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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견문록 - 외교관 임홍재, 베트남의 천 가지 멋을 발견하다
임홍재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평점 :

월남전, 공산주의, 아오자이와 쌀국수, 저소득 국가, 국제결혼
베트남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베트남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아직 개발되지 못한 가난한 나라였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힘없는, 그저 가난한 약소국이 베트남에 대한 인상이었고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베트남이란 나라 자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아마도 흔한 여행서로도 아직 접해본 적 없는 베트남에 대한 흥미로움이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 전 우연히 지구본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참으로 가까운 나라였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낯선 타인의 땅이기도 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에 가늘고 긴 나라 베트남.
이 책은 저자가 베트남 대사로 재임하면서 직접 배우고 느꼈던 베트남의 새로운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베트남의 신화와 역사, 문화와 전통, 정치와 민족성,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베트남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베트남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용의 나라, 혹은 월의 나라
베트남(vietnam)이라는 말은 남쪽에 사는 비엣족을 뜻한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가 베트남이란 국호를 채택했고 1945년 호찌민 주석이 독립을 선포할 때 다시 채택한 이름이 베트남이다. 한반도 크기의 1.5배인 베트남의 영토는 구릉과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고 무덥고 습한 기후에 인구는 무려 8,500만 명에 이른다. 베트남 신화는 기원전 천년 청동기 시대 홍강 델타로부터 시작되는데 아직 중국 문화가 유입되기 전 베트남의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베트남의 신화는 큰 영향을 미친다. 54개의 종족 가운데 비엣족이 전체인구의 85%를 차지하고 있고 용을 조상으로 숭배하며 베트남도 우리처럼 반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베트남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갈수록 어느새 부쩍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은 중국의 수많은 침략과 지배를 받았고 식민지 탄압도 받게 되는데 프랑스, 미국, 중국과 전쟁을 치르면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독립과 통일 모두를 이루어낸 민족이기도 하다. 한국과 매우 흡사한 역사적 배경도 그렇고 한국과 베트남 양국은 중국 문화를 매개로 한자를 공유했기 때문에 유교·불교·도교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사고와 생활 관습에서도 유사점이 많았다. 시와 노래를 사랑하는 문화, 원칙과 비전을 중시하지만 자신과 타인을 함께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까지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들의 숨겨진 저력도 알 수 있었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자원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는 베트남과 한국이 수교를 맺은지 18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에게 베트남은 동남아 최대의 수출 시장이며 정치, 경제, 문화 등 성공과 실패를 공유하는 협력 국가이기도 하다. 인적 교류도 무척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느새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약 9만 여 명에 이르고 있다. 베트남 견문록을 읽으며 베트남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 때만이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공생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더욱 발전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번영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나라 베트남에 대해 이제껏 생각해왔던 많은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값진 수확이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