란 한정된 공간을 소재로 한 작품 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소재를 뛰어 넘는 발상의 전환이 있는 신선한 소설 들이었기에 독서 시간이 내내 즐거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