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 잘못 만나서 인생 조지는 여자는 많아도, 남자 안 만나서 인생 꼬이는 여자는 없다.’ 는 명언을 또 떠올리게 하는 소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데다 흡입력이 좋아 단숨에 읽게 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그럴까.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합리적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서‘로 판단했다. 자신이 이해하면 선이고 불편하면 악으로 취급했다.


산다는 것은 언어를 갖는 일이며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기억했다.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우리의 눈과 귀를 충분히 연 경우 언제든 우리의 영혼은 더욱 유연하고 우아하게 된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다만 잘 쓴 글이든, 미완의 글이든, 숨겨둔 글이든, 파일로 저장하지 않고 날리는 글이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문체를 형성하는 노릇이며 ‘삶의 미학‘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못 써도 쓰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를 붙들고 늘어진 시간은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기 한계와 욕망을 마주하는 계기이자 내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인과 인사하는 시간이라고, 이제는 나부터 안달과 자책을 내려놓고 빈 말이 아닌 채로 학인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에 어떤 글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우리 어서 쓰자고.


글쓰기는 구원의 도구가 아니라 동작이다. 낫이 아니라 낫질이다.


삶이란 ‘타자에게 빚진 삶‘의 줄임말이고, 나의 경험이란 ‘나를 아는 모든 나와 나를 모르는 모든 나의 합작품‘인 것이다.


인생이라는 책에서 한 페이지만 찢어낼 수 없다고 하던가. 그렇다면 품고 가야 하는 것. 아픈 채로, 불편한 대로 안고 같이 살아갈 힘이 길러졌다. 삶이 다소 견딜 만해진 것이다.


시어는 생활어이지만 의미를 흔들고 뒤집는다. 시의 난해함은 삶의 난폭함에서 유래한다. 삶이 종잡을 수 없다면 삶을 받아낸 시도 그럴 수밖에.


하지만 평균적인 삶도 정해진 도덕률도 없다. 천 개의 삶이 있다면 도덕도 천 개여야 한다. 자기의 좋음을 각자 질문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중요하다.


메시지가 없는 미사여구의 나열은 공허하다. 지식은 넘치고 지혜가 빈곤한 글은 무료하다.


글에는 적어도 세 가지 중 하나는 담겨야 한다. 인식적 가치, 정서적 가치, 미적 가치. 곧 새로운 지식을 주거나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거나 감정을 건드리거나.


가장 큰 가난은 관계의 빈곤이다. 관계가 줄어들면 자아도 쪼그라들고 관계가 끊어지면 자아도 사라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무튼 시리즈 67
천선란 지음 / 위고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명한 무언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왜 좋아했는지, 얼마나 오래 소중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별했는지.


상처받고 외롭고 두렵지만, 용기와 위로 한마디로 언제든 다시 진화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좋다.


사회에서는 재능에 천재성을 부여하지만 화려한 껍질을 벗긴 재능이란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현듯 그것을 ‘계속하게 되는 힘’에 다름 아니다.


적어도 내게 산다는 건 그저 ‘있는’것이다. 존재하는 것. 너무 의미가 많아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 모순적인 세상에서, 너무 많은 존재 속에서 의미를 잃은 내가 꿋꿋하게 존재하는 것. 방법은 간단하다.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로부터 도망치면 된다.


나는 우리 가족들이 각자의 꼭짓점에서 스스로를 잘 지탱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서로의 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 선란도 마찬가지야. 아빠와 언니가 각자의 위치에서 잘 버티고 서 있듯이, 너도 네 자리를 없애거나 이동하는 게 아니라 네가 해야 할 일을 잘 버티고 하는 거야. 비록 선란이가 말한 것처럼 엄마 삶의 몫을 각자가 3분의 1씩 나눠 가지니까 버티기에는 더 무겁겠지만, 서로 무너지지 않고 버텨만주면 모두가 넘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용기만이 아니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마저 이겨내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계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윤경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형마트의 경영자 마사키 도지로의 죽음, 시신의 발견을 미루고자 했던 사람들, 사라진 시신.
살인을 공모하는 사람들, 사채업을 한 부동산업자 야마가미 고조의 죽음, 사건의 진상.
하교 후 맞닥뜨린 엄마의 죽음, 조금씩 어긋난 듯한 진술, 가족들이 미유키에게 숨기려한 진실.
남편과 친구의 불륜, 여행지에서 일어난 살인, 공작의 이유.
유리코의 방에서 발견된 나오코의 사체, 조교의 자살, 드러난 진범.


끝까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탐정과 조수가 각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는데, 하나같이 다 인간의 탐욕이었다.
덕분에 가십거리라도 접한 것처럼 어머어머하며 술술 잘 읽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의원 도도 야스유키와 전 여배우 도도 에리코 부부가 자택에서 살해되고 현장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경시청 형사 고다이 쓰토무는 한 팀이 된 관할서 경부보 야마오 요스케의 수상쩍은 행동에 그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도도 부부와 야마오 요스케의 수십년 전부터 시작된 관계를 알게 된다.
몇 가지 증거와 증언들로 야마오가 체포되지만 고다이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사건의 진상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그들의 시작점을 다시 되짚어 나간다.
얽히고 설킨 관계, 해묵은 이야기, 마침내 드러난 진실.
내내 소름이 돋고 입을 떡 벌리며 단숨에 읽어나간 소설이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할, 가장 알고 싶은 부분은 모두에게 비밀이 되어버렸지만 덕분에 각자 제 몫의 마음을 지킬 수 있었던 것 아닐까.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라는, 고다이 쓰토무 형사 시리즈가 계속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