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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평점 :
두권으로 이루어진 호러물 우리 몫의 밤은 새로운 스타일의 라틴 고딕 소설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소설입니다. 고딕 소설하면 바로 드라큘라라는 작품이 떠오를 정도로 신비주의적이고 오컬트 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는 장르이죠.
이 소설 역시 이러한 장르의 특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흑마술에 빠져 인신공양도 서슴치 않는 기사단이란 존재에 이용 당해왔던 후안이 자신의 아들 가스파르에게 그 운명을 물려주기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이야기입니다.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때론 3인칭이 1인칭 시점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아동을 제물로 삼는 극히 잔혹한 부분도 상세히 묘사되죠.
또한 군사독재 시절이던 아르헨티나의 80년대 초중반이 배경으로 나오는지라 당시의 암울한 상황 또한 소설의 깊이를 더합니다. 극우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만 명의 국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재판 없이 실종되고 산채로 대서양에 던져지던 시대였습니다.. 사람을 제물로 삼는 어둠의 기사단이 활동하기에 딱 좋은 시대 상황 아니겠습니까...
마침 열흘 간의 해외 출장이 잡혔던 시기였던지라 긴 비행 시간을 달래기에 딱인 소설이었습니다. 짬짬이 식사나 휴식 시간에도 읽었더니 2권 합계 천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임에도 완독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줄거리 전개가 뛰어나고 집중력 또한 높았던 소설입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아들인 가스파르가 능력을 각성하고 부모의 원수인 기사단에 복수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급전개로 마무리 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확실한 복수는 이뤄지지만 사이다 전개는 아니었습니다. 이 또한 이 소설이 통속적인 흐름의 여타 호러물과는 차이를 보이는 점 되겠습니다.
어쨌든 고딕 소설의 매력을 한껏 느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책입니다. 19세기에 유행했던 한물 간 장르를 멋지게 다시 살려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