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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ㅣ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거대한 성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 광장과 하늘 높이 솟은 첨탑들, 화려한 예술작품들...
아마도 르네상스와 고딕, 바로코 양식의 건축물을 상징하는 프라하는 그 중 단연코 으뜸이 아닐까 싶다. 일생에 한 번은 동유럽을 만나라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더욱 설레였던 이유는 프라하와 체코를 포함한 유럽의 구체적인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과연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 여름은 유독 여행집을 즐겨 읽어왔는데 이 책은 여느 여행서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영원한 로망 동유럽에 대한 단순한 여행기라기보다는 유럽 전반의 예술과 문학, 역사와 음악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여행서가 아닌, 유럽의 종합예술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수많은 여행지중에서도 시간이 멈춘듯한 중세도시 프라하는 제목만큼이나 나에게도 간절한 여행지로 느껴지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무한한 설레임은 책을 읽기 전부터 나에게 황홀함마저 안겨 주었다.


슬라브인들이 온갖 시련을 겪으며 일궈온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황홀한 도시 프라하.
체코의 역사는 슬라브인들이 도착한 5~6세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체코는 수많은 나라로부터 지배받으며 그만큼 아픔을 지닌 나라이기도 하지만 작은 나라치고는 광범위한 문화적, 종교적 모습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체코를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카를교와 카를4세 다리, 구시가 광장 등은 체코의 또다른 이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곳들 중 하나일 것이다. 솔직히 유명한 체코인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듯 하다.




체코의 역사를 돌아보며 프라하 2차 투척사건이 결국 유럽인구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30년전쟁의 원인이 되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비롯해서 위대한 체코인 순위 100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놀라웠던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카프카나 밀란 쿤데라의 명성이 예상보다 낮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유럽에 대한 관광지나 구체적인 여행정보는 없었지만 이 책에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체코와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체코인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 얀 후스를 비롯해 공산 정권으로부터 체코를 독립시킨 역대 대통령, 세 명의 교황과 유럽의 종교 개혁자들에 이르기까지 무턱대고 체코에 대한 로망을 키우기보다는 체코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와 그 가치에 대해 가장 진솔한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는 책이란 생각에서 다른 여행서와는 차별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정보로 가득한 평범한 여행집이 아니다. 유럽의 예술과 문학의 큰 흐름을 따라 역사적 아픔을 짚어가며 유럽 자체에 한층 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행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새로운 여행지는 어떤 곳일지, 막상 여행을 하게 된다면 무엇을 준비하고 둘러봐야 할지 기준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행서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여행서를 읽으며 실제 여행을 하는 것 이상의 감동을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과 유럽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대해 알고자 하는 누구에게라도 이 책은 완벽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