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원들의 인생을 건 마지막 플레이.에이스 쿼터백 니시와키 데쓰로,러닝백 나카오 고스케,타이트엔드 하야타 유키히로,미식축구부 매니저 다카쿠라 리사코와 히우라 미쓰키.11월의 그 날, 불현듯 찾아와 본인의 비밀과 함께 살인범이라 자백하는 미쓰키.미쓰키를 찾으러 가는 모든 걸음에서 덩굴처럼 뽑혀져 나오는 누군가의 비밀들.치밀하게 잘 짜인 이야기.히가시노 게이고의 사회의 한 면을 다룬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이번 작품은 젠더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더 흥미가 당겼는데, 이 휘몰아치는 이야기 끝에 원서는 2001년 출간이라는 옮긴이의 말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이야기를, 자그마치 22년 전에 썼다니.참 대단한 이야기꾼.
천재 스키점퍼 니레이 아키라가 연인 유코가 보는 앞에서 사망했고, 독극물에 의한 타살임이 명백했다.니레이를 아꼈던 코치 미네기시 사다오가 일찍이 범인으로 드러나고 살해 방법, 동기를 찾아 이야기가 흘러간다.역시 히가시노는 히가시노.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까지 여러 겹으로 둘러놓았다.니레이는 죽었고, 미네기시는 딛고 있던 세계가 무너졌는데 스기에 일가는 상처만 남고 말았다는 게 참 씁쓸함을 남긴다.
90년대 초에 쓴 글이라 시대감이 살짝 뒤떨어지긴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아닐까?지금이야 CCTV로 사건 현장의 웬만한 면을 다 파악할 수 있지만, 직접 발로 뛰어 다니는 수사라니 더 생생한 느낌.이시이 같은 사람,모리모토 쓰네오 같은 사람,사하라 유지 같은 사람,사이토 가즈히사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이야기로 만나도 너무 너무 얄미워서 세게 한대 쥐어박았으면 싶은 그런 사람들.그래서 그런지 ‘위험한 초보운전‘의 이야기가 더 통쾌하게 느껴진다!
엇갈리는 전철 너머로 늘 마주치던 사람,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용기 내보았던 날 만날 수 없었던 사람.그렇게 마음에 품었던 사람을 친구의 연인으로 재회하게 될 줄이야.우정이냐, 사랑이냐.진부한 소재에 버추얼 리얼리티라는 획기적인 변주를 더한 작품.처절하게도 슬픈 엔딩.도모히코를 찾을 수 있을까?도모히코를 찾게 된다한들 이전과 같을 수 있을까?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너‘라는 존재뿐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란 무엇인가?뇌사를 죽음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아직까지도 우리는 뇌의 모든 부분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데도?분명 움직인 것 같은데, 방금 표정이 살짝 변한 것 같은데 죽었다고?읽는 내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책.내가 가오루코라면? 이쿠토라면? 가즈마사라면?미즈호 가족을 바라보는 또 다른 가족인 치즈코나 미하루라면?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항상 질문을 던진다.그리고 그 모든 질문의 기저에는 저마다의 사랑이 있다.그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