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버블 #소설Y #창비 #블라인드서평단 #영어덜트소설 #가제본 #소설Y클럽11기 #서평단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11기 라는 것을 보니 벌써 버블이 열 한 번째 임을 알수 있었다. 그간 이 설레는 가제본 서평을 왜 몰랐던 것일까? 이벤트 알림이 뜨자마자 눈이 커지면서 바로 신청버튼을 누르던 나를 상기시킨다. 

 버블이라는 표지를 본 딸이 엄마 쁠이 뭐야? 제목이 신기하다. 어떤 내용인데? 하고 질문을 줄지어 놓는다. 간단히 설명한다. 그리고는 딸에게 질문했다.

  버블이라는 공간에 각자가 있고, 우리는 버블 속에서는 2미터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서로를 만날 때 서로를 볼 수 없어. 그런 상태로 모두가 안전하고 평온하지. 그런 사회가 너무나 보편적이고 완벽한 세계라고 여기면서 산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우리는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와중에 기억에 남은 이야기를 서평으로 남겨본다. 
  작가의 편지에서 분명 신비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최선을 다해 다가간 후에는 반드시 상대방도 나만큼 다가와 주기를 바라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순간이 오는...
  이 소설에서는 중앙, 외곽, 제한구역으로 공간이 한정적으로 나타난다.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각구역은 분위기와 사는 방식이 사뭇다르기도 하다.
  이름보다는 07, 126, 95, 60 이 이름대신 쓰임을 받는다. 
사람이란 본디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 관계는 결국 사람, 장소, 환대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유지되거나 파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김현경님의 사람장소환대 라는 책을 떠오르게 했다.
  숫자가 이름을 대신하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서로를 눈으로 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알아간다는 것은 어떨까?  버블 속에서 평온과 안전을 보장 받던 삶이 납득 할 만한 동기없이 단순히 호기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한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여러 질문에 뒤고 갈 수록 납득을 하기도 했고, 책을 다 읽는 순간까지도 물음표로 답을 찾지 못하고 약간의 찝찝함을 남기기도 했다. 

  내용을 스포할 수 없다보니 겉도는 듯한 서평이지만,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가 떠오르기도 했고, AI로봇을 활용하는 영화를 보는 듯도 했다. 

  개인적으로 관계란 눈으로 받아들인 사실과 그 사실을 나만의 것으로 해석하고 유추한 나의 시점이 선입견이든 선입관이든 그 것의 작용으로 상대방을 프로그래밍해서 후에 습득하는 이름이라는 정보를 시작으로 수집된 여러 정보를 또 내가 해석하고 버무려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새로운 개념이 가지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눈을 감고 너를 본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사실 우리는 눈을 뜨고서 눈을 감기를 원하고 정작 눈을 감고서는 뜨기를 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버블 속에서의 관계를 하는 것인지, 눈을 뜨고 버블을 벗어나고 제한구역마저도 들어갈 용기가 있는 관계를 하는지 곱씹어 보았다. 어느 쪽이든 누가 뭐라 하겠냐만, 눈을 감아도 보이는 관계가 된다면, 눈을 뜨고도 눈 감을 수 있다면, 이 양면을 노련하게 다루는 때가 온다면 괜찮은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 
  
  관계든 무엇이든 그 시작은 불완전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용기라는 것을 내면, 완전히 새로운 불편함과 편함의 공존을 만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65일 러브 마이셀프 - 하루 한 장씩 마음에 새기는 지혜와 격려
트로이 L. 러브 지음, 이윤정 옮김 / 다연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65일러브마이셀프 #다연 #책 #신간 #하루명언 #책추천

#인문 #사랑 #관계 #동기부여


글로는 다 써내려갈 수 없는 이야기라는게 있다. 누군가의 삶이 그렇다. 그런데 읽히는 글이 있고, 외면받는 글이 있다. 책이라는 것이 읽혀질 때 의미가 더 커지는 것처럼 삶도 누군가에 의해 의미를 되새기고는 한다. 정작 스스로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는 때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그것조차 의미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24년 4월이 내게는 인생에 있어 버거운 시기다. 이유를 알것 같은데 인정하기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힘들다. 지친다. 는 말을 마치 전염병인양 멀리하고 조심했던 내게 꼭 필요한 말이 되었고, 그 말을 통해 스스로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 있다.

다른이들에게는 힘들어해도 되고 지치면 쉬어가라고 그리 진심을 다해서 이야기하던 내가 정작 스스로에게는 뭘 한게 있다고 쉬고 지치냐고

몰아붙였던 것이다. 내 삶에 힘들다 라는 말은 저 죄인이에요. 와 같은 말이었다.


나의 인스타그램은 도전과 성취에 목말라 있고,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는 듯한 것은 경멸하듯 제외시킨 피드가 가득했다.

그 속에 나는 지치지도 힘들어하지도 가만히 있지도 않는 나였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만 살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나를 괴롭히고 가라앉게 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때에 이 책이 피드에 보였다.


필사단이라는 글에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다!! 싶어서 선뜻 댓글을 달고 신청했는데 역시 운이 좋은 편인건가 당첨되었다.

사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는 때에 이거라도 해서 나태한 나를 조금 면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는데 너무 아무것도 안하는 내가 또 싫었던 거다. 좋은데 싫고, 싫은데 좋은 이상한 양가감정 속에 나를 또 괴롭히고 있었다.


매일 한장씩 쉽게 읽었고 마음에 드는 글에는 줄을 긋고,

그래도 아쉬움이 남으면 필사를 했다. 부담도 가지지 않으려 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런 적 있지 않나.

너무 힘들고 도무지 헤어나올 방법이 생각도 안나고 괴로워 죽을 것만 같아서 , 숨이라도 쉬어 보려고 훌쩍 나왔는데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혼밥하고 있는데 그 곳에서 말벗이 되어준 낯선 누군가의 말에 너무나 시원한 위로와 토닥임으로 홀가분해지는 그런 경험.

나를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타인에게서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오는 뜨겁고도 따듯한 위로를 받는 기가막힌 순간.


이 책이 그랬다. 어렵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아서

내가 그동안 쓰고 있던 가면은 벗어버리면서 느끼는 청량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끼는 글들로 순간 순간 괜찮았다.


다시 또 우울해지고, 또 이유없는 눈물을 쏟다가도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순간은 또 살만해졌다. 그저 그정도면 되었다 싶은 글들이 나를 감싸고 있는 순간들이 좋았다. 숨막히고 답답하고 아프고 아리고 괴롭고 힘들고 죽을 것 같은 때, 그럴때가 아니라도 알딸딸하게 기분좋을 정도로만 취하고 싶은데 술은 마시고 싶지 않은 복잡하고 지랄맞은 기분일 때 , 읽어보면 좋았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나를 아끼고 들여다보게 했다. 그래서 조금 나아졌다. 스스로 사랑하고 격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 알았던 것 같은데, 잊었던 내가 다시 생기를 찾을 씨앗을 틔운 정도.

너무 큰 기대는 없이 고르길 추천한다. 아무 기대 없이 호기심과 관심만으로 시작한 일이 원했던 결과를 주기도 하니까.

그냥, 딱 그정도로만 숨쉬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유 #해방의밤 #독서에세이 #창비 #새해독서


이 글은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고 읽은 후 쓴 서평입니다.


해방의 밤이라니, 낮에 얼마나 치열하기에 밤에 누리는 해방인 것인가.

같은 된소리지만 뜨거운 것과 따듯한 것이 다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낮이 뜨거웠기에 밤은 시원한 게 당연지사일 테지만, 은유 작가님의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밤은 따듯했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할지 궁금했다. 에세이기에 은유 작가님의 글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그리고 첫 장을 넘겼다.


내 삶은 책 기둥에서 시작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아끼고 탐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공감되었다. 내게도 휴식은 책이고, 선생님도 책이고, 친구도 책일 때가 잦다. 그래서 반가웠다. 책 기둥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결혼 후 느지막이 시작된 글쓰기에 대한 작가님의 소회들이었다. 조금 실망스럽다 여기던 순간 서서히 빠져드는 나를 느꼈다. 책을 읽다가 줄을 긋기 시작하고, 긋고 또 그었다. 그리고 형광펜 파티가 시작되었다.


은유 작가님은 모든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들은 것처럼 적어 내려갔다. 옛날이야기를 할머니에게서 신나게 듣고는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나의 상상력이라는 살을 붙여서 재미나게 전하는 재간둥이처럼 은유 작가님은 직접 만나고 겪었던 순간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열렬하게 그렇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고 풀어냈다. 작가님의 이름값을 톡톡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1부에서 4부에까지 걸쳐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는 언제나 은유 작가님의 선택을 받았던 책이 있었다. 마치 작가님의 책장을 훑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그 책을 통해서 생각하고 고뇌하고 또 다짐했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를 보기도 했고,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읽으면서 '아 00이 언니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메모를 하기도 했다.


1부에서 관계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글에서

가부장제의 마지막 요새는 뜻밖에도 친정입니다.

라는 문장은 내 등이 뜨끔해지는 경험을 했다. 환경이 원인이라는 말을 어쩌면 이리도 콱!! 박히게 제대로 비유하시는지. 이 한 문장이 나를 설명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불편했다. 그냥 그러고 사는 게 어때서,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삶도 있는 거지. 왜 이리 비틀고 불편하게만 여기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은유 작가님은 작은 쓸모를 찾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스스로도 세상에서 혹은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의 작은 쓸모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부터는 작가님의 현실 비판과 고민들이 왜 이렇게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 걸쳐서 확장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줄을 긋고 끄덕이게 되기 때문에 형광펜은 너무 밝은색보다는 은은한 파스텔 빛깔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이제부터 은유 작가님의 솔직하고도 담담한 고백과 생각에 매료되어서 책이 끝나는 순간에는 은유 작가님을 직접 만나고 싶은 생각이 무조건 들게 될 테니.


리베카 솔닛을 시작으로 한 편 한 편마다 작가님이 직접 읽었던 책들이 소개되는데 이것을 적어내고 목록을 만드는 일이 꽤나 쏠쏠했다. 적어두고 하나씩 탐해보려 한다. 내용이 어떠하다 보다 은유 라는 작가로서의 한 사람을 살필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그리고 은유 작가님의 다른 책도 사서 내 곁에 두어야지 한다. 아름다운 표현보다는 솔직하고 담담한 표현이 가득하며 그 문장과 문장의 행간, 단어와 단어 사이의 그 호흡에서 느껴지는 은유 작가님의 감성과 감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햇살 쨍쨍한 날에 밀려있던 빨래를 한 가득해서는 볕 잘 드는 곳에 건조대를 펼치고는 이렇게 저렇게 쌓이고 구겨져 있던 옷들을 탈탈 털어서 널어 말리고, 나른한 시간을 보낸 뒤에 빳빳해진 옷감을 걷어서 손 다림질 쓰윽 해가면서 꾹꾹 눌러가며 개어둔 옷들을 보는 느낌.

"빨래 끝~" 을 외치고 싶은 그런 조도와 바람이 이는 느낌이었다.



삶에서 무엇을 왜 추구하고 어떻게 지키고 살아야 하는지, 차근히 하나씩 배워가는 중입니다.

'주인공의 자리' 를 지키는 게 아니라, '사람의 온도'를 유지하는 게 행보이구나 깨닫습니다.

책과 친구의 도움 없이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가치에 대한 질문이 희박해지고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에 나와 놀아주는 유일한 두 존재가

바로 친구와 책입니다.


은유 작가님을 뵙게 된다면 꼭 전해 드리고 싶다. 은유 작가님이 삶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그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되어서 지금의 저에게도 와닿아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또 독자의 마음도 이야기가 되어 다시 작가님의 삶에 녹아들어서 와닿아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지게 될 거라고.

그렇게 우리는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을 돌고 돌게 하는 작은 쓸모의 힘을 발휘하며 사는 것에 감사하기로 해요.라고.

낮의 소란이 지나고 밤의 해방을 맞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대 한 스푼 남기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혀 관심 없던 이름이었다. 독서를 사랑하지만 철학은 전반적인 것을 훑는 형태를 좋아한다. 어쩌면 윤리나 사상을 수능을 위해 공부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는데 딱히 좋아하거나 깊이 사고 하는 철학자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저 그때마다 와 닿는 것을 오래 간직하는 스타일이다. 굳이 찾자면 다산 정약용 정도. 


 그런데 최근 들어 미디어를 통해 마흔이 되면 꼭 읽어봐야 한다는 쇼펜하우어가 등장하면서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던 때에 베스트셀러는 당장에 손을 대지 않는 청개구리 심리가 발동했고, 무관심해졌다.


 그러다가 이 책을 우연히 인별에서 보게 되었다. 잠들기 전에 읽는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산순한 추측으로 관심이 생겼다.


 작가가 칭화대 베이징대 강사였기 때문인지 비유나 예시가 중국의 문인들이 많다. 그래서 독일의 철학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동양 철학을 접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어쩌면 동양이든 서양이든 철학은 결국 인간의 삶을 연구하고 사고하고 체득하는 것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표현이나 상황이 조금 다를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할 일은 아니다.


 쇼펜하우어를 비관주의라고 말한다는데, 읽으면서 느낀 것은 비관주의라기 보다 현실주의라고 말하고 싶다. 지독한 이상을 이야기하거나 공감 못할 괴짜스럽고 어려운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시대와 상황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희망을 찾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으려 하기에 그랬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를 조금더 현실주의로 보여지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였는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느낀 쇼펜하우어는 MBTI로 치면 T성향을 가진 I 같았다. 왜 T가 아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면이 있지만, 한편 관심있는 것이나 관계의 정도가 밀접하면 감성적이고 따뜻하듯이 쇼펜하우어도 애정이 가득한 인간이라는 대상에 대해 지극이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말로 훈계같은 위로를 건내고 있다고 느꼈다. 마치 세월을 그대로 견디고 버티면서 인생을 고스란히 겪는 40대 50대의 현실 남자가장이 하는 이야기같다고나 할까.


 쇼펜하우어를 40세에 읽으라는 이유가 이 때문인듯하다.

20대, 30대의 치열한 희망고문과 도전의식으로는 받아들이거나 위로받기에는 조금 거칠고 덜 다듬어진 것 같기에, 40이라는 숫자의 마법같은 의미부여로 비관주의적인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다 '때' 라는 게 있다. 라는 말처럼...


 반면 하나님을 믿는 나로서는 의지를 의존적 의미로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현실이 비관적이었기에 비관주의 철학이 인정받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지금이 비관적인 것 투성이인것이 현실이니까.  


  낙천과 낙관이라는 말이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는 쇼펜하우어의 비관적인 태도가 되려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그의 말대로라면, 고통과 고난 그 자체가 행복인 것 아닌가. 삶을 고통이라 말했지만 그 자체가 행복이라 여기면 고통도 행복이다. 행복을 얼마나 누렸나보다 액운을 얼마나 피해갔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말이다. 고통 그 자체가 행복이 되면 액운의 횟수가 행복의 실체가 되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기독교적인 가치와도 크게 이질적이기만 한것은 아니었다.


나를 시작으로, 인생의 행복, 세상에서의 행복, 그리고 수양,고독, 시간을 활용하는법, 그럼에도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살수 있는 삶에 대해서 글이 이어지는 이 책에서 비관적이면서도 적극적이어야 하고 비관적이지만 낙관을 가져야 함을 계속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쇼펜하우어는 현실점검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시작이다. 나의 주변환경이 어떠한지를 현실적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나의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아야하고, 그에 따른 목표가 생겼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위한 계획이 나와서 행동양식이 도출되듯이. 막연함을 낙관이나 낙천, 희망으로 포장하지 말라고 한다. 


 구질구질, 염세, 투덜이가 아니라, 대책있는 현실감각을 기르라고 말한다. 비관 속에서 비관을 이용해서 낙관으로 실체화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간략한 챕터들의 구성이라 읽는것이 어렵거나 고뇌스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작가들의 쇼펜하우어도 궁금해진다. 그들이 이해하고 깨달은 쇼펜하우어는 어떨까?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나의 장바구니가 쇼펜하우어로 채워지고 있다. 나에게 센언니나 센오빠가 필요하다면 애정어린 독설을 해주는 쇼펜하우러를 소장해봐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지구력 -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발칙한 끈기에 대한 이야기
윤홍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에 감히가 붙은 카피가 좀 씁쓸하다.
그럼에도 행복해진다니 기대하면서 읽어보고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