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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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으면서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는 생존 작가를 꼽으라면 단언컨데 조정래 작가를 들 수있습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대하소설뿐 아니라 노년에 들어선 지금에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가입니다.

일단 그의 소설은 소위 '읽는 맛'이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명확합니다. 일부 극우 세력에게 좌파 소설가로 폄하당하기도 하지만 외면 받아왔던 한국사의 이면을 제대로 끄집어내고,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그만큼 명확하게 집어내는 작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소재의 소설임에도 한결 같이 재미있다는 것도 그의 소설의 특징이죠.


'검사의 90퍼센트 이상이 반공주의자이고 보수주의자이고 출세주의자'라는 소설 속 내용은 흔히들 회자되는 검찰공화국을 제대로 까고 있으며, 그의 소설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런 생명력을 얻는 귀절입니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돈'이 현재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다양한 인물 들이 나오면서 각자 돈에 얽힌 사연이 전개되는 연대기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권력 앞에 좌절해 민변 변호사로 나서게 된 이태하란 인물이 중심이 되긴 하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생명력을 얻으며 독자 앞에 다가 옵니다.

유산을 둘러싼 자녀 간 다툼, 월세 인상을 둘러싼 건물주와 세입자의 대립, 돈 많은 집안의 혼처를 찾아 애인을 배신하는 여성 등등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건 들이 이 소설의 기본 서사를 구성하지만 전혀 지루한 감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생명력 있게 등장 인물 들이 묘사되기 때문이겠죠.

흔히들 돈은 필요악이라고 칭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수단이 되어야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천민 자본주의 사회를 맞이하게 된 지금 시점에서 돈은 사실 삶의 전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지배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런 세태에 대한 작가 특유의 냉소적인 비판이 소설 내내 흐르고 있습니다. 비록 돈이 가지는 지배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잠시나마 여유를 갖게 되는 효과는 있었던 듯 합니다. 다음 후편이 기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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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사를 움직이는 12가지 힘 - 공화정·회복탄력성·공공성·대립과 경쟁·영웅과 황제·후계 구도·선정과 악정·5현재·혼돈·군인황제·유일신교·멸망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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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무라 료지는 고대 로마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작가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아니 일본에서만이라도 최고 권위의 연구 성과를 인정 받고 있죠.

그가 이번에 집필한 '로마사를 움직이는 12가지 힘'은 로마사 그 자체를 다룬다기 보다는 로마사에 과연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로마의 역사 자체가 하나의 기둥이라면 그 기둥을 세울 수 있었던 동력, 시스템, 그리고 온갖 지원 역할 등을 분석해 낸 책입니다.

어찌 보면 학술서라고 볼 수 있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이해하며 읽어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여러 사진 및 자료 들을 중간중간 삽입해 넣어 한층 더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간 생각해 왔던 로마사가 거대 담론이라면 이 책은 그 담론을 이해하는 방법을 아주 쉽게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공화정, 폭군을 비롯한 여러 황제들, 5현제, 군인황제 들 등 다양한 엿보기 수단을 제시하면서도 작가 나름대로의 기준 또한 제시합니다. 전체 로마사 속에서 큰 비중 없이 넘어가거나 다소 축소 해석되었던 인물, 사건 들에 대해서도 작가가 설정한 기준에서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기독교를 박해했기에 서구에선 폭군으로 간주되는 데키우스 황제의 경우 사실상 로마의 쇠퇴를 늦추게 한 현군이었다든지 하는 평가는 꽤나 새롭게 느껴집니다. 역시나 같은 혐의로 필요 이상으로 비난 받았던 황제 중 한명이 그 유명한 네로 황제입니다. 중세 시대 다소 불분명한 기록 단 하나를 빼곤 그 어디에도 네로가 기독교도를 박해했다는 증거는 없는데도요. 어쨌든 역사도 각 시대마다 지배 계급의 필요성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마련입니다.



어쨌든 이 책은 그간 읽었던 로마사와 조금 다르게 여러 비사나 작가 개인의 주관이 살짝 들어간 재해석이 들어가 있기에 보다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읽었던 책입니다. 하루 아침에 로마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로마의 역사를 정리하고 해석하는 일도 역시나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중세까지 이어져온 동로마가 있긴 하지만 우리가 큰 관심을 갖는 부분은 보기 드물게 대제국을 이뤄냈던 고대 로마의 역사이기에 더욱 많은 연구가 이뤄져 우리의 후손 들은 더욱 풍부한 로마사를 접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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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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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은 기껏해야 수십 명을 죽이지만 광신화된 종교는 수백 만명을 죽입니다. 기독교의 역사가 그러했죠. 마녀 사냥부터 시작해 현재까지도 일부 원리주의 기독교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소수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대놓고 외치고 있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아직 작가의 소설 '녹슬지 않는 세계'는 SF 장르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보수 기독교와 새로운 사상과의 대립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자신들만이 신을 모시고 중개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호루투스데이라는 극보수 기독교 비밀 연합은 인간이 만들어낸 AI에 기반한 안드로이드를 증오합니다.

그러던 상황에서 어느날 치매기가 있는 퇴역 사제가 루시라 칭하는 안드로이드에게 종부 성사를 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 단체 입장에선 개망신뿐 아니라 근원적인 부정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되죠. 당연히 이를 백지화 시키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문제가 된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주변 인물 들까지 모두 죽여 없애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에 동참하여 안드로이드를 추격하다 끝내 진실을 깨닫게 되는 이 단체의 행동대원격 제이... 그녀의 선택과 결단이 이 소설의 주요 서사를 이뤄 나갑니다.

자신들만의 논리를 앞세우지만 거의 미치광이에 가까운 원리주의적 종교주의자들에 맞서게 되는 제이, 그리고 그녀를 돕게 되는 안드로이드 루시.... 전형적인 SF 모험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나름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신비주의에 의존하던 종교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에 의존하는 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종교의 허상을 깨닫은 이들을 끝까지 붙잡고자 하는 각 종교 들의 노력은 때론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배교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권능을 나타내고자 하는 종교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인간이 창조하여 거의 인간과 비슷한 사고를 가지게 되는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재앙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소설 속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 충분이 예측 가능한 일이죠.

많은 부분에서 과학과 종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와 감동도 함께 있었던 소설이란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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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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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떠난다...라는 추상적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제5회 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 작가인 김준녕의 처녀 소설집입니다. 과학문학상이라는 타이틀에서 보듯 이 소설집은 SF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주류는 아니지만 한국형 SF, 판타지 장르가 빛을 발하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많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래 읽었던 SF 소설 들은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름의 과학 법칙과 정확히 결합하여 상당한 핍진성을 지니고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 소설집엔 0번 버스를 비롯해 10개의 재미난 단편 들이 빼곡하게 책을 메우고 있습니다.


일단 단편 하나하나가 상당히 재미있고 그 자체로 높은 완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철학적 지향성을 지닌 대표작 '0번 버스는....... '부터 지구가 멸망 위기에 놓였지만 보험사 직원의 기지로 인해 위기를 벗어난다는 '블랙홀 뺑소니' 같은 작품까지 읽는 재미가 상당히 뛰어난 소설 들이었습니다.

장르는 SF 소설이지만 다루는 분야는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일반적인 SF 작품도 있지만 아포칼립스를 다룬 작품 들도 존재했고 다소 코믹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한 작가의 머릿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작품 들이 나올 수 있다니 다소 경의로운 생각까지 들더군요..

동녘 출판사의 '고블' 시리즈는 리얼리즘을 벗어난 SF, 판타지, 괴기, 추리 소설 분야에 특화된 내용의 책들을 연이어 출판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이런 의지가 있는 한 앞으로도 이런 분야의 소설 들이 꽤나 활발하게 독자들을 찾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SF 장르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고블 작품 들과 함께 당분간 행복한 독서 생활을 보낼 듯 합니다. 이번 소설집도 조금이나마 그 행복감을 더해 준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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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칠드런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9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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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거마인하트의 장편 소설 '미드나잇 칠드런'은 기본적으로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성인에게도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부여하는 소설입니다. 부모 없이 살아가던 7명의 아이 들이 몰래 숨어들어온 한적한 마을에서 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 만남이 더 큰 인연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그들이 만난 친구 라바니는 워낙 소심하고 여린 성격을 지녔기에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이었죠.. 라바니가 만난 신비한 소녀 버지니아... 이들은 금방 친해지고 서로에게 깊이 의존하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러나 부모도 없이 지내는 이들을 노리는 사냥꾼의 추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비밀을 알고 라바니를 협박하고 괴롭히는 불량 소년 도니도 존재합니다. 과연 라바니와 버지니아, 그리고 그의 여섯 형제자매 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요.. 소설 후반부는 손에 땀을 쥘 정도의 긴박감 속에 전개되죠.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심성은 곱지만 왕따로 지내던 12세 소년 라바니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기던 그가 영혼의 단짝 버지니아를 만나게 됨으로써 보다 용감해지고,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소원했던 아버지의 진심 또한 깨닫게 되죠.

단순한 성장기가 아니라 상당히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부모 없는 아이들의 존재가 래거본드 가족이란 독특한 형태로 설명되고 각 구성원들은 특이한 능력을 갖는걸로 묘사됩니다. 이들을 쫓는 사냥꾼의 존재는 꽤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선사하죠. 그가 마지막 추적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은 꽤나 유머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만....

청소년 독자를 주타겟으로 한 작품답게 결론은 꽤나 감동적이고 해피엔딩으로 이어집니다.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죠. 그 과정 역시 무척 동화적으로 표현되지만 읽는 내내 흐뭇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정말 재미있게 본 소설입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 없을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청소년 독자만이 이 소설을 읽은 것은 아니란걸 반증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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