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박정호 지음 / 나무수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살다보면 정말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때가 온다.
반복되는 일상이 권태롭거나 현실에 닥친 문제가 감당하기 벅찰 때 나 역시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여행서는 제목부터가 무척 인상적인 책이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만 같은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한 번쯤 떠나리라 다짐하던 내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것만 같았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던 책이었다. 그저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이 일탈의 새로운 로망을 만난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 역시 몇 차례 직장을 옮기고 실직이라는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남들이 보기에 무난한 일상을 가꾸며 조금은 무덤덤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였다. 그러다 그는 어느 순간 이스탄불행 왕복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후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다. 사직해야 할 마땅한 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남들에게는 없는 뛰어난 배짱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급작스러운 여행이었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가장 여행다운 여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남에 대한 영원한 갈망을 작가가 대신 시도하는 것처럼 보여졌고 반드시 되돌아오기 위한 여행이 가진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여행의 첫 순간은 아찔하고 아득하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은 나에게 무척 낯설고 생소한 곳이었지만 저자의 눈길과 손길을 따라가면서 어느새 현실에 얽매이지 않은 채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주는 기대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파리와 이스탄불을 오가는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다니던 철로 아래에서 맞았던 여명은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을만큼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이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이유는 책에서 소개하는 곳 가운데 산티아고를 제외한 시리아, 요르단, 포르투갈과 세네갈 등 나머지 곳은 거의 대부분 처음 경험하는 곳들이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을 느낌과 동시에 일상이 주는 행복과 편안함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여행서였기 때문에 이 책은 그만큼 여운이 오래 남을만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행과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쩌면 이제껏 나는 삶 속에 포함된 여행만을 계획하고 실현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은 여행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 편안한 휴식에만 의존한 여행을 기대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설레임과 휴식도 여행이 가진 큰 매력이겠지만 완벽한 계획과 빡빡히 잡힌 일정이 주는 여행은 여행 자체를 피곤한 것으로 변색시킬지도 모른다. 떠남 자체에 의미를 둔 여행이야말로 여행자를 가장 자유롭고 완벽하게 일탈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동안 꿈꾸며 그려왔던 여행에 대한 착각을 조금은 깰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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