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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단순한 열정이란 제목을 보고 열정과 단순하다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쳐져 어떤 모습을 그려낼지...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고백하는 그녀를 보면 그 사랑이 대단히 열정적이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뜻이 묘한 느낌이 들지만 과연 저자가 어떤 내용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래서 천천히 되새기며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저자 아니 에르노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 문단의 문제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1974년 빈 장롱으로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후 아버지의 자리를 발표하며 르노도 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단순한 열정은 지금은 그녀의 곁을 떠나버린 남자의 부재를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떨치지 못하는 집착과 자신의 내면을 기록한 저자의 속깊은 이야기로 보여진다. 하지만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나눈 불륜의 사실성과 선정성때문에 출간과 함께 출판계를 경악시키기도 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니 에르노는 이후에도 탐닉, 집착, 칼 같은 글쓰기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소설과 자전의 경계를 허물며 상실감과 존재의 결핍이라는 주제를 여러 차례 선보이기도 한다.
첫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며 무척이나 적나라한 장면때문이었는지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한 때 사랑했지만 지금은 부재중인 그 빈자리속에서 그녀의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과 고통스럽던 내면의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그녀는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떠난 사람의 빈 자리에 그녀의 생활은 의미없이 너무나 무미건조해지고, 모든 행동은 부자연스러워진다. 어떤 생각을 시작해도 결론은 떠난 남자와 연관되어 지고, 넋이 나간 상태로 어떤 사고와 창작도 할 수가 없게 된다.
저자는 시간이 흐른 후의 사랑에 대해, 또는 그 열정에 대해 지독한 사치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삶이 이렇게 부자연스럽고, 냉랭해질수도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순한 체념이 아닌... 자신의 열정에 대한 기억을 지우며, 진정한 이별을 느끼는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불완전한 존재로서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 혹은 그 사람의 일부가 되버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저자의 너무나 직설적인 표현과 사실성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또 이 글들은 모두 그녀가 직접 겪었던 일이란 부분을 생각해 보면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말 할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으로서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한 때는 열병을 앓는 것처럼 그렇게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기억속으로 묻혀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