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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공부에 反하다
이범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2007학번 대학생이다. 2006년 11월 16일에 수능시험을 보고 정시로 대학교에 합격해 2007년 3월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 한 해 동안 공부를 하면서 내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수단은 인터넷강의였다. 수능 후, 그동안 수강한 인터넷강의가 모두 얼마 정도인지 계산해봤었는데, 지금 기억으로 대략 130만원 정도였던것 같다. 1월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서 11월 16일에 시험을 봤으니 대략 한 달에 13만원 정도 쓴 셈이다. 모든 것들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 수험생활에서 인터넷강의는 빠질 수 없는 기억이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아마 내가 공부하던 그때보다 훨씬 더 인강에 의존하고 있을 것 같다.)
내용은 크게 보면 세 부분과 마무리 장으로 나눌 수 있다. 1장부터 7장까지, 글쓴이의 학원 생활 이력과 뒷 이야기, 그리고 무료 인터넷강의에 대한 전망까지가 첫 부분이다. 8장과 9장에서 공부방법에 대한 글쓴이의 뚜렷한 주관을 확인할 수 있으며(=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공부방법같은 건 없다), 10~12장으로 책을 쓸 당시 교육정책에 대한 글쓴이의 주장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13장에서 전체적인 내용 마무리가 이루어지며 책이 끝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공부방법에 대한 그의 지론은 평소 내 생각과 거의 흡사하기에 딱히 할 말이 없고, 글쓴이의 말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였던 08년 입시는 그 한 해의 소동으로 끝나버렸다. 물론 11장과 12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지금까지도 유효하지만,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문제제기이기 때문에 큰 흥미를 못느꼈다. 오히려 몇 달전에 읽은 김상봉 교수의 『학벌사회』가 훨씬 더 흥미로운 문제들을 제시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역시 학원가의 뒷이야기아와 인터넷 무료강의에 대한 전망을 담은 첫 부분이 가장 흥미롭다. 그리고 어제 밤과 지금, 티치미가 유난히 아쉽다.
티치미를 비롯한 인터넷강의 업체와 강사들의 전반적인 모습, 그리고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아래와 같은 홍보문구로 시작한 티치미라는 인터넷강의 사이트는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유/무료 병행 선언을 한다(2006.1.14). 그리고 7월 중순경, 드디어 유료 강의를 시작했다. 당시 고3이며 한창 모든 노력을 다해 수능공부를 하고 있던 나는, 기존 무료 강의에서 티치미 선생님들의 도움을 워낙 많이 받았기에 그들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유료강의를 신청했고, 세 강의 중에서 너무 어려웠던 한 강의를 빼고 두 강의를 아주 잘 수강했다.
그런데 이범씨의 이 책에서 씁쓸한 한 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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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쪽) 혹자는 이러한 결과를 들어 이들의 무료강의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무료강의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와 인기를 높인 다음 이를 이용하여 유료화의 길로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티치미 선생님들과 긴밀한 대화를 지속해온 나의 판단으로는 이러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일단 티치미 사이트를 '영원히 무료'로 유지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유료화시키면 학생들은 상당한 실망과 반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티치미 선생님들이 유료 인터넷강의 사업을 시작하려면 티치미가 아닌 다른 사이트를 새로 개설해야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는 기존 티치미 사이트를 통해 얻은 동력을 제대로 연결시키기 어려워진다. 결국 이들이 유료 인터넷강의 사업으로 나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유료화를 위해 물의를 일으켜가며 탈바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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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쇄가 이루어진 시점이 2006년 4월 경인데, 아마 2006년 1월 14일 티치미의 유/무료 병행 선언 전에 이 부분이 쓰여졌고 그것이 그대로 출판되었나보다. 아니면 이범씨는 티치미의 유/무료 선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것일까? 안타깝게도 그의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2006년 7월 이후 티치미는 '걷잡을 수 없이' 유료 수능강의 사이트로 변해갔다. 그리고 지금은 무려 티치미 브랜드를 앞세우는 대입 종합학원까지 거느리고 있다. 또한 경쟁업체 강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비상식적인 마케팅까지 벌였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분들은 이 바로가기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더하여, 김찬휘 선생의 해명(?)글 바로가기) 그들은 아이들에게 결코 유익하지 않은 논쟁 주제를 영원히 선물하게 되었다. (바로가기)
티치미는 여전히 무료강의Zone이라는 이름으로 무료강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정도 무료강의라면 여타 다른 대형 인터넷강의 업체에서도 TCC라는 이름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수능의 맥, 수능의 핵, 오소독스 등 지존급 강의는 그러나 여전히 칭찬받을 만한 무료강의긴 하다..) 가장 강력하게 등장했던 무료 인터넷강의 사이트가 이렇게 변질된 현 상황에서, 강남구청 인강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 EBS인데, 국가의 지원을 받는 덕분인지 EBS는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지금보다 추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말도 안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EBS 문제의 수능 반영 정책 덕분에..) 그리고 언제나 무료로 인터넷강의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이범씨도, 곰스쿨에 올라온 가장 최근 강의가 '2008년'에 올라온 강의다. 교육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의 모습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또한 이번 글을 쓰면서, 그동안 수능 인강 업체들에 대해 다시한번 대략적으로 알아보았다. SK컴즈에 인수되었던 이투스는 청솔에 인수되어 현재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 맞춰 비타에듀로부터 일명 '삽라인' 강사들을 영입했는데, (기사 바로가기1, 2) 이와 같은 일명 '일타 강사'들의 업체 갈아타기는 내가 수능을 마치던 그즈음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리 좋은 이유를 내세워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돈' 때문에 옮겨가는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악의 이적은 바로 언어 강사인 '문명'과 사탐 강사 '설민석'의 이적. 신생 사이트였던 이투스를 이끌며 '이투스 4대천왕'으로 나름 잘나가던 그들은 2007년 메가스터디로 이적해버렸다. 확인해보니 문명 선생은 지금까지 메가스터디에서 강의하고 있고, 설민석 선생은 메가스터디에서 비타에듀로, 그리고 최근 다시 이투스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철새'처럼 이동하는 듯 '보이는' 인강 강사들의 행적을 가장 관심있게 챙겨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속사정을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썼다. 그리고 이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현상을 받아들이는 수준일거라 생각한다) 바로 수험생들이다. 넓게 잡으면 중학교 3학년부터 N수생에 해당하는 20대 중반까지가 이들의 행적을 다 기억한다. 글의 제목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기서 나에게 떠오른 문제는 바로 청소년들이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볼까이다.
티치미의 평생 무료선언 폐기를 바라보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행동을 한 학생은 없었다. 그런 학생들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있었다. 그 어떤 무엇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나는, 티치미가 무료로 유지되든 유료로 전환되든 크게 신경쓸 이유가 없었다. 이투스에서 메가스터디로, 다시 비타에듀로, 그리고 다시 이투스로 옮겨다니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있자니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정말 사회와 학생들을 생각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형태를 불문하고 어찌되었든 '교육'으로 먹고사는 그들이니만큼,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과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저런 콘서트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사소하게는 수업시간에 욕설을 하지 않는것부터 시작해서(한국일보 기사), 사람이 모든 말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 있는 언행을 보이고(최진기 선생 주가2000발언 동영상과 조교 해명글), 크게는 이런 경쟁체제, 학벌체제가 결코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깨우쳐주었으면 좋겠다.(삽자루 선생 서울대 발언) 그러나 다른 것들은 기대해볼만 하더라도, 이 체제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강사들이니 만큼.. 아무래도 마지막 바람이 이루어지는 그런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덧붙임) 책 한 권의 한 줄에서 참 많은 생각이 나왔다. 물론 별달리 새로운 생각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나의 수준 발전이 없어보여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 줄에서 다양한 생각이 뿜어져 나올 수 있다는 것. 책읽기의 매력 중에 이것도 큰 매력이 아닐까?
읽은 날짜 : 2011 01 13
정리 날짜 : 2011 01 14 밤 ~ 2011 01 15, 01시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