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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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림은 문학웹진입니다. 젊은 작가 들의 소설, 시, 에세이 등을 주로 게재하며 이 중 반응이 좋은 작품 들을 모아 종이책인 림 시리즈로 편찬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소설집이네요. 저는 두번째 소설집부터 찾아 읽게 되었는데 젊은 작가들인만큼 기발한 아이디어와 생각치 못했던 소재를 가져온 내용을 읽는다는 재미가 있더군요.

이번에도 역시 6명의 작가들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김여름, 라유경, 서고운, 성혜령, 예소연, 현호정..... 이미 작품을 읽어 본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접하게 된 작가와 작품 들입니다.


정석적인 소설도 있지만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죽은 뒤 영혼이 자신이 지내던 주변을 배회한다든지(공중산책), 어느날 고독사의 한 형태로 사람이 물 한컵 분량이 되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는 내용(블러링)을 담은 판타지 소설도 있고,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 대체 근무 등 현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현실 소설 들도 등장합니다.

한석규, 전도연이 주연한 1997년 영화 '접속'에서 모티브를 얻은 통신광장도 꽤나 인상 깊었던 단편이었습니다.

대표작 격으로 선정된 옥구슬 민나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의 소설이었는데 이후 작품 해설을 읽으며 어떤 컨셉의 작품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신화에 기반한 소설이더군요..

앞으로 한국 소설계를 이끌어갈 젊은 소설가들의 경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젊은 작가들이니만큼 현학적이거나 문학적 기교에 빠지지 않고, 직설적인 내용을 주로 담아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또한 대부분 재미있게 읽히더군요. 조금 더 문학적으로 성장한 이후의 작품들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 들입니다.

앞으로도 림 시리즈 계속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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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선집 현대지성 클래식 5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에드먼드 조지프 설리번 외 그림, 서창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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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어렸을 때 '보물섬'으로 꿈과 희망, 모험심을 주었고, 청소년 때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인간이 이리 모순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읽는 재미를 주었던 작가입니다.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았지만 작가 개인에 대해선 거의 무지했었는데 이 책에는 작가의 연보와 생애 전반이 요약되어 서술되어 있네요. 건강이 좋지 않았고, 불과 44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요절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작품들을 후세에 남겨 준 작가라는 점에서 존경심까지 일더군요.

사실 워낙 잘 알려진 지킬박사 이야기보다는 함께 수록된 나머지 세 편의 단편이 궁금했던 책입니다.

동화적 기법에 가깝게 쓰여진 병속의 악마, 인간의 추악한 이면성을 실화에 바탕하여 저술한 시체도둑, 신비한 영적 존재로 인해 자신의 죄를 깨닫게 되는 마크하임...

모두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작가의 다양성에 꽤나 감탄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최소 십수 년 만에 다시 읽어보게 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좋은 문화작품은 여러번 접할 수록 항상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됩니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이 주인공 지킬 박사입니다. 동양에선 성선설, 성악설이 대조되는 이론으로 존재하는데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를 프로이트 등 유명 심리학자들보다도 앞서 포착해 이렇게 소설로 옮겼다는데서 스티븐슨의 위대함이 엿보입니다.

소설적 재미도 뛰어나지만, 등장 인물의 탁월한 심리 묘사 및 현대 소설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긴장감 있는 서사의 전개는 스티븐슨이 가지는 절대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소설이 100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까지 생명력을 얻는 이유를 잘 알게된 소설 모음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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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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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볼 때마다 세월이 지나가고 해가 바뀌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벌써 47회 째를 맞이하고 있네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흐름과 한국 소설의 시류를 느끼게 됩니다.

이번에도 대상 수상작 조경란 작가의 일러두기를 비롯해 우수작으로 뽑힌 5명의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서 읽는 재미 또한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죠. 조경란 작가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접한 적 있는데 언제나 자신만의 색채를 한껏 드러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 작품 또한 무언가 작가의 색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번 소설은 정말 쉽게 읽히면서도 무언가 아련한 느낌을 부여합니다. 멋지게 살아가고자 하면 일단 살아야 합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발목을 잡을 수는 있지만 그 기억을 덮을 수 있는 멋진 기억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에 우리는 이 삶을 버텨가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품속 미용과 재서의 삶은 일견 공통점이 없는 듯 하지만 어찌보면 운명처럼 얽혀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일러두기'를 통해 그들의 관계는 어느새 재정립되고 무언가 새로운 미래의 기억을 쌓을 수 있는 상태로 화하게 되죠.. 이런 과정이 극적인 서사 없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술되어져 있기에 오히려 이 소설은 빛이 납니다.

다른 다섯 작가의 소설 또한 충분히 대상을 다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제 선입견이 작용하긴 하겠지만 조경란 작가의 대상 작품처럼 물흐르듯 읽게 되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박민정 작가의 전교생의 사랑, 성혜령 작가의 간병인, 최미래 작가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등은 인상 깊게 읽는 단편 들입니다. 살짝 마무리가 아쉬운 작품도 물론 있었지만 충분히 한국 소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작가들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상이란 작가가 20세기 초반 한국 문학을 대표했던 작가였듯이 그의 이름을 딴 이 문학상 역시 오래도록 유지될 것입니다. 몇년 간 빠짐 없이 수상집을 읽어 왔습니다. 대부분 읽는 보람이 있는 작품들이었구요..

앞으로도 쭈욱 이 경험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이 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미래의 작가 및 지망생 들도 함께 응원하고 싶습니다. 제가 앞으로 읽을 작품 목록에 꼭 들어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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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환 -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승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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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에 살짝 좌절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책은 일단 흐름을 타면 왠만한 소설보다 빨리 읽히는 법이죠.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되는 데이비트 C 코튼은 심지어 독자가 읽기 쉽게 자신의 논지를 펼칠 줄 아는 학자이더군요.

이동 중 버스 안에서도, 공연 대기중에,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끝을 바라보게 되었고 제 자신이 이 분의 주장에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앞으로의 지구가 맞이하게 될 운명에 대해 진정 많은 걱정을 하고 있으며, 비극적 결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공동체의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가 깨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옹호하는 이로 칭합니다. 우리가 부러워 마지 않는 천조국이자 대제국 미국인이기도 합니다. 무조건적인 포퓰리즘 퍼주기, 과격한 노조, 공산주의 등은 저자가 분명 반대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현재 소위 '보수'를 자청하는 이들의 허상과 기만을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 지구로부터, 그리고 약한 나라로부터, 소수 인종으로부터의 무자비한 착취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현재의 보수 세력임을 명확히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타국, 타인을 망치는 것뿐 아니라 우리와 미래 후손이 살아가야 할 지구조차도 망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모국인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쳐온 여러 활동은 정의와 자선 활동으로 포장된 신제국주의적인 행위였음을 명확히 합니다. 이는 작가의 전작인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을 제2의 모국으로 치부하며, 툭하면 성조기를 들고 문제 해결을 외쳐대는 우리나라 일부 정치 세력이 이 책을 접한다면 참으로 볼 만할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현재 우리는 전환을 이뤄야 할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보수의 행태에 반대표 하나 던진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위대한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지구공동체를 지향하고 지구헌장을 실천함에 그 길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를 여기에 모두 정리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책을 읽어가면서 저 또한 지구공동체를 강하게 지지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를 현재는 '진보'라고 칭할 수 있겠습니다.

어려울 것 같지만 읽다보면 결코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책 하나 읽어 보지 않고 나는 보수고 내 입장에 반대하는 자들은 다 빨갱이야...라고 주장한다면 그냥 천박한 인식을 가진 자, 그 자체이겠죠... 진보를 자청하는 세력 또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임팩트가 강한 내용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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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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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씨는 일본 전격 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가인 코교쿠 이츠키의 연작 소설입니다. 사에즈리 도서관을 찾는 회사원, 교사, 까칠한 신사, 그리고 도서관의 최고 관리자인 와루츠 씨까지 여러 인물 들의 책에 얽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도서관에 관련된 에피소드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의 배경 설정이 또 다시 벌어진 세계대전 이후의 근미래라는 것이 보다 흥미롭습니다. 인구가 많이 줄었고 자원도 부족하고 세상에 존재했던 상당수 종이 책이 소실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다소 암울한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교육 등 사회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하지만 더 이상 종이로 된 책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있어 모든 정보는 단말기를 통해서만 읽게 된 세상입니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거나 특수 직종에 근무하거나, 아님 종이책의 희소성에 주목하는 일부일 뿐이죠.. 물론 순수하게 종이 책의 질감을 느끼며 얻게 되는 지식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소설에선 주로 이들이 느끼게 되는 행복함과 뿌듯함을 그리고 있죠..

젊은 여성이지만 책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야 하기에 도서관을 굳굳하게 지키고 있는 와루츠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녀의 말과 소설 속 행동을 통해 그간 종이책을 대면했던 저의 태도 또한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묘한 감동이 함께 하는 소설입니다. 암울한 미래이지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억지 감동을 끌어오지 않음에도 훈훈한 마음을 절로 돋게 하는 책입니다. 앞으로 내가 소유하고 있거나 나에게 다가올 모든 책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이란 존재는 정말 많은 도움을 인간에게 주고 있네요.. 우리가 다소 지겨워하던 교과서 역시 책의 일종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교육이란 성과를 얻어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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