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강서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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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직장 생활을 5년씩이나 했던 저자의 통장잔고는 700만원이었다. 
솔직히 그녀의 불투명한 미래와 현재의 씀씀이만 보고는 너무나 막막하고, 초라하단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직장 생활을 그렇게나 하고서도 모은 돈은 고작 700만원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여느 보통 사람들보다 씀씀이가 크구나하는 짐작도 할 수 있었다. 과연 이 보잘것 없는 700만원이 어떻게 1억이 될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어느 쇼핑퀸의 3년만에 1억 모은 사연"이란 구절이 날 유혹해서 예전에 구입했던 책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1억이란 큰 돈을 3년만에 모았다는 저자의 노하우가 궁금하기도 했고, 같은 여자로서의 동질감이랄까?   

여자끼리는 먹고, 입고, 마시는.. 일단 돈의 지출 내역이 같을 것이라는 친근감이 한 몫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물론 저자의 직업은 보통 일반 독자들과는 다른 방송작가란 부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일단 3년안에 1억을 모았다는 유쾌한 돈 모으기 대장정에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픈 욕망이 있었기에 구입했던 책이기도 하다.

27살이 된 어느 날.. 그녀는 문득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상실감에 빠지는데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미래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30대가 되기 전에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다니 다행스러운 부분으로 기억이 된다. 일단 주위 환경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1억 모으기 계획을 세우는데 먼저 주위에 빚을 청산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120일이 지나고 그녀의 저축 액수는 원고료로 받은 돈 800만원이 통장에 고스란히 모아지게 되었고..

나처럼 쇼핑하기 좋아하고, 재테크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이 책을 보면 왠지 금새 그녀의 완벽한 재테크 수단을 배울수 있을거란 환상속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같은 여자란 동질감보다 그녀만의 특별한 직업이 이질감으로 더 크게 작용해버렸다. 물론, 20대 여성으로서 마땅히 써야 할 곳에 돈을 아껴가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던 부분은 이렇게 해야 모을수 있겠다싶은 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작가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외에 보통 샐러리맨들이 보고 배울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크게 와닿은 책이라곤 볼 수가 없다.

돈에 대한 개념이나 아무 계획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본다면 적금통장을 만들거나 20대가 느끼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좀 너무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인상도 지울수가 없는 것이 목표를 정한 후에 그녀는 적금도 들고 그녀만의 재테크 수단을 총동원하는 하지만 한 달에 160만원을 1년 적금으로 부었고, 프리랜서란 직업의 작용으로 이곳저곳 돈 들어오는 곳이 너무 많았다는 부분도 책을 보니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보통 직장인들에게 저녁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란 이야기였는지... 답답해진다.

눈물겨운 그녀의 1억 모으기 대장정은 어느 순간부터 원금에 이자가 붙기 시작했고, 돈이 조금 모이다보니 그녀의 행동이나 철학이 점점 지독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난 지인들의 경.조사에도 돈을 아껴가며 오로지 1억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물나게 1억을 모으기까지 그녀의 고통스런 생활에 대해선 지독하다란 생각도 들었지만 재테크에 도움이 될까싶어 누군가가 구입을 망설인다면 그녀는 일반인들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별로 권해주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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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런던
김가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모자와 트렌치코트, 그리고 신사의 나라로 생각되는 런던..
i love LONDON은 런던의 구석구석을 지은이가 직접 둘러보고 런던만의 특별함을 찾아 기록한 책이라 볼 수 있다. 지은이가 직접 런던을 여행하면서 준비하는 단계부터 입국 과정, 현지 필수 정보와 런던의 기본 정보를 소개해 주는 책이다.
우연히 선물을 받게 된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런던에 대해 궁금한 것들도 많았고, 또 자세한 사진들도 담겨져 있어서 부담없이 보기에 좋을듯 해보였고 영국에 갈 일이 있다면 기본적인 필수 상식을 알수 있어서 매우 유용한 책이기도 하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합쳐진 연방왕국이며 6,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수도인 런던의 면적은 서울의 약 3배 정도 크기이고, 영국을 떠올리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녹지율이 가장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주요 도시는 런던과 에든버러, 카디프, 바스, 맨체스터, 리버풀, 요크등이 있으며, 시차는 한국보다 9시간이 늦다. 런던의 대중교통은 먼저 존 Zone을 이해해야 하는데 중심의 1존을 시작으로 6존까지 나누어져 있고, 관광 명소와 시내 중심부가 포함되어 있는 1존이 가장 비싸며, 외곽으로 갈수록 저렴하다. 

chapter 1에서 런던에 관한 기본 상식에 대해 알아봤다면 chapter 2에서는 런던의 코드와, 사람들. 그리고 chapter 3에서는 런던의 축제와 베스트 명소, 쇼핑에 대한 모든 것과 유명 마켓에 이르기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런던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말로 설명이 될 정도로 변화가 심한 편이다. 겨울에는 오후 3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고, 그에 반해 여름에는 밤 10시가 넘어서도 해를 볼 수가 있다. 런던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봄이나 여름이 가장 적합하다.

어느 곳으로 떠나든지 해외여행을 하게 된다면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 바로 회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에는 런던 여행의 기본 회화와 뿐만 아니라 런던 여행 안내사이트 주소도 실려 있어서 그 부분도 마음에 들었고 런던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라든지 유학 정보나 부동산에 대한 설명까지 담겨져 있어서 런던에 대해 여러가지로 궁금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다.

chapter 4는 런던 여행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설명되고 있는데 관광 명소 투어와 패션 여행 루트, 박물관 투어와 16곳의 지역에 관한 기본적인 교통편과 특징까지 설명되어 있어서 화려한 사진들을 함께 보는 내내 내가 직접 그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소호와 템스 강을 따라 흐르는 재즈 연주가 생각되는 곳인 뱅크 사이드, 이스트 런던과 블룸즈버리, 메릴본, 뉴몰든까지 영국의 도시는 곳곳마다 고전과 현대의 확실한 특색을 갖추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런던에서 또 유명한 것으로는 흑맥주와 축구, 뮤지컬등이 있는데 chapter 5에서는 여섯 가지 테마 여행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켓 투어로 시작해서 건축, 역사나 전쟁, 스포츠, 뮤지엄 투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테마 여행은 런던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줄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은 런던 교외에 관한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chapter 6에 관한 볼거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과학과 기술의 도시. 옥스퍼드와 함께 세계적인 명성의 대학 도시인 케임브리지와 해리 포터의 배경지였던 옥스퍼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스톤 헨지로 유명한 솔즈베리, 온천으로 유명했던 바스, 특히 바스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을 만큼 볼거리가 가득했다. 에든버러와 함께 영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선택된 웰빙 도시이기도 하다.

남부 최고의 휴양 도시인 브라이턴과 해안선을 따라 운행되는 열차여행을 만날수 있는 곳인 이스트본은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내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봐야 했다. 튜더 양식의 아름다운 궁전으로 둘러싸여 있던 햄프턴 코트와 레고의 도시 윈저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i love LONDON을 통해 런던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부터 대표적인 명물, 구석구석 숨어있던 보물을 찾아볼 수 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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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 이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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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큐프로그램에서 지선이를 본 기억이 났다. 
처음부터 봤던 건 아니었지만 잠시잠깐 만났던 지선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참 많이 다르다는 인상으로 기억된다. 무슨 이유로, 언제 사고가 났는지는 잘 몰랐지만 세상에서 그렇게 밝고, 기쁘게 웃음지을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싶어 한참이나 텔레비젼앞에 머물렀던 일도 생각이 나고...
그런 지선이를 책으로 만날수 있다는 반가움에 이 책을 처음 구입하고도 벌써 서너번도 더 읽어봤다. 용감하고, 씩씩하고 너무나 밝은 모습의 지선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나큰 사고를 당했고, 화상을 입은 부위를 수술하며 치료받아왔던 그동안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내 눈에 그녀는 더더욱 위대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녀를 보며 문득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본다. 지선이와는 비교도 안 될 일을 가지고 힘들어하며, 감사할 줄 모르고, 현실에 만족도 하지 못한채 살아가는 내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비쳐진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계기도 지금의 우울함을 버리고 싶다는 마음에 집어든 책이었는데 참 바보같았던 생각들을 지선이를 통해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며 되돌아볼 수 있었다. 아직도 사고가 나기 전 아름다운 지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때는 내 가슴도 이렇게 아픈데...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선이의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버렸구나 하는 막연한 느낌에 지선이가 한없이 측은했고, 너무너무 가여워서 맘이 무너져 내리는 듯이 그냥 슬프기만 했다. 또, 만일 나였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는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란 지선의 말이 내 가슴속 깊이 박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을 살면서 이기지 못할 아픔은 없는것이란 행복감에 젖게 만들어주었다. 아름답고 미래가 촉망했던 그녀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절망적인 사고를 겪은 후 11차례의 수술을 했고, 차라리 미쳐버리면 좋겠다란 생각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상황에서도, 인생을 그냥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
지선아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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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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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란 책은 소설가로 유명한 공지영님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을 읽은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그녀의 철학과 인생관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동안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녀가 시와 문학을 꿈꿔왔던 시절로 돌아가 인생에서 누구나 느낄수 있는 외로움과 고독, 여성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사회에 대한 많은 편견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처에 대해 담고 있다.

 
결국 상처를 통해 깨닫게 되는 더 큰 사랑과 용서의 방법, 삶을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저자는 문학적으로, 또는 인간적으로 우리가 극복해야만 하는 치열한 인생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작가라는 직업상 글쓰기를 통해 끊임없이 치유받고, 위안을 얻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받은 삶의 위안과 잠시라도 쉬었다 갈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독자들에게 선물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책보다도 저자의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감정은 문장 몇 줄에도 가슴 절절히 공감할 수 있었거나, 내 이야기를 대신 해주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대리만족을 느껴본 적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생각하고, 느끼는 인생이야기가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아픔이 많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인생의 쓴맛을 충분히 알고 있는 작가가 아름답고 솔직하게 풀어가는 인생에 대한 글이 그래서 난 그냥 좋다. 세련된 표현과 기법으로, 또 여성작가만이 표현해 낼수 있는 아름다운 글귀들....
공지영 작가를 더 친근하고, 더 기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 바로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란 이 책이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산문집인 이 책을 통해 공지영이란 한 사람을 더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주었던게 분명한가보다.

 
J에게 향하는 그녀의 내면 이야기를 읽다보면 많은 책을 읽고, 또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구나하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고, 내 인생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랑과 용서, 생명과 고통과 같은 주제에 대해 그녀의 솔직한 감정을 알게 되고,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기도 했다. 또, 특별할 것만 같았던 저자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많은 부분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는 여성으로서의 동질감도 맛볼 수 있었다. 

 
편안한 시공간에 좋아하는 책을 옆에 잔뜩 쌓아두고, 커피나 녹차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쾌적한 기온과 적당한 먹거리가 있으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곳이 천국이다. 각박한 세상속에서도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그 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저자를 볼 때는 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이라도 전할 수 있는 그녀야말로 작가라는 직업이 천직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책속에는 그녀가 감정의 표현으로든, 감정의 순화방법으로든 가슴 깊이 새길수 있는 여러 작품들 가운데 좋은 글귀들을 담고 있는데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또 다른 좋은 책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주는 매력도 빠트릴 수 없는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빈 집, 그리고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란 책은 여유로워지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저자가 그려내는 가식없고 정직한 그녀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누구나 겪고, 겪을수 있는 아프고, 고달픈 인생에 대해 위로와 맘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며 살아가는 인생에 공지영 작가를 만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준다. 수많은 좋은 글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을 옮겨 본다.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랴
¨¨¨¨ .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들로 가득 찬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미인의 눈길에 돌아서서 그 아름다운
발걸음을 지켜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시작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가련한 인생이 아니랴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멈춰서서 바라볼 수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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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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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이란 제목을 보고 열정과 단순하다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쳐져 어떤 모습을 그려낼지...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고백하는 그녀를 보면 그 사랑이 대단히 열정적이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뜻이 묘한 느낌이 들지만 과연 저자가 어떤 내용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래서 천천히 되새기며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저자 아니 에르노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 문단의 문제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1974년 빈 장롱으로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후 아버지의 자리를 발표하며 르노도 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단순한 열정은 지금은 그녀의 곁을 떠나버린 남자의 부재를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떨치지 못하는 집착과 자신의 내면을 기록한 저자의 속깊은 이야기로 보여진다. 하지만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나눈 불륜의 사실성과 선정성때문에 출간과 함께 출판계를 경악시키기도 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니 에르노는 이후에도 탐닉, 집착, 칼 같은 글쓰기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소설과 자전의 경계를 허물며 상실감과 존재의 결핍이라는 주제를 여러 차례 선보이기도 한다.

첫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며 무척이나 적나라한 장면때문이었는지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한 때 사랑했지만 지금은 부재중인 그 빈자리속에서 그녀의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과 고통스럽던 내면의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그녀는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떠난 사람의 빈 자리에 그녀의 생활은 의미없이 너무나 무미건조해지고, 모든 행동은 부자연스러워진다. 어떤 생각을 시작해도 결론은 떠난 남자와 연관되어 지고, 넋이 나간 상태로 어떤 사고와 창작도 할 수가 없게 된다.
  

저자는 시간이 흐른 후의 사랑에 대해, 또는 그 열정에 대해 지독한 사치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삶이 이렇게 부자연스럽고, 냉랭해질수도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순한 체념이 아닌... 자신의 열정에 대한 기억을 지우며, 진정한 이별을 느끼는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불완전한 존재로서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 혹은 그 사람의 일부가 되버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저자의 너무나 직설적인 표현과 사실성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또 이 글들은 모두 그녀가 직접 겪었던 일이란 부분을 생각해 보면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말 할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으로서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한 때는 열병을 앓는 것처럼 그렇게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기억속으로 묻혀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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