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NEON SIGN 7
청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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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 작가의 장편 소설 수호신은 오컬트적인 색채가 짙은 괴기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를 숭상하는 우신교라고 불리우는 특정 종교, 무당, 그리고 신비에 쌓인 설이란 존재가 등장하고, 심지어 AI 사제까지 등장합니다. 살짝 근미래가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대학 신입생 이원은 자신을 좋아하는 남학생 들의 잇단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같은 써클 동기인 설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점집에서 무당은 그녀에게 악신을 포함한 6명의 신이 붙어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녀는 설의 도움을 받아 AI 사제인 우바리를 찾게 되고 AI가 알려준대로 자기에게 붙은 신을 제거하는 의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친한 가족이었던 오빠마저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과연 그녀에겐 어떤 저주가 내려진 것이고 그녀는 어떻게 이 액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신이란 존재를 믿는 이들은 우리 주위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무수한 일들은 사실 인간이 행하는 것이고 결과 또한 인간에 의해 탄생합니다.. 신을 의식하고 의지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일은 신이 점지한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어찌 보면 어리석으면서 조금은 비겁한 행위가 신을 믿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떤 희비극도 신의 덕,탓으로 돌려 버리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 소설에서도 결국 모든 일의 인과는 이원을 둘러싼 인간들의 행위에서 비롯되어졌음이 밝혀집니다. 물론 그녀를 둘러싸고 발생했던 많은 우연적 일에 대해 작가는 여백을 남겨 놓습니다.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믿으면 될 것이고 무신론자들은 역시 생각하는대로 믿으면 되게끔 만드는 결론입니다..

샤머니즘스런 종교적 배경이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이었고, 그러하기에 느끼는 재미는 상당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떡밥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결국 그 한을 쌓이게 하고 풀어낸 건 소설 속 인간 들의 행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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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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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추리 소설 금붕어룰렛은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장르의 구조를 가진 책입니다. 상류층으로 가는 사다리가 거의 치워져 버린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언가 한탕을 바라는 흙수저 들의 갈망은 여전히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코인 등 불로소득을 통해 그 꿈을 이루려는 것이죠.

어느날 사설 투자 자문 회사의 대표가 칼을 맞은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 회사 직원 사칭남 역시 끔직한 상태의 시체로 발견되죠.. 둘 모두 어려운 이들을 코인 사기로 등쳐 가며 돈을 모으던 사기꾼 들이었습니다. 죽어야 마땅한 이들이지만 그래도 살인은 살인입니다. 베테랑 형사와 갓 임용된 MZ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으로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에게 당하는 여러 피해자 들이 등장합니다. 사기 수법은 나름 다양하지만 결국 한탕을 노리던 피해자 들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고 해야 할 듯 싶습니다. 흔히들 속인자도 속은자도 모두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저 역시 느낀 점입니다. 물론 그들의 절박했던 처지를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요..

이들 피해자들 역시 이번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들입니다. 물론 피살자들이 워낙에 인간 쓰레기 들이다 보니 치정 등의 문제 또한 걸쳐 있습니다.

하나하나 반전이 드러나며 사건이 조금씩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것 역시 흥미를 돋구는 포인트입니다.

결국 악인들은 죽음을 맞지만 이를 사적 복수로 해결하고자 했던 범인들 또한 큰 동정의 여지는 없더군요.

이 소설은 현재 핫하게 등장한 투자 수단인 '코인' 즉 가상 화폐가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국회의원부터 일반인까지 코인 투자 열기에 정말 많이들 편승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물론 자기의 의지이겠고 그 책임 또한 자기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나오는 지나친 욕심이 항상 문제입니다. 이를 노리는 이들 또한 분명 있을테구요..

윈윈이 아닌 제로섬 게임이 되어 버린지 오래 된 우리 사회입니다.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잃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나름의 교훈 또한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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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성백광 외 지음, 김우현 그림,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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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 실버 센류 수상 모음집인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일본 특유의 짧은 시인 센류를 기반으로 한 이 공모전은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더군요. 노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이기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차례(?)가 되었네요.

이 책 역시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의 짧은 글과 시를 모은 작품집입니다. 제 1회 공모전이었네요. 5,800여 편의 응모작 중 100편을 추려 모았습니다.


주어진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맞게 되는 것이 노년입니다. 20대, 30대가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체감하는 세월의 속도 또한 빨라지는 법이죠.. 그렇다고 뒷방 늙은이처럼 쪼그라 든 삶을 살아가란 법은 없습니다. 젊었을 때든 나이 들었을 때든 삶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그리 다른게 없고, 세월 또한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릅니다..

이 책에는 나이 든 세대의 한탄과 자조를 유머스럽게 승화시킨 내용 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자 하는 노년층의 여유 또한 읽을 수 있습니다.

'옛날엔 캠퍼스 커플, 지금은 복지관 커플'.... 정말 공감가면서도 한껏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문구입니다. 이번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품 속에 있는 귀절입니다.


주로 유머와 위트에 촛점을 맞췄던 일본 센류 수상집과는 달리 은근 뭉클한 이야기들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솔직히 나이 듦이 좋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순리이며, 인생이란 소풍을 서서히 마쳐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입니다.

저 또한 이 분들의 연령대로 가는 과정이 오래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충분한 공감과 흐뭇한 미소 속에서 읽었던 책입니다. 나이 든다고 재치나 유머까지 잃어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더군요... 2회 공모전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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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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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미쓰다 월드.... 미쓰다 신조의 소설집을 읽고 나면 늘 드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모든 소설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늘 실화인 양 호러 소설을 써나가고 단편단편이 이어지지만 결론부에 이 모든 소설이 이어지는 마무리를 보여주는 것이 이 작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에 빠지게 되죠..

일단 미쓰다 신조의 소설은 깊은 밤에 혼자서 읽으면 안됩니다. 가끔 추리 소설도 쓰는 작가이지만 공포감이 심하게 드는 호러 소설이 그의 주특기입니다. 이번 소설 '죽은자의 녹취록' 역시 꽤나 으스스한 6편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한 소설 중간 중간에 그의 소설을 펴내는 출판사 편집자의 일화를 넣고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듯 서술했기에 모든 단편 들이 마치 실화처럼 느껴집니다.


빈집을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기괴한 '그것'과 마주치게 된 여대생, 자살한 이들이 남긴 테이프 녹취록을 듣다가 실종된 작가, 전혀 모르는 이들과 산행을 하다 마주치게 되는 공포, 잘 모르는 친척의 조문을 가다 이상한 노인과 마주치게 된 소년 등등 기발한 이야기들이 연이어 펼쳐집니다.

깊은 밤에 읽지 말라고 권해 드린 것은 이야기 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한번 손에 잡으면 날 밤 새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재미도 갖춘 소설 들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존재입니다. 그러하기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피하게 되고 멸종을 면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과학과 의술이 발달한 현재는 예전처럼 원인 모를 급작스런 죽음을 맞는다든지 또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게 설명이 되는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법이죠.

그러하기에 오히려 인간은 과거에 느껴웠던 공포심을 조금은 그리워하게 되는 듯 합니다. 내 주변의 누군가 해를 입었다면 그 원인이 분명 있겠지만 귀신이나 초자연적 존재의 짓으로 여기는 것이 때론 더욱 합리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미쓰다 신조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정말 교묘하게 파고드는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이 늘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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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 진주성 -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
정용연 그림, 권숯돌 글 / 레드리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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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조선이 일본을 대파한 3대 대첩은 한산도대첩, 행주대첩, 그리고 진주성 전투가 꼽힙니다. 그만큼 왜군에게 엄청나게 많은 피해를 입힌 전투였고 전쟁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꾼 전투였죠.

그렇지만 이순신, 권율로 대표되는 앞의 두 전투에 비해 진주성 전투는 다소 생소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그래픽 노블로 만나게 된 1592, 진주성.. 주저 않고 읽어보려고 했던 책입니다.

그래픽 작가와 글쓴이가 다릅니다. 그만큼 사실성, 전문성이 더욱 가미되었다는 이야기겠죠.

해전에서 연신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에 패해 보급에 문제를 겪던 왜군은 조선 최대의 곡창 지대인 전라도를 노리게 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성이 진주성이었죠. 무려 3만 명이나 되는 왜군이 그 10분의 1인 3천 명이 지키던 진주성 앞에 집결합니다. 임진왜란 개전 이후 공성전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였죠.

조총 등을 앞세운 왜군은 수차례에 걸쳐 집요하게 공성전을 시도합니다. 객관적 전력에서 큰 열세에 처해 있음에도 진주목사 김시민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진주성의 군관민은 불굴의 의지로서 왜군에 대항합니다.


역사대로 왜군은 무려 1만명 가까운 병력 손실을 입고 참담하게 물러갑니다. 전라도로의 진군이 대실패로 끝남으로써 평양성까지 호기롭게 진군했던 왜군은 이후 지속적인 후퇴에 처하게 되죠. 그러나 이 위대한 승리를 이끈 진주목사 김시민은 왜병의 조총에 이마를 맞고 순국하게 됩니다. 이후 7년 가까이 지속된 왜란 속에서 김시민의 이름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이유이죠.

이후 진주성은 정유재란 때 대패의 보복을 노린 왜군에 의해 끝내 함락됩니다. 의기 논개가 이 때 등장하죠.

어쨌든 2차 공성전 때도 진주성은 끝까지 장렬하게 싸웠습니다.

그래픽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마무리 부분 작가의 후일담에 의해 이 책이 탄생된 배경 등이 언급됩니다. 만화 형식의 책이었기에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지만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던 진주성 전투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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