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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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에븐슨의 소설집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꽤나 괴기스런 분위기의 호러 단편 22편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스티븐 킹의 팬들이 반길만한 작가라고 홍보가 되었는데 계속 읽다 보니 스티븐 킹보다는 오히려 크툴루를 창조한 러브 크래프트에 가까운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지의 세계에서 온 존재 들이 꽤나 자주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단편 소설 모음이다 보니 서사의 완결성을 따지기 보다는 읽어 가면서 느끼게 되는 공포감에 주목하게 되는데 작가는 이런 분위기를 구사하는 단어를 정말 잘 활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종 수상 내역 등에서는 스티븐 킹과 유사한 궤도를 걷고 있는 작가네요..

책에 수록된 상당수 작품 들에 인간의 가죽(?)을 입고 사는 초월적 존재, 소위 괴물이 등장합니다. 인간을 먹이로 삼는 존재 들이죠. 그 외에도 외계에서 벌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과 배후의 존재들, 강한 반전이 인상적인 살인 사건 등도 다뤄집니다. 초행길 운전이 긴장되고 더욱 어렵게 느껴지듯이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은 우리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그의 소설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우주나 사차원 세계 등 미지의 공간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기에 더욱 생소하고 외경스런 공포감을 선사하죠.

또한 무언가 비틀어진 듯한 인간 심리 묘사 역시 뛰어납니다. 강박과 집착에 빠진 인간상을 어쩜 이리 한결 같이 그려낼 수 있을까요?

어쨌든 수록된 22편의 단편이 모두 흥미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몇몇 작품은 놀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현대의 호러 소설은 이렇게 쓰여져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줍니다. 평론가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번득이던 시절의 스티븐 킹의 아성을 따라잡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나마 근접하고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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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
이세형 지음 / 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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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사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상식을 얻게 된 책입니다.. 많은 정보를 담은 책이기도 하거니와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중동이란 지역에 대해 제가 무지했었다는 증빙이기도 하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이란, 이라크,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예맨,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그리고 이스라엘과 튀르키에까지..... 중동이란 범주에 들어가는 국가 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두바이나 이스탄불 정도를 제외하면 직접 가 볼 기회도 거의 없는데다가 왠지 위험한 국가들이란 선입견도 상당히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두바이, 이스탄불 외에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 정도만 발을 디뎌 봤네요..

이슬람교를 믿는 대부분의 중동 국가와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과의 반목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현재에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장악 중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피터지는 전투가 진행 중이죠.. 또한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진 이슬람 세력 간의 알력 또한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라고 부르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주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언론의 시각에서만 중동 문제를 바라 봤습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은 절대선이고, 제재를 받는 이란 같은 곳은 절대악이란 편견이 바로 그것이죠. 우리의 대통령조차 이란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해서 외교적 분쟁을 일으키기도 할 정도니까요..

어쨌든 오랫동안 중동을 취재한 기자의 비교적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 본 이 책을 보면서 많은 부분의 편견이 깨짐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종교적 문제뿐 아니라 대부분 봉건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혁명으로 왕정을 폐지시킨 이란이을 어찌 볼지 너무나 자명합니다. 더군다나 한때 중동의 안보를 담당하던 미국에 이란은 정면으로 맞서고 있으니 더더욱 이란의 악마화가 필요한 것이겠죠..

물론 경제가 최우선이라고 갈등을 빚었던 중동 국가 들은 전쟁을 피하고 조금씩 화합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스라엘과도 화합의 움직임이 있을 정도였죠.. 물론 하마스와 전쟁을 치루며 가자 지구에 대해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 중인 이스라엘은 다시 이슬람 국가들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하마스가 노렸던게 바로 그것이죠..

다양한 사진 자료 등도 삽입되어 있기에 한층 이해가 쉬웠던 책입니다. 사실 그간 중동이란 지역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던 듯 합니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조금은 중동이란 지역이 더 가깝게 다가온 듯 하네요.. 앞으론 중동 관련 뉴스 또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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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좋은 사람
이다 치아키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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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상당히 얇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중심이다 보니 문자 컨텐츠 역시 그닥 많지 않습니다. 읽기에만 중점을 둔다면 채 30분이 걸리지 않아 끝을 볼 수 있는 책이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데 3일이 걸렸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에 삽입되어진 삽화의 퀄리티가 너무나 뛰어난데다가 내용 자체도 정말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다 치아키.... 정말 제대로 된 일러스트레이터 및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양한 직업을 가진 5명의 독신 여성이 사는 집이 소개됩니다. 일본이란 나라의 특성상 개인이 함유하는 공간 자체는 꽤나 협소합니다. 모두 원룸 내지는 원룸 내 미니 2층 형식의 '집'에 살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자신만의 삶을 자신만의 공간에서 영유하고 있죠. 집에서 먹는 음식 또한 빠지지 않습니다. 음식 일러스트레이션의 퀄리티가 너무나 뛰어나 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식욕이 자극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여간 계속 미소를 띄며 책장을 넘기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춘 책입니다. 발간 즉시 10쇄를 찍었다는 홍보가 과언이 아니겠더군요..

삽화가 주는 매력뿐 아니라 이 집의 소유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감각조차도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공간이나 배경 뿐 아니라 인물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실력에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문화적 배경이 다소 다른 한국에서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책인 듯 합니다. 점점 비혼, 독신 가구가 늘어가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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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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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권으로 이루어진 호러물 우리 몫의 밤은 새로운 스타일의 라틴 고딕 소설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소설입니다. 고딕 소설하면 바로 드라큘라라는 작품이 떠오를 정도로 신비주의적이고 오컬트 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는 장르이죠.

이 소설 역시 이러한 장르의 특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흑마술에 빠져 인신공양도 서슴치 않는 기사단이란 존재에 이용 당해왔던 후안이 자신의 아들 가스파르에게 그 운명을 물려주기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이야기입니다.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때론 3인칭이 1인칭 시점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아동을 제물로 삼는 극히 잔혹한 부분도 상세히 묘사되죠.

또한 군사독재 시절이던 아르헨티나의 80년대 초중반이 배경으로 나오는지라 당시의 암울한 상황 또한 소설의 깊이를 더합니다. 극우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만 명의 국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재판 없이 실종되고 산채로 대서양에 던져지던 시대였습니다.. 사람을 제물로 삼는 어둠의 기사단이 활동하기에 딱 좋은 시대 상황 아니겠습니까...


마침 열흘 간의 해외 출장이 잡혔던 시기였던지라 긴 비행 시간을 달래기에 딱인 소설이었습니다. 짬짬이 식사나 휴식 시간에도 읽었더니 2권 합계 천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임에도 완독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줄거리 전개가 뛰어나고 집중력 또한 높았던 소설입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아들인 가스파르가 능력을 각성하고 부모의 원수인 기사단에 복수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급전개로 마무리 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확실한 복수는 이뤄지지만 사이다 전개는 아니었습니다. 이 또한 이 소설이 통속적인 흐름의 여타 호러물과는 차이를 보이는 점 되겠습니다.

어쨌든 고딕 소설의 매력을 한껏 느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책입니다. 19세기에 유행했던 한물 간 장르를 멋지게 다시 살려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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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이하진 지음 / 열림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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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사전적 의미는 사이언스 픽션...즉, 과학소설을 의미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판타지적인 요소나 오버 사이언스 기술, 미래 사회, 외계인 등이 등장하면서 공상 과학 소설을 통틀어 정의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에 읽은 이하진 작가의 SF 소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은 과학소설에 상당히 충실하면서 일종의 초능력이 결합되면서 재미 또한 갖추게 된 책이었습니다. '섭동' 등 물리학 용어 들도 자주 등장했는데 알고 보니 이하진 작가의 전공이 물리학이었네요.. SF 장르의 소설을 쓰기에 가장 적합한 전공 과목이 아닌가 싶네요..


21세기, 일종의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능력'이 발현되는 이들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게 됩니다. 물론 이들에게도 능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주인공격인 미르는 한 도시를 파괴할 정도의 이능력 발휘자인데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피가 일반인들에게 섞이면 '교란'이란 증세가 나타나게 되고 교란에 빠진 이들은 10~15년 사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치명적 병에 걸린다는 사실이죠.

미르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건은 미르를 돕다가 미르의 피에 감염되어 교란에 빠지게 됩니다. 미르는 건을 구하기 위해 교란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이능력을 연구하는 기관인 RIMOS란 연구 단체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언가 거대한 비밀이 이 조직에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죠.


이 소설은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 사태에 대한 오마쥬 형식 또한 띄고 있습니다. 교란 희생자 가족의 정당한 시위를 비웃고 비난하는 쓰레기 같은 존재들이 이 소설 속에서도 존재합니다. 높은 곳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현실이나 소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능력 발현자가 되면서 사회적 터부에 시달리던 이가 교란 사태의 해결사로 등장하게 된다는 결론은 나름 의미 심장합니다. 어떠한 소수이건 그들이 소수란 이유로 다수로부터 차별 받고 배척 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은 다수의 입장에서 소수를 공격하는 이들 역시 어느 순간 비난 받는 소수가 될 수 있습니다.

SF적 재미 외에도 분명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이라 정의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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