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은 생명이 있다고 믿고 있다. 사람에게서 입 밖에 나오는 순간, 말 안에는 그 사람의 감정과 가치관, 인생의 부분들이 버무려져 하나의 생명으로 탄생한다.그러니 나를 잘 알아갈수록 삶은 단정해지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어쩌면 누군가에겐 뻔하디뻔한 위로의 말일 수도, 지겹게 들은 조언일 수 있겠지만, 뾰족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둥글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서로의 유효기간이 삼각김밥처럼 짧을 수도 아니면 통조림처럼 길 수도 있겠지만 그 기간 안에서 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효기간이 끝난 후에도 질척거리며 촌스러워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어쩌면 당신의 눈길 한 번, 마음 한 번이 누군가의 삶에 구원이 될지도 모르겠다.나는 수많은 은재와 우영이의 삶에 아직 오지 않은 행운들이 가득 남아 있으리라 믿는다.자신의 삶을 꼭 부여잡고 놓지 않은 많은 이들의 삶 역시 그럴 것이다.행운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순간, 삶을 바꿔 줄 더 확실한 순간에 그들 곁에 있어 줄 거다. 그때가 되면 고개를 들어 곁에 있는 행운과 눈을 마주치기를, 그리고 마음껏 웃기를 바란다.-작가의 말 中이꽃님 작가가 그려내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가 좋다.”네가 애냐?“는 구박을 듣고 ”너는 아직 안 돼.“라는 저지를 받는 애매한, 하지만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어린 아이들의 세상을 그려내는 방식이 서늘하리만치 현실적이다.그럼에도 그 기저에 깔린 다정함, 따뜻함에 용기를 얻고 응원을 보내게 된다.
빙굴빙굴 빨래방을 읽고 다음 책을 찾다,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된 책.건네는 온도는 다르지만, 결국 여기도 사람사는 따뜻한 이야기.“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앞으로도 고민은 계속 되겠죠. 그래도 지금은 여기서 이 일을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장용 영감님과 진돌이, 미라•우철•나희 가족, 여름과 하준, 연우와 메아리, 유열과 재열, 대주와 수찬 그리고 세웅과 재윤까지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연두색 다이어리로 이어진 소중한 인연들.빙긋 스며드는 웃음도, 아이고- 하는 탄식도, 울컥하는 눈물도 자아내는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누구나 목 놓아 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다가 필요하다. 연남동에는 하얀 거품 파도가 치는 눈물도 슬픔도 씻어 가는 작은 바다가 있다.”모두에게 앰버 향과 코튼 향으로 가득한 따뜻하고 포근한 빨래방같은 곳이, 자기만의 바다가 생기기를 바란다.
작은 몸에서 기쁨과 신뢰가 분수처럼 터져나오던 때. 저 아래서 자신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마음놓고 내려와도 된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어 그 사람에게 정말 마음껏 안겼던 그 날이.그런데 이제 나는 네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눈앞에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온 힘을 다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건 도망이 아니라 기도니까.‘누군가를 잡은 손과 놓친 손이 같을 수 있다.‘하지만 지우는 ‘때로 가장 좋은 구원은 상대가 모르게 상대를 구하는 것’임을 천천히 배워나갔다. 실제로 그 시절 지우는 용식 덕분에 그나마 한 시절을 가까스로 건널 수 있었다. 용식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시간이었다. 극적인 탈출이 아닌 아주 잘고 꾸준하게 일어난 구원. 상대가 나를 살린 줄도 모른 채 살아낸 날들.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머문다.채운이도, 소리도, 지우도 모두가 빛나는 삶을 잘 살아가기를.넘어지고,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각자의 길을, 삶을 잘 걸어가기를.뭉치를, 엄마를, 용식이를 잃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마음의 뿌리를 내려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마음 속 깊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