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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란 책은 소설가로 유명한 공지영님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을 읽은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그녀의 철학과 인생관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동안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녀가 시와 문학을 꿈꿔왔던 시절로 돌아가 인생에서 누구나 느낄수 있는 외로움과 고독, 여성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사회에 대한 많은 편견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처에 대해 담고 있다.
결국 상처를 통해 깨닫게 되는 더 큰 사랑과 용서의 방법, 삶을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저자는 문학적으로, 또는 인간적으로 우리가 극복해야만 하는 치열한 인생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작가라는 직업상 글쓰기를 통해 끊임없이 치유받고, 위안을 얻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받은 삶의 위안과 잠시라도 쉬었다 갈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독자들에게 선물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책보다도 저자의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감정은 문장 몇 줄에도 가슴 절절히 공감할 수 있었거나, 내 이야기를 대신 해주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대리만족을 느껴본 적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생각하고, 느끼는 인생이야기가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아픔이 많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인생의 쓴맛을 충분히 알고 있는 작가가 아름답고 솔직하게 풀어가는 인생에 대한 글이 그래서 난 그냥 좋다. 세련된 표현과 기법으로, 또 여성작가만이 표현해 낼수 있는 아름다운 글귀들....
공지영 작가를 더 친근하고, 더 기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 바로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란 이 책이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산문집인 이 책을 통해 공지영이란 한 사람을 더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주었던게 분명한가보다.
J에게 향하는 그녀의 내면 이야기를 읽다보면 많은 책을 읽고, 또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구나하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고, 내 인생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랑과 용서, 생명과 고통과 같은 주제에 대해 그녀의 솔직한 감정을 알게 되고,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기도 했다. 또, 특별할 것만 같았던 저자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많은 부분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는 여성으로서의 동질감도 맛볼 수 있었다.
편안한 시공간에 좋아하는 책을 옆에 잔뜩 쌓아두고, 커피나 녹차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쾌적한 기온과 적당한 먹거리가 있으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곳이 천국이다. 각박한 세상속에서도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그 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저자를 볼 때는 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이라도 전할 수 있는 그녀야말로 작가라는 직업이 천직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책속에는 그녀가 감정의 표현으로든, 감정의 순화방법으로든 가슴 깊이 새길수 있는 여러 작품들 가운데 좋은 글귀들을 담고 있는데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또 다른 좋은 책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주는 매력도 빠트릴 수 없는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빈 집, 그리고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란 책은 여유로워지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저자가 그려내는 가식없고 정직한 그녀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누구나 겪고, 겪을수 있는 아프고, 고달픈 인생에 대해 위로와 맘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며 살아가는 인생에 공지영 작가를 만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준다. 수많은 좋은 글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을 옮겨 본다.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랴
¨¨¨¨ .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들로 가득 찬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미인의 눈길에 돌아서서 그 아름다운
발걸음을 지켜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시작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가련한 인생이 아니랴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멈춰서서 바라볼 수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