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시장체제는 자본주의를 위해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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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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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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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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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신화 1- 시장의 탄생
이용범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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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공부에 反하다
이범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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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2007학번 대학생이다.  2006년 11월 16일에 수능시험을 보고 정시로 대학교에 합격해 2007년 3월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 한 해 동안 공부를 하면서 내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수단은 인터넷강의였다. 수능 후, 그동안 수강한 인터넷강의가 모두 얼마 정도인지 계산해봤었는데, 지금 기억으로 대략 130만원 정도였던것 같다. 1월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서 11월 16일에 시험을 봤으니 대략 한 달에 13만원 정도 쓴 셈이다. 모든 것들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 수험생활에서 인터넷강의는 빠질 수 없는 기억이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아마 내가 공부하던 그때보다 훨씬 더 인강에 의존하고 있을 것 같다.) 

내용은 크게 보면 세 부분과 마무리 장으로 나눌 수 있다. 1장부터 7장까지, 글쓴이의 학원 생활 이력과 뒷 이야기, 그리고 무료 인터넷강의에 대한 전망까지가 첫 부분이다. 8장과 9장에서 공부방법에 대한 글쓴이의 뚜렷한 주관을 확인할 수 있으며(=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공부방법같은 건 없다), 10~12장으로 책을 쓸 당시 교육정책에 대한 글쓴이의 주장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13장에서 전체적인 내용 마무리가 이루어지며 책이 끝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공부방법에 대한 그의 지론은 평소 내 생각과 거의 흡사하기에 딱히 할 말이 없고, 글쓴이의 말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였던 08년 입시는 그 한 해의 소동으로 끝나버렸다. 물론 11장과 12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지금까지도 유효하지만,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문제제기이기 때문에 큰 흥미를 못느꼈다. 오히려 몇 달전에 읽은 김상봉 교수의 『학벌사회』가 훨씬 더 흥미로운 문제들을 제시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역시 학원가의 뒷이야기아와 인터넷 무료강의에 대한 전망을 담은 첫 부분이 가장 흥미롭다. 그리고 어제 밤과 지금, 티치미가 유난히 아쉽다.  

티치미를 비롯한 인터넷강의 업체와 강사들의 전반적인 모습, 그리고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아래와 같은 홍보문구로 시작한 티치미라는 인터넷강의 사이트는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유/무료 병행 선언을 한다(2006.1.14). 그리고 7월 중순경, 드디어 유료 강의를 시작했다. 당시 고3이며 한창 모든 노력을 다해 수능공부를 하고 있던 나는, 기존 무료 강의에서 티치미 선생님들의 도움을 워낙 많이 받았기에 그들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유료강의를 신청했고, 세 강의 중에서 너무 어려웠던 한 강의를 빼고 두 강의를 아주 잘 수강했다.

그런데 이범씨의 이 책에서 씁쓸한 한 줄을 발견했다. 

   
  (118쪽) 혹자는 이러한 결과를 들어 이들의 무료강의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무료강의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와 인기를 높인 다음 이를 이용하여 유료화의 길로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티치미 선생님들과 긴밀한 대화를 지속해온 나의 판단으로는 이러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일단 티치미 사이트를 '영원히 무료'로 유지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유료화시키면 학생들은 상당한 실망과 반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티치미 선생님들이 유료 인터넷강의 사업을 시작하려면 티치미가 아닌 다른 사이트를 새로 개설해야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는 기존 티치미 사이트를 통해 얻은 동력을 제대로 연결시키기 어려워진다. 결국 이들이 유료 인터넷강의 사업으로 나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유료화를 위해 물의를 일으켜가며 탈바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1쇄가 이루어진 시점이 2006년 4월 경인데, 아마 2006년 1월 14일 티치미의 유/무료 병행 선언 전에 이 부분이 쓰여졌고 그것이 그대로 출판되었나보다. 아니면 이범씨는 티치미의 유/무료 선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것일까? 안타깝게도 그의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2006년 7월 이후 티치미는 '걷잡을 수 없이' 유료 수능강의 사이트로 변해갔다. 그리고 지금은 무려 티치미 브랜드를 앞세우는 대입 종합학원까지 거느리고 있다. 또한 경쟁업체 강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비상식적인 마케팅까지 벌였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분들은 이 바로가기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더하여, 김찬휘 선생의 해명(?)글 바로가기) 그들은 아이들에게 결코 유익하지 않은 논쟁 주제를 영원히 선물하게 되었다. (바로가기

티치미는 여전히 무료강의Zone이라는 이름으로 무료강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정도 무료강의라면 여타 다른 대형 인터넷강의 업체에서도 TCC라는 이름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수능의 맥, 수능의 핵, 오소독스 등 지존급 강의는 그러나 여전히 칭찬받을 만한 무료강의긴 하다..) 가장 강력하게 등장했던 무료 인터넷강의 사이트가 이렇게 변질된 현 상황에서, 강남구청 인강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 EBS인데, 국가의 지원을 받는 덕분인지 EBS는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지금보다 추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말도 안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EBS 문제의 수능 반영 정책 덕분에..) 그리고 언제나 무료로 인터넷강의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이범씨도, 곰스쿨에 올라온 가장 최근 강의가 '2008년'에 올라온 강의다. 교육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의 모습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또한 이번 글을 쓰면서, 그동안 수능 인강 업체들에 대해 다시한번 대략적으로 알아보았다. SK컴즈에 인수되었던 이투스는 청솔에 인수되어 현재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 맞춰 비타에듀로부터 일명 '삽라인' 강사들을 영입했는데, (기사 바로가기1, 2) 이와 같은 일명 '일타 강사'들의 업체 갈아타기는 내가 수능을 마치던 그즈음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리 좋은 이유를 내세워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돈' 때문에 옮겨가는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악의 이적은 바로 언어 강사인 '문명'과 사탐 강사 '설민석'의 이적. 신생 사이트였던 이투스를 이끌며 '이투스 4대천왕'으로 나름 잘나가던 그들은 2007년 메가스터디로 이적해버렸다. 확인해보니 문명 선생은 지금까지 메가스터디에서 강의하고 있고, 설민석 선생은 메가스터디에서 비타에듀로, 그리고 최근 다시 이투스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철새'처럼 이동하는 듯 '보이는' 인강 강사들의 행적을 가장 관심있게 챙겨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속사정을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썼다. 그리고 이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현상을 받아들이는 수준일거라 생각한다) 바로 수험생들이다. 넓게 잡으면 중학교 3학년부터 N수생에 해당하는 20대 중반까지가 이들의 행적을 다 기억한다. 글의 제목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기서 나에게 떠오른 문제는 바로 청소년들이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볼까이다.  

티치미의 평생 무료선언 폐기를 바라보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행동을 한 학생은 없었다. 그런 학생들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있었다. 그 어떤 무엇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나는, 티치미가 무료로 유지되든 유료로 전환되든 크게 신경쓸 이유가 없었다. 이투스에서 메가스터디로, 다시 비타에듀로, 그리고 다시 이투스로 옮겨다니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있자니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정말 사회와 학생들을 생각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형태를 불문하고 어찌되었든 '교육'으로 먹고사는 그들이니만큼,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과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저런 콘서트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사소하게는 수업시간에 욕설을 하지 않는것부터 시작해서(한국일보 기사), 사람이 모든 말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 있는 언행을 보이고(최진기 선생 주가2000발언 동영상조교 해명글), 크게는 이런 경쟁체제, 학벌체제가 결코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깨우쳐주었으면 좋겠다.(삽자루 선생 서울대 발언) 그러나 다른 것들은 기대해볼만 하더라도, 이 체제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강사들이니 만큼.. 아무래도 마지막 바람이 이루어지는 그런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덧붙임) 책 한 권의 한 줄에서 참 많은 생각이 나왔다. 물론 별달리 새로운 생각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나의 수준 발전이 없어보여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 줄에서 다양한 생각이 뿜어져 나올 수 있다는 것. 책읽기의 매력 중에 이것도 큰 매력이 아닐까?
 

읽은 날짜 : 2011 01 13 

정리 날짜 : 2011 01 14 밤 ~ 2011 01 15,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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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경제를 다루는 책들을 몇 권 읽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우와~!'하는 느낌이 들다가도, 마지막 장을 덮고 리뷰를 쓰고 나면.... 

왠지모르게 공허하다. 

대한민국만큼 자본주의가 노골적으로 구동되는 공동체는 전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는 모양인데, 그러니만큼 더더욱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목적이 순수 학문이든, 경제 개혁이든, 아니면 취직이든.. 경제공부는 정말 꼭 해야만 할 것 같다. 전공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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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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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직접적인 저작은 『88만원 세대』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지승호씨와 함께한 인터뷰집까지는 읽어봤다. 그렇다면 이번이 우석훈과의 세 번째 만남인데, 전체적으로 좀 공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핵심 주장은 이러하다. '현재 한국은 제국주의형 경제로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팽창일로에 놓인 중국, 일본과의 평화적 관계 정착에 실패한다면 30년 이내에 반드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글쓴이는 제국주의형 경제체제로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징후'를 제시한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직인에 '삼족오'를 새겨넣는다는 뉴스에 열광하는 우리 국민, 황우석 사태와 디워 논쟁, 월드컵 당시 나타난 일방적인 열광과 그에 맞추어 발전하는 기업들의 쇼비니즘 자극 마케팅, 그리고 내부식민지로 전락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북한 경제 등에서 글쓴이는 '한국 경제가 내적 불균형을 더이상 감내하지 못하는 단계에 와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꾸만 해외로 팽창하려 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는다. 

일상 생활의 사소한 면면에서 변화의 징후를 읽어낸다는 점에서 우석훈씨의 예민함 내지 감수성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 삶 주변의 곳곳에서 조그마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책의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잠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제 우리 아파트 1층에 학원 광고지가 붙었다. 초등학생 전문 학원이라는데....  


 

 

 

 

 

 

 

이나라 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스펙이라는 말이 드디어 초등학생에게까지 내려갔구나 하는 마음에 정말 기분이 가라앉았다.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그만해야겠다. 아무튼 저렇게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면면에서 글쓴이는 한국 경제의 팽창주의로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알리려 노력한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좀 산만하다. 아무리 10대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고 하지만, '이걸 봐라 장난아니지?'라고 해놓고는 별다른 정리 없이 자꾸만 다른 근거를 들이대며 '공포'를 조성한다. 거기에 더해, 결말의 허무함은 더더욱 아쉬운 면이다. 물론 어느 학자든 대안을 내놓는다는게 쉽지 않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대안제시에 조금 더 신경썼다면 훨씬 더 좋은 책이 될수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다만, 닫는글인 '교육 파시즘의 시대, 학교 파시즘에 부쳐'라는 글은 우리 모두가 꼭 생각해봐야할 문제를 잘 제시해주는 글이다. 30년 후에 전쟁이 발발할수도 있다는 글쓴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이 책을 마주친다면 꼭 마지막 닫는글은 읽어보길 바란다. 

읽은 기간 : 2011 01 10 ~ 2011 01 12 

정리 날짜 : 2011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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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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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우석훈의 인터뷰집을 읽고 나서, 참여정부에 대해 시각교정을 가능하게 해준 책이라는 말을 했었는데,(바로가기) 이번에도 아주 크게 '당했다' 

바로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목차를 살펴보거나 209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박정희의 개발 독재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부터 재벌 시스템의 정당성과 유효성, 신자유주의 및 주주 자본주의의 본질과 한국에서의 전개 양상 및 파장, 자본과 노동이 서로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현황, 국가라는 조직이 유명무실화되어가는 우리의 현실과 그 결과, 소위 진보-개혁 세력이 겪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혼선의 상황을 점검하고 따져'보는 그런 책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회과학서적 중에서, 재벌의 유용성과 박정희 시개 경제개발을 이렇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설명한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장하준 교수의 다른 책을 본다면 역시 그런 입장을 만날 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이 책이 장하준 교수의 첫 번째 책이다. 

박정희의 개발 독재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우선 이 논의를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사적, 이론적 사실은 바로 '자본주의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해야 성립할 수 있는 체제'라는 것이다.(52쪽)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분석한 내용이 저것이며, 마르크스는 저러한 잉여가치의 생산이 바로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이며 그 잉여가치를 착취해가는 자본가들을 '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아군과 적의 구분에 앞서서, 자본주의가 구동되는 기본 원리에 '착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점에서 박정희시대 경제논의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하준과 정승일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 걸까? '경제 발전에 성공한 나라의 지배층과 실패한 나라의 지배층 간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바로 착취로 빨아들인 부를 어디에 사용했느냐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한국의 경제 발전은 착취 때문에 성공했다기보다는 착취한 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53~54쪽) 이거 참... 이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존재하는 적지 않은 저개발국가들은 지난 반세기동안 심한 독재와 탄압을 받았다. 그런데 그러한 국가들 중에 우리나라 만큼 경제적으로 번영에 성공한 국가는 없다. '미국의 경제 원조라면 칠레도 많이 받았고, 아프리카에는 한국보다 더 많이 받은 나라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경제 개발에 실패했어요. 토지 개혁이든 원조든 주요한 조건들이니까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무관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조건들 때문에 '경제 발전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죠.' 사실 나도 저렇게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다양한 논거가 더 제시되지만, 책 말미에 나오는 핵심적인 주장을 살펴보자 '박정희 체제가 경제 발전에 성공한 이유는 독재(=반민주)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자유주의적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긍정하는 점은 그 비자유주의적 측면이지, 반민주주의적 측면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비판 역시 경제, 사회, 노동, 복지 등의 개혁 정책에서 나타나는 그 자유주의적 측면을 겨냥한 것일 뿐 정치, 외교, 국방, 사법 분야에서의 개혁 정책에 나타나는 그 민주주의적 측면이 결코 아니다.'(237쪽)  

맞는 말인듯 하면서도 얼핏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는 주장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자유와 민주의 관계를 생각해봐야 할 차례이다. '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동반하며 양자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믿는 자유 민주주의자들의 신조와는 달리, 양자는 서로 분리되며 서로 다른 차원에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실천적으로 매우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가령 자유주의에 대한 반대가 반드시 민주주의의 옹호는 아니다. 1929년 대공황의 후폭풍 속에서 탄생한 나치 정권과 뉴딜 정부는 둘 다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포기한 점에서는 같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는 정반대였던 것처럼 말이다.(236쪽) 쪽 수를 보시면 알겠지만, 책에 나오는 내용을 순서를 달리해 써봤다. 이제부터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대할 때, 조금 더 냉정하고 세밀한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자유주의라는 이름은 정치,언론,집회 등의 자유가 아니라 "경제적"자유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그 경우,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이론이 되어버린다. 경제 분야에서 돈의 권리를 무한정 인정하는 자유주의와, 정치와 생활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경제개입을 반대하는 '개혁 진영'의 태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바로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 심리때문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힘 있는 정부를 불온하게 여기는 것 자체가 박정희에 대한 반사적 거부라니까요. 박정희 정부가 반민주적이었기 때문에 정부에 반대하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힘을 빼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고정관념화되어 버린 겁니다.' (202쪽) 그렇다면 장하준과 정승일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찬성하는 입장이 되고, 그들은 그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관치 혹은 정부의 역할을 무조건 부인하는 것은 자유주의 내지 신자유주의의 입장입니다. 즉 '작은 정부가 아름답다.' '관료제는 나쁘다.' '규제는 나쁘다.'는 건데요. 문제는 국가의 역할과 관료주의를 부인하면 그 대안이 시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정리해본 박정희 시대 경제발전에 대한 논의와 그에 따르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개념 점검, 그리고 국가 개입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전체적으로 아주 신선하고 유익한 경제적 내용으로 가득차있다. 원래는 모든 내용을 다 아우르는 독후감이자 요약을 쓰고 싶었는데, 너무 많은 내용을 다 담고자 욕심부리다보니 지쳐버렸다. 이쯤에서 마무리지어야겠다ㅜㅜ. 

한국 경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런데 만일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심정적으로든 정책적으로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내가 그렇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우리편'의 시각에서 '반성'하는 것과 '제3자'의 시각에서 '비판'하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에.. 

 

 읽은 기간 : 2011 01 09 하루 

정리 날짜 : 2011 01 12 ~ 2011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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