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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 퀴즈 제왕의 비법 ㅣ 저학년은 책이 좋아 49
제성은 지음, 박영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5년 9월
평점 :
사실 저학년 친구들뿐만 아니라 요즘 초등학생들은 끝말잇기나
초성퀴즈를 일상에서 잘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휘리와 유빈이의 일상을 통해서 이렇게 놀아도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쪽지에 초성들을 써서 학교 이곳 저곳에 숨긴 다음에
탐정 놀이처럼 온 학교를 누비는 것도 얼마나
신나는 모험일까요?
요즘은 방과 후에도 모두 학원으로 떠나다 보니 학교 운동장도,
집 근처 놀이터나 공원도, 아파트 단지 내에도
초등학생들을 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어휘력도 늘리고, 건전한 승부욕도 불태워보면서, 이기기 위한 전략도 세우는 경험도 하고 재미까지 있으니
엄마로서는 참 기특한 친구들이었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쭈욱~ 읽다보면 어린 친구들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려가 생기고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마음을 보니
참 기특하더군요.
우리 어른들도 말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먼저 알아주었으면 하는 때가 있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라는 때가 있잖아요.
초성 퀴즈를 풀어 달라는 의뢰를 받은 휘리와 유빈이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마침내 초성을 풀었어요.
그런데 휘리는 초성을 쓴 소지석 형(소미나의 오빠)의 마음을
알게 되고는 유빈이조차 그 초성의 답을 말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는 유빈이가 이긴 걸로 하자고 하죠.
초성대결에서 과연 지고 싶었던 휘리는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답을 말하지 않은 걸까요?
책을 읽어보면 모두 알 거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것이
금과 같이 가치를 발휘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문자 프로필에 적힌 초성은 소지석 형의 마음이었어요.
어떤 마음일지 짐작이 가시나요?
그래서 저도 정답은 쓰지 않을래요.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세요.
아이만 읽기에는 너무 재밌답니다.
가끔 저도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힐링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저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기도 하면서
입가에 웃음이 머금는 시간이 되기도 하구요.
아마도 읽다 보면 저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되실 겁니다.
누구에게나 대나무 숲이나. 비밀의 정원은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 ^^
학교에서는 가끔 친구들끼리 공개하고 싶지 않고,
공유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고민들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유되어서 힘들어한다던지,
혹은 당사자를 제외한 주변친구들이 왈가왈부 하는 바람에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하는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거든요.
어떤 때는 카더라 라는 소문이 만들어져서
마치 사실인양 퍼지기도 하구요.
그때마다 저는 딸과 대화를 했었는데,
딸에게는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답니다.
지금은 아주 인이 박혀서 본인이 더 잘 알고는
누군가가 와서 전하기라도 하면
그건 당사자가 한 말인지 아닌지 확인 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고 말한다고 하네요.
당부의 말이 무엇이냐 하면,
1. 어른들의 대화 중 끼어들지 않기.
보통 어른들끼리 대화 중에 아이가 듣다가 자기도 할 말이 있어서 끼어드는데 호의적인 부모님들의 대부분은 대화를 중단하고 아이 말을 경청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들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 동의하지 않아요. 어른들의 대화를 듣는 것도 중요한 자세이기 때문에 아이가 끼어들면 저는 단호하게!!
지금은 어른들이 대화 중이니까 다 하고 나서 이야기하자.
이야기를 중간에 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라고 말해 줍니다. 아주 어릴 때 부터 해왔던 지라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매너이고, 저 역시 아이가 다른 사람과 대화 중일 때는 끊지 않아요.
혹여 급해서 끼어들게 되면 딸이 똑같이 이야기 하거든요.^^ 그럼 진심으로 사과를 한답니다.
2. 대화한 내용은 대화가 끝나는 순간 잊어버리기
사적인 대화를 한 뒤에는 어디에서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대화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오래 지속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만약에 너의 절친이 너랑 둘이서만 알기로 한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말해서 알게 되었다던지, 학교친구들이 다 알아버렸다면 어떨까? 하면서
비밀은 지켜졌을 때 비밀이라는 의미가 있는거란다.
라고 이야기 했답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비밀인데 발설하면 그건 이미 비밀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우리 비밀은 비밀로 좀 지켜주자구요.
3. 당사자가 이야기 할 때까지 소문에 동조하지 않는다.
진실을 빨리 확인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확인이 늦죠.
그리고 내가 원한다고 해서 진실을 꼭 말해야 한다는 법도 없죠.
학교에서는 아이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확인되지 않는 말들이 돌게 되는데요.
이럴 때 절대 동조하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동조만으로도 함께 욕하는 게 되기도 하고,
당사자는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꺼내야 되는 일이 될 수 도 있거든요.
책 속에 소지석 형이 그런 마음이었다는 것을
휘리가 알고도 정답을 맞춰서 미나에게 알렸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초성퀴즈의 제왕이 되었을 까요?
물론 대결에서 승자는 되었겠지만,
이기고도 진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요?
주체의 동의 없는 소문과 이야기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 시켜줄 필요가 있기에
요즘의 초등학생들에게는 필요한 매너라고 생각해요.
잇츠북 책으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읽은 후 이런 이야기들을 나눔으로써 조금 더 확실하게 배울 수 있게
될 거 같아요.
이런 저의 마음과 작가님의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책 말미에 작가의 말에서 같은 마음을 읽었답니다.
"저는 이번 대결을 통해서 휘리와 유빈이에게 비밀은 지켜질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비밀을 지켜 주겠다는 마음이 소중하다 것을 알려 주고 싶었어요.
또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겠다는 마음보다
질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고요."
초성 퀴즈 제왕의 비법 작가의 말 중 - 제성은 작가님-
역시 작가의 말까지 다 읽어야 제 맛입니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작가님의 창작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으니
꼭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마지막에 적어 두신 초성 퀴즈도 풀어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