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 - 가슴을 도려내는 듯 아름다운 우리 문장 43
장하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 :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
쪽 수: 278쪽
지은이(/번역자) : 장하늘
출판사 : 다산초당
출판년도(판/쇄) : 2006년 5월 30일 초판 6쇄
읽은 기간 : 2010 10 4 ~ 2010 10 6

-청추수제(이희승)
저 달이 생긴 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를 어루만지고 주무르고 꼬집고 하였을까? 울기는 누구누구며 웃기는 누구누구? 원망인들 오죽 쌓였을라고.

-낙엽을 태우며(이효석)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백화점 아래층에서 커피의 알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내 모양을 어린애답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또 즐기면서 이것이 생활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20세기 초의 문인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의 그 이효석이 맞나 싶을정도로 ‘도시적’ 낭만을 즐기고 있다.

-행화(윤오영)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생각하니 그 흥겨워 노래 부를 때 한편짝으로 일그러지던 그 입귀가 어딘가 그의 내심적 암시를 보여주었던 것만 같다.

-청춘예찬(민태원)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이 되는 것이다.

-산정무한(정비석)
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 줄기요, 팔은 가지인 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버린 것 가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짜면, 물에 헹궈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책(이태준)
서점에서는 나는 늘 급진파다. 우선 소유하고 본다. 정류장에 나와 포장지를 끄르고 전차에 올라 첫 페이지를 읽어보는 맛, 전찻길이 멀수록 복되다. 그러나 집에 와 한번 그들 사이에 던져버리는 날은, 그제는 잠이나 오지 않는 날 밤이야 그의 존재를 깨닫는 심히 박정한 주인이 된다.
/으익... 약간 공감 ㅜㅜ 읽는 속도는 사는 속도를 따라가질 못한다ㅜㅜ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해 낸 수많은 세계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그리운 시절(김환태)
나는 그 속의 한 소년이었다.
‘이랴 어저저저’ 함 고삐만 이리저리 채면 그 큰 몸뚱이를 한 짐승이 내 마음대로 제어되는 것이 나의 조그마한 자만심을 간지럽혀주었다.
이 시절이 나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 내 마음의 고향이다.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날 때면, 그 시절을 생각한다. 그리고 소를 생각한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그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소가 그립다.

-‘쉽게 쓰기’의 어려움(이형기)
한동안 나는 이효석의 문장을 좋아해서 속으로 은근히 그것을 본받으려고 한 적이 있다. 정평이 나 있는 서정미 넘치는 문장, 한 단락 안에서 같은 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어휘, 그리고 한 번도 접속사를 쓰지 않고 수필 한 편을 거뜬히 써내는 그 솜씨가, 내게는 모두 경탄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쉬운 문장을 쓰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자기 자신이 철저히 이해하는 일이다.
서머셋 모옴의 『서밍 업』은 나에게 이런 태도를 가르쳐준 책이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독자에게, 자기가 쓴 글의 뜻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17161103

‘쉬운 글’을 쓰려는 사람을 위해서 한 마디 적어두자. ‘쉬운 글’의 요소는 셋이다. 첫째, 비유법을 써서 표현할 것. 둘째, 구체적인 경험이나 실례를 들 것. 셋째, 인용법을 쓰되 짤막히 쪼크려 표현할 것.

-‘좋은 문장’은 그 사람에게서 배어나는 향기다.(한승원)
좋은 문장은 제작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인격체)에게서 배어나는 향기와 같은 것이다.
스스로 자비롭고 넉넉해지는 마음 가지기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독약까지 맛본 플로베르의 교훈(정건영)
그리고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 관계에 유의하여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말은 우리말대로의 내적 운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무리 산문이라 하더라도 호흡이 있고, 그 호흡이 깨지면, 불협화음의 반란이 일어나곤 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단어가 자기 위치에 있지 않거나, 말맛을 결정하는 어미, 조사가 어색하게 붙을 때, 생경한 비유 따위가 호흡을 깨뜨리곤 한다.


-아적 독서론(윤오영)
이렇게 생각할 때 이것은 모두 한 줌의 사리다. 억 천만 년의 억 천만 인이 사라진 뒤에 남은 몇 알의 녹두알 같은 사리다. 내 문득 책장을 어루만지며 길이 차탄한다. 이것은 한 사람의 글이 아니요, 억만 인의 글이다.
글속에서 작자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남의 고심의 흔적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남의 글을 읽으려면 먼저 내가 서야 한다. 내가 없이 어찌 남을 알랴. 그러나 내 한 길의 자로 천 길의 물을 재려함이 또한 어렵지 아니한가. 오직 내 자를 기르고, 내 자의 길이만치 읽을 수밖에 없으니, 나머지의 심충은 심사로 상량하는 수밖에 없다.

-관조의 세계에서 번져오는 희열(김규련)
와글거리는 개구리 소리에 물이랑이 일 적마다 달과 별은 비에 젖은 가로등처럼 흐려지곤 한다.(「개구리 소리」)
수필이나 소설은 산문이다. 산문이란 성실하게 낱말들을 부리어, 말하려는 대상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씨름하듯, 기진해서(임선희)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지만 귀로 들어서 기분 좋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읽고 있으면 육체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문장, 바꿔 말해서 라디오 방송이 가능한 문장을 좋아한다.
가위질은 형용사에서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문장이 죽어갈 때는 형용사가 무성한 가지가 먼저 시들기 때문이다. 통풍이 잘되는 문장을 쓰려고 적어도 나로선 애쓰는 셈이다.


-낯선 것은 익숙하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권현옥)
감동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흡입하는 공기처럼 존재해야 하니 어떤 구성에 넣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람, 순간, 정열(박미경)
작가란 다른 사람이 삶에서 놓치는 것들(못 보거나, 안 보거나, 지나치거나, 간과한) 중에서 삶의 비밀이나 비의, 인생의 촉수를 포착해 올리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산의 웅장함이나 난의 향을 매끈한 문장으로 풀어간다 해도 그것은 문장력의 과시일 뿐 문학의 아름다운 힘으로 독자의 가슴에 파고들기는 어렵다.

『박미경이 만난 우리 시대 작가 17인』
http://use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U462536737
『내 마음에 라라가 있다』
http://use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U452436061
- 장하늘 : 위 책을 읽고서, 그미의 송곳 끝 같은 언어 감각에 놀랐다. 

 


-새하얀 명함 한 장(김소운) - 184쪽 ~ 190쪽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리고 전체의 성격이 반드시 개체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도 쓸 만한 근거이다.



-동백꽃 필 무렵(김성우)
그토록 영리하고 공부 잘하던 소녀가, 세상 어디 가도 평생 그렇게 또록또록 살아가리라 믿었던 소녀가 포기한 교육 하나 때문에 이렇게 야초화해 버렸으니……. 옛 소녀는 내 손을 보고 참 희다고 말했다. 나는 단지 어쩌다 교육을 좀 더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다지 흴 것도 없는 내 손이 옛 소녀의 까만 손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김성우 님의 『돌아가는 배』 - 장하늘, 스승과 제자 편에서 눈물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5947505


-페이터의 산문(이양하)
네가 장차 볼 길 없는 사람들의 칭찬에 그렇게 마음을 두는 것은 무슨 이유인고? 그것은 마치 너보다 앞서 이 세상에 났던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


-젊은 선장의 최후(오소백)
지도자 노릇이 어려운 건 무거운 책임 때문이다. 책임을 외면하는 지도자는 참다운 지도자가 아니다. 나라의 일을 맡은 지도자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전쟁터나 기업이나, 집단·가정 등의 지도자도 그렇다. 지도자가 무책임한 사회 집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새벽을 맞는 마음으로(이시형)
공부건, 독서건 꼬박 책상 앞에서 밤새 씨름하다, 문득 창밖의 희뿌연 새벽을 맞게 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온다. 이건 일에 묻혀 밤을 새워본 사람만이 맛볼수 있는 축복이요 감동이다.
20대는 인생의 새벽이다.
새벽을 맞으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미운 간호부(주요섭)
나는 문명한 기계보다도 야만인 인생을 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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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때도 해결하지 못했고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이다.

과연 '한국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한국적인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

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책은 아니다. 대답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기반 마련을 해주는 책이다. 각 장의 제목을 살펴본다면 이 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1장 :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2장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
3장 : 정체성 판단의 기준

정체성이라는 문제가 대체 어떤 문제인지를 첫 장에서 소개한다. 그 다음 장에서는 위 제목이 암시하는 방향과는 약간 다르게 '보편성'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부분이 핵심적인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정체성 판단의 기준을 설명하는데, 저자가 제시하는 기준은 '고유성, 창의성, 주체성' 이렇게 세 가지이다.

3장에서도 마지막으로 다루어지는 주체성은 이 책의 후속작으로 봐도 무방한 『한국의 주체성』에서 심층적으로 다루어진다.

전체적으로 책의 구조와 특성을 살펴보았다. 그럼 각 장의 내용을 조금씩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나의 생각을 덧붙여보겠다.
 


먼저 제1장.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정체성 문제가 사실은 아주 어려운 형이상학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테세우스의 배 문제와 같이 정체성 혹은 동일성을 다루는 문제는 수천 년 간 철학이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점을 간과하고 그저 '한국의 정체성'이 우리 마음대로 고민하다보면 결론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인 양 고민해왔다. 저자는 이 점을 명시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이와 같은 태도에 비판적인듯 하다.
또한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분리해서 생각할 것을 주문하는데, 이 논리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는 합성의 오류와 분할의 오류이다. 대다수 미국의 시민들이 각각 제국주의자가 아닐지라도 미국이라는 국가는 분명 제국주의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SK가 현재 한국 프로야구 최강의 팀일지라도(2010년 10월 3일 현재. 준플레이오프 진행중. SK는 정규리그 1위) SK 소속 선수가 모두 각 포지션에서 한국 야구 최강의 선수는 아닐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특성이 한국이라는 집단을 확인시켜주며 그것이 정말 한국의 정체성을 확보해주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저자의 실수 혹은 혼란을 볼 수 있다.  

43쪽, 나는 한국을 다른 나라나 민족과 구별짓는 특질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한국의 언어인 한국어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각 분야가 공통으로 갖는 속성이나 성질이다. 물론 한국어도 한국이 갖는 여러 공통 속성 중의 하나겠지만 한국어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이제 두 가지 가능성을 살펴보자. 첫째, 언어이다. 국어야말로 한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해줄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지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유일의 한글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글로 한국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마치 한국인의 신원을 확인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개인의 신원 확인에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것은 그 번호가 다른 것과는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뭉니다. 즉 유일성에 의한 구별 방식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유일한 표기 방식을 자랑하는 한글이 이 번호에 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당시 영어공용어화 논쟁이 뜨거웠을 때라는 점을 배제하고서라도 한국어는 분명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저자는 한국어로 시작한 말을 어느샌가 한글로 바꾸었고, 그 둘을 완벽하게 동일한 것으로 파악한 듯 하다. 그러나 한국어와 한글은 분명히 다른 대상이다. 입말인 한국어와 글말인 한글은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는 두 대상이다. 물론 한국어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글말이 한글이라는 사실이야 부인해서는 안되겠지만, 다른 대상은 분명 다르게 생각해줘야 한다. 두 번째 비판사항은 더이상 한글이 한국어만을 표시하는 글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소수부족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자신들의 언어 표기방법으로 채택하였다(관련기사 바로가기). 10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 그 후에 일어난 사건을 들이대 비판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은 행위이지만, 이 책이 계속해서 유효성을 유지하려면 이 부분만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 다음으로 제2장. 한국적인 것이 과연 세계적인 것인가? 

저자는 보편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철수, 영희, 민수는 존재할 수 있더라도 '인간'자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중세 유명론과 실재론 논쟁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페이겔스의 글을 인용해 글을 전개해나간다.

60쪽, "~(앞부분 생략) 이 인간적으로 창조된 질서는, 인간 의식의 변화하는 의도적인 시스템-믿음, 소망, 생각 그리고 감정-을 반영하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다(영원한 자연 질서와는 달리). 그것은 인간에 의해 창조된 질서이며, 그러므로 인간에 의해 이해된다." 그는 자연과학의 보편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인문학의 보편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인용 부분이지만 저자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실제로 단어의 뜻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동시대에 같은 단어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동일한 의미를 주는 단어의 존재는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가치'란 결국 '의미'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동일한 가치의 존재 또한 불가능해진다.  여기서 누구에게나 동일한 가치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도출된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것' 다시말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세계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보편적인 것이 존재할 수 없음)을 논증했으므로, 세계적이라는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장은 예상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것의 정체는 '미국적인 것'이다. 

74쪽, 따라서 세계화란 미국화를 모호하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세계화란 보편화라고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란 미국화라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즉 세계화란 미국화의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과제는 분명해졌다. 한국적인 것과 미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각기 알아낸 후, 우리 안에서 미국적인 것과 어울리는 특성을 찾아내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우리 안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미국적인 것과 어울리는 상품을 개발해 그것을 수출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모두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어서 제3장. 정체성 판단의 기준 :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  

앞부분에서 다루어지는 고유성과 창의성은 한번에 다루어보자. 우리는 고유성을 생각하면서 시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이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땅에 포도라는 식물이 자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프랑스 포도주는 왜 다른 모든 지역을 제치고 포도주로 유명한 곳이 되었는가? 이는 프랑스 지역 사람들이 포도를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재배하고 또 그렇게 재배한 포도를 이용해 독자적인 포도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원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외부에서 받아들인 문화를 얼마나 자신들의 개성에 맞게 독창적으로 가꾸었는지가 고유성 판단의 기준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문화를 독창적으로 고유화했는지 아니면 퇴락시켜버렸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기준은 나에겐 참 혼란스럽다. 내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일지 모르기 때문에 전문을 인용한다. 

97쪽, 그럼 문화의 창조적 수용과 퇴락의 기준은 무엇인가? 위의 예를 통해 보면, 보편적 가치에 도달했는지의 여부로 보인다. 바둑의 경우 잡기보다는 도예가 더 높은 가치이며 보편적이다. 또한 유교에서 인권을 탄압하는 것보다는 인권을 신장하는 것이 더 높은 보편적 가치이다. 문화의 현상적 차이와 구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가치가 존재할 수 있는가? 나는 경험론자의 입장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인이나 흄의 동시대인과는 달리 희랍인들은 남색을 권했다. 흄은 이것이 "우정, 공감, 상호 애착 그리고 충실함의 원천으로서" 행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즉 남색 자체는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에서 권장되는 것이 아니지만, 남색의 바탕이 되는 성질들 즉 우정, 공감, 상호 애착 그릐고 충실함은 "모든 국가와 모든 시대에서 존중받는 것"이다. 이런 경험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지금까지의 관찰에서 보편적으로 발견한 가치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때의 보편적 가치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 가치로 이름만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목표를 정하거나 평가를 할 때 편의상 보편적 가치라는 표현을 쓴다. 창조적 수용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창조적 수용의 기준은 인류가 지금까지 관찰해온 일반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조치훈처럼 도 닦는 자세로 바둑을 두는 개별자가 존재한다. 인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몰라도, 억압받는 개인은 존재한다. 

2장에서 보편성을 다룰 때는 '존재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라는 표현을 하고, 이어서 보편적인 것 즉 '세계화'란 '미국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존재하지는 않지만 추상적으로 이름만 있는' 보편적 가치를 말하고 있다. 내가 받아들이기로는 2장에서 말한 '보편적인 것'과 3장에서 말하는 '보편적인 것'이 서로 약간 다른 개념으로 쓰이는 것 같은데, 정확히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아니면 누군가가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 분명 지금 내 생각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부분. 현재성과 대중성과 주체성이다. 

어렵게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표제어 자체가 워낙 명시적이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성은 말 그대로 '지금' 한국에서 유효한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찬란한 과거의 유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현재 우리의 내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 탐구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반대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생각해봐야 할 항목이다.대중성도 마찬가지로 명료한 개념이다. 저자는 대중문화를 절대 무시할만 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다수가 좋아하고 염원하고 편하게 느끼는 무엇인가'이며, '시대의 정신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108쪽) 마지막, 주체성. 딱히 할 말이 없다. 내면을 살펴야 한다는 것인데, 주체성 항목은 이 부분에서 다루기보다는 다음 책을 통해 고민해보는게 좋겠다.  

전체적으로 아주 깔끔한 논리전개가 돋보이는 책이다. 내 나름으로도 이 책의 형식을 흉내내어 서론부에 전반적인 조감도를, 각 부를 다룰 때도 초반에 안내사항을 게시하려고 노력해봤는데, 다시 읽어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3장 마지막 부분에 보편적인 것을 논하는 부분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질 못해서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글을 '간단하게'쓰는 능력을 연마해야겠다. 불필요하게 긴 글이 되어버려서 혹시라도 읽으실 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읽은 기간 2010년 9월 21일 ~ 2010년 9월 23일 

정리 2010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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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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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꾸 유시민과 관련된 리뷰만 써서 민망하다. 사실 추석 연휴동안 탁석산 선생님의 한국의 정체성, 주체성 두 권도 읽었고 요즘 독서모임에서 일리아스도 읽고 있는데........ ㅜㅜ 

알라딘 이 분야 최고의 책 저자와의 만남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다음주 월요일 유시민을 만나게 되어 어제 밤~오늘 낮까지 빠르게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작년 11월 거의 출간되자마자 사서 읽어보고, 격하게 반올림하자면 1년 정도만에 다시 읽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 읽었던 경험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  

그래도 역시 다시 읽는만큼 그땐 보지 못했거나, 기억에서 지워진 부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첫째로, 『사기』부분에서 저자가 한신을 주로 다루었다는 사실은 아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춘추전국시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였는지 저자의 이런저런 설명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모양이다. 다행히 이 책을 읽은 후에 서해문집에서 출간한 사기 1권을 읽었고 1권이 다루는 부분이 마침 그 부분이었다. 이번에 읽으면서 유시민이 왜 한신에게 관심을 가질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159쪽) 한신은 거침없는 논리와 교만한 언행으로 여러 차례 한고조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가 위선을 부리지 않는 직선적 성격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까지 저자는 저런 비난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몇몇 사람들에게서는 똑같은 오해를 받고 있다. 나는 몇년 전 유시민이 한창 정치계에서 욕을 먹고 있을때 그가 어떤 언행을 보였는지 기억나는 바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빽바지사건'이다. 고등학교 1학년때였는데, 어떤 초선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에 '빽바지'를 입고 나타났고, 그가 바로 유시민이었다. 그 외에는 고등학교 시절 놀고 '나름' 공부하느라 정치에 신경쓴 적이 없다. 지금 와서 옛 자료들을 들춰보면 유시민이 분명 교만한 언행이나 다른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적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변했다. 그가 변했다는 사실은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으면서 내가 느꼈고, 서영석이 얼마 전에 내놓은 why유시민에서도 자세하게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아무튼 그렇게 욕을 먹었던 유시민이니만큼, 한신에게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부분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다룬 장이었다. 내용 자체에서 뭔가 느낀바는 아니지만, 전에 읽고 리뷰를 올렸던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에서 나왔던 내용과 비슷한 소재를 다룬 부분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69쪽) 기업, 언론, 교육, 종교, 금융, 통신, 유통, 법률  같은 영역들은 역민주화 또는 역근대화하면서 점점 더 소수 상류층에게 권력과 재화와 가치가 집중되었습니다. 지나친 과두화라고 할 수 있죠. 사회 주요 부문의 과두화가 진행될수록 정부와 이들의 갈등도 커졌습니다.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과두화의 공존이자 충돌이죠. (....)결국에는 민주정부가 이들 과두세력에게 포위된 섬이 되어버린 거에요. 

(『청춘의 독서』260쪽) 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애국심,덕,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됤록 사회도 개선된다. 그러나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 

 

두 저자의 논점은 약간 다르지만, 결국 전반적인 사회의 민주화 정도와 정부의 민주화 정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1879년 헨리 조지는 부의 분배가 불평등한, 즉 불공정한 사회에서 민주적 정부가 수립된다면 오히려 사회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박명림은 대한민국이 사회는 역민주화되는 동안 정부만 혼자 민주화되는 바람에 정부 혼자 섬처럼 부유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만일 헨리 조지의 130년 전 진단을 우리 사회에 대입한다면, 지난 10년과 현재 3년차 정부,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세 번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서는 또다시 내용과는 크게 관계 없는 부분에서 흥미를 느꼈다. 베블런이 설명한 '야만 문화'의 '약탈적 단계'에서 나타나는 유한계급의 특징들은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일리아스'의 영웅들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았다. 

(227쪽)야만 문화의 약탈적 단계에서 남자들은 사냥과 전쟁을 벌였다. 여기서 획득한 전리품은 뛰어난 힘의 증거로 평가되었다. 이 문화 단계에서 투쟁과 침략은 가치를 공인받은 자기주장의 형식이며 강탈과 강압으로 획득한 유용한 물건과 서비스는 성공적인 침략의 전통적인 증거가 된다. 여자와 노예 등 사람도 다른 동산(動産)과 같이 성공적 약탈의 확실한 증거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반면 강탈이 아닌 방법으로 어떤 유용한 것을 획득하는 것은 훌륭한 신분을 가진 남자에게는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생산적인 일을 한다거나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은 좋지 않다. 

(229쪽)이들 비생산적 상류계급의 직업은 예나 지금이나 주로 정치, 전쟁, 종교의식 그리고 스포츠와 관련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은 베블런의 저작이 아니라 유시민이 쓴 부분이다. 베블런이나 유시민이나 일리아스라는 작품 자체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인류 사회의 공통적인 특징을 '있는 그대로'서술하다보니 저렇게 글이 나왔을텐데, 그 모습이 일리아스에서 너무나 똑같이 발견되기에 한편으로는 흥미로우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결국 인간이 이룬 사회라는 게 수천 년 동안 크게 발전하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309쪽에는 인생의 고비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나온다. 길게 할 말은 없다. 나는 과연 인생의 고비가 올 때마다 어떤 책을 읽게 될까?  

전체적으로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고, 많은 부분을 저자와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는 약간의 절망감도 들었다. "나는 언제쯤 이 정도 수준의 독서를 할 수 있을까?" 

읽은 기간 2010년 9월 24일 ~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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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리뷰에서도 두세번 언급했지만 책과는 '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댐을 쌓고 지냈던 내 학창시절, 나도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이 책을 읽었다.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꺼내고 자리에 앉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그 시절 내 생활습관을 생각하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체 난 왜 이 책을 읽었던 걸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만남이었지만, 그 책에서 나는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고, (그때는 '어 이름이 시민이네?ㅋㅋㅋ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책장을 덮는 동시에 그 이름도 내 인생에서 잊혀졌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컴퓨터공학도를 꿈꾸던 중학생은 사회정의와 인문정신에 대해 고민하는 영문학도로 바뀌었고, 참여정부 핵심인물 중 한명이었던 유시민은(물론 난 그당시에 유시민이 그런 사람인줄 전혀 몰랐다.) 또 다른 정당의 중심인물로 현재 한국정치계의 한 축을 떠맡고 있다.(아직은 미약하지만...) 

다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드레퓌스사건을 내가 알고 있던 이유는 이 책 덕분이었으며,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기 전부터 베트남전쟁에 대해 이유모를 부정적 느낌을 갖고 있던것도, 영어 이름에서 성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했던 것도 다 이 책 덕분(때문?)이었다. 내가 먼 훗날 『청춘의 독서』와 같은 책을 쓸 수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 책이 포함될 것이다. 유시민에게 리영희가 그랬듯, 나에겐 유시민이 사상에 은사인 것 같다. 의식화의 원흉까지는 아니지만.. 왜냐면 그때 난 의식을 가질 수 있을만한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부분인데,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리영희가 서술한 내용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서술이었다. 70년대 당시 다니엘 엘즈버그가 폭로한 미 국방성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리영희가 우리나라에 베트남전쟁의 실체를 전달했고, 리영희의 책을 읽은 유시민은 그것을 다시 한 번 읽기쉽게 재구성해 자신의 책에 썼다.   

별 대단한 일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면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느낄 수 있었을 때,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 지식, 사실, 혹은 진리가 사람과 사람, 책과 책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7년 만에 다시 읽었지만 그동안 워낙 많은 세월이 지나서인지 처음 읽는 느낌이었다. 다시 7년 후면 내가 서른이 된다. 그 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물론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으면 색다른 느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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