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쇄살인범은 기껏해야 수십 명을 죽이지만 광신화된 종교는 수백 만명을 죽입니다. 기독교의 역사가 그러했죠. 마녀 사냥부터 시작해 현재까지도 일부 원리주의 기독교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소수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대놓고 외치고 있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아직 작가의 소설 '녹슬지 않는 세계'는 SF 장르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보수 기독교와 새로운 사상과의 대립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자신들만이 신을 모시고 중개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호루투스데이라는 극보수 기독교 비밀 연합은 인간이 만들어낸 AI에 기반한 안드로이드를 증오합니다.

그러던 상황에서 어느날 치매기가 있는 퇴역 사제가 루시라 칭하는 안드로이드에게 종부 성사를 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 단체 입장에선 개망신뿐 아니라 근원적인 부정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되죠. 당연히 이를 백지화 시키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문제가 된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주변 인물 들까지 모두 죽여 없애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에 동참하여 안드로이드를 추격하다 끝내 진실을 깨닫게 되는 이 단체의 행동대원격 제이... 그녀의 선택과 결단이 이 소설의 주요 서사를 이뤄 나갑니다.

자신들만의 논리를 앞세우지만 거의 미치광이에 가까운 원리주의적 종교주의자들에 맞서게 되는 제이, 그리고 그녀를 돕게 되는 안드로이드 루시.... 전형적인 SF 모험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나름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신비주의에 의존하던 종교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에 의존하는 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종교의 허상을 깨닫은 이들을 끝까지 붙잡고자 하는 각 종교 들의 노력은 때론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배교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권능을 나타내고자 하는 종교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인간이 창조하여 거의 인간과 비슷한 사고를 가지게 되는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재앙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소설 속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 충분이 예측 가능한 일이죠.

많은 부분에서 과학과 종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와 감동도 함께 있었던 소설이란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