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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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만에 쓰는 독서 리뷰인가.. 마지막으로 쓴 게 심재천씨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리뷰이고 무려 2월 17일에 쓴 글이다. 3월에 접어들면서 학교 생활을 하느라 너무 바빴다. 3년만에 돌아간 학교는 날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고, 나도 나름대로 학교 밖 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느라 바빴다. 그런 와중에 역시 가장 먼저 줄어든 시간은 독서시간이었다. 학기 내내 틈틈히 책을 읽긴 했지만, 정리해서 리뷰를 쓰지는 못했다. 이제 방학하고 거의 한 달이나 지나간 시점에서 드디어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마이클 샌델의 저작은 두 번째로 읽는다. 전작『정의란 무엇인가』를 2011년 1월에 읽었으니 꼭 1년 반만에 다시 샌델을 만났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이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전작의 초반부에서 다루었던 문제를 확장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이후 다양한 저작들이 우리나라에 번역,소개되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실상 『정의란 무엇인가』를 전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샌델이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이미 다른 매체나 리뷰어들의 글에서 언급되었기에 내가 또다시 언급해 인터넷 공간에 불필요한 문장을 더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끝까지 읽은 결과, 샌델의 가장 주효한 뒷받침 명제는 결국 '시장은 단순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규범을 나타낸다.' 이 문장에 집약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매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교환에서 그치지 않고, 거래되는 대상의 규범, 가치, 존재 방식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우선 샌델이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을 보면 시장은 비시장의 영역이었던 것들을 대부분 '부정적'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이스라엘 어린이집 이야기는 시장 규범이 어떻게 '미안함'과 '책임감'을 밀어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는 우리도 늘상 겪는 경우라 생각한다. 해야할 일을 제 때 하지 못하고 우리는 버릇처럼 '돈'으로 그 잘못을 대신한다. 대학생들이 늘상 만드는 스터디에서는 자주 지각비 제도가 만들어진다. 서로간의 책임감이 아니라 결국 돈으로 규제를 하는 형국이다. 


시장 원리와 도덕 가치의 대결에서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는 사례들을 쉼없이 제시하는 샌델은 책의 마지막 세 문단에서 최종적인 관심사이자 우려를 말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점차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고 일하고 쇼핑하며 논다. 우리 아이들은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닌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되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민주주의에 좋지 않으며 만족스러운 생활방식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고,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5~276쪽)


이 부분을 읽으며 샌델이 그냥 철학자가 아니라 롤스 정의론을 비판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정치' 철학자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결국 샌델이 걱정하는 것은 재산에 기반한 신분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중심적(미국 사회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단어라고 김선욱 교수님의 해제에 설명되어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샌델에게 있어, 신분제 사회화 되어가는 미국의 모습은 사실 차분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작의 후광으로 출판 업계와 독자들 사이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번 저작은 사실 사회적 후폭풍으로만 본다면 전작에 한참 못미치는듯 하다. 그래도 포기할수는 없지 않은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제시하는 미국과 여러 나라의 사례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읽은 기간 2012년 7월 8일 ~ 2012년 7월 16일

정리 날짜 2012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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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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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심재천이라는 신인 작가를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촌스러울 정도로 노란 표지와 엉성하게 그려놓은 인물들에 시선이 꽂혔다. 난 원래 병맛을 즐기니까.

평소 소설도 잘 안 읽는데다가 신인 작가들의 새로운 소설을 더더욱 읽지 않는 나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책날개를 살짝 펼쳐보았다. 어라!?


토익 590점을 맞은 '나'는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위기감 속에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호주!!! 2011년의 7개월을 호주 멜번에서 보낸 나로서는 표지뿐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기 충분했다. 아쉽게도 작품 속 '나'는 멜번이 아니라 브리즈번으로 날아갔다. 

아무렴 어때, 간만에 소설 한 권 읽어보자.


다 읽어보고 나니, 심사위원평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너무 잘 읽혀서  오히려 걱정될 정도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탁월하다. 가벼운듯하지만 주제의 깊이가 범상치 않고, 반전이 주는 문학적 상상력도 대단했다.'


『7년의 밤』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정유정 작가가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를 발표했을때, 『나의 토익 만점 수기』를 접했듯 우연한 기회로 출판되자마자 읽을 수 있었다. 그때 그 작품을 읽고 나서 '거의' 신인이었던 정유정 작가를 주목했었는데, 『나의 토익만점 수기』를 읽고는 심재천 작가야말로 더 주목해야하는 작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취업 시즌이 완전히 끝난 올해 봄. 나는 서류전형 한 번 통과해보지 못하고 시즌을 접었다. '지원자격: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문구 앞에서 나는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넌 꺼져."

참 웃기다. 그런데 슬프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 표현해보자면, '웃프다.' 세상에 어느 주류 소설작가가 이런식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가? 나는 이 대목에서 '잉여력'과 '문학성' 을 감각적으로 오가며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가의 감각을 느꼈다. 자꾸 정유정 작가를 언급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짧은 호흡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박력과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힘이 뛰어나지만, '병맛'이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병맛'을 첨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고, 그게 우리가 웃는 방식이며, 때로는 그게 우리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병맛'을 발산하는데는 또한 '잉여력'도 필요하다. 잉여력은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유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비교적 '쓸데없는 것'들에 몰두하는 에너지다. 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작은 하마 이야기가 어떤식으로 확대-재생산되는지를 검색해보라.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생산적인 사람들은 절대 이해못할 현상이다.(바로가기1:원작 바로가기2:최초번역 바로가기3:패러디 시작 바로가기4:심화발전

본문 맨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심재천 작가는 3년간 무직자 신세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사람, 분명 잉여짓도 해봤고 병맛이 뭔지도 아는 사람일거라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었다.

오늘 아침 스티브의 아내를 처음 만났다. (...) 처음엔 땅속에서 외계인이 튀어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땅이 스스로 열렸고, 생명체의 머리가 올라왔다. 머리, 가슴, 몸통, 다리 순으로 기어 올라왔다. (...) 몸엔 흰색 방사능 재킷을 둘렀다. 우주 괴물이 따로 없었다. 두 발엔 삼색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그녀가 인간일나느 것을 알았다. 외계인이라 믿기엔, 아디다스 슬리퍼가 너무 인간적이었다.

이게 대체 뭔가.. 이거 글로 써있으니 소설이지 약간의 상상력만 더해 만화로 그려놓으면 전형적인 b급 병맛 웹툰의 한 장면이다. 난 작가가 이런 방식으로 장면을 묘사한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작품이 내내 이런식으로 실없는 소리와 어이없는 장면 묘사로만 가득찼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셈이 된다.

바나나 농장을 가장한 마리화나 농장에서 스티브와 함께 일하며 주인공 '나'는 매일매일 영어실력 향상에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짧은 생각일지라도 영어로 반드시 말해보는 습관은 그 노력들 가운데 한 가지이다.

"도대체 이 모기들은 뭣 때문에 있는 건가." 나는 중얼거렸다. 머릿속에서 "what are these mosquitoes for?"라는 문장이 뒤따랐다. 여덟 살짜리의 문장이다. '모기가 뭣 때문에 있냐?"니, 순수하다면 순수하고, 유치하다면 유치한 질문이다. 영어로 사고하면 이 점이 쓸 만하다. 천진무구한 질문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어린애의 시각으로 이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머릿속에 낀 때의 오물이 벗겨지는 것이다. (...) 신축 아파트를 보면 "분양가는 얼마일까"를 생각하고, 물고기를 보면 "회쳐 먹을 수 있을까"를 궁리한다. 소와 돼지를 보면 스테이크나 햄버거를 떠올린다. 데이트 중인 커플을 보면 "같이 잤군"하며 이상한 상상을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109쪽)

그녀는 한국어 학습노트를 겨드랑이에 끼고 통나무집을 나선다. (...) 요코는 "왜 쌍니은 없어?", "쌍리을은?, 쌍이응은?"하며 파고들었다. 대답하기 곤란했다. 쌍니은, 쌍리을이 왜 없는지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믿어왔을 뿐이다. (117쪽)


얼핏 보면 철없이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이 내뱉은 공상에 불과한 109쪽 독백은 117쪽의 독백과 연결되는 순간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어로 말을 하는 동안은 순수한 생각이 불가능하기에 영어로 사고하면 그런 점에서 쓸 만하다고 말했던 '나'는 한국어 선생의 입장에서 또다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속절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마지막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믿어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영어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지식들은 어떨까.,? 



머릿속엔 온통 '805'다. 나는 냉수마찰을 하루에 세 번 했다. 그래도 '805'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정도면 고득점 아닌가." 스티브가 말한다. "한쪽 눈이 없는 것과 같아. 805점이란 점수는." "그럴 리가," "한국에선 그래." (162쪽)


"그것 참 이상하군. 너처럼 영어를 잘하는 어학연수생을 본 적이 없어."

"아냐, 부족해, 많이 부족해."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208쪽)


좋든 싫든 나는 이 땅에서 살아야 한다.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 것을 쏟아부었다. (...) 더욱이 곡절 끝에 토익(...) 이 점수를 가지고 왜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단 말인가.

(270쪽)


뭐라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작가가 얼마나 현실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절정을 향해 치달았을 때, 영어에 대한 강박은 잠시 잊혀지지만 모든 것이 해소된 후, 강박은 은근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토익 점수가 있기에 대한민국에서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나'. 그리고 그러한 '나'가 기업 면접을 보고 나오며 만나는 꼬마.


나는 손에 쥐어진 물체를 본다. 꼬마펭귄 뽀로로 왕사탕이다. (...) "주워주셔서 고맙다고 해야지." 은행에서 나온 아이의 엄마가 말한다. (...) 이 아이의 미래는 밝다고, 나는 생각했다. (277쪽)


모두 꼭 읽어보기실 바란다. 영어에 대한 강박이 토익 점수와 함께 해소되는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영어에 대한 강박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우리에게 던져진다.


마지막으로, 워낙 이야기 전개와 맞물리는 부분이라 여기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눈'과 관련된 표현을 조금 신경써서 읽는다면 분명 책장을 덮었을 때 생각할 거리가 많을 것이다.


소설을 잘 읽지 않으면서도 소설이, 혹은 문학이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 책이었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아파하는지, 무엇으로 기뻐하는지를 피부로 느끼는 작가가 우리 시대의 감성과 우리 시대의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은 수작이다. 앞으로 심재천 작가님의 행보에 주목할 것을 나에게 약속하고, 또 여러분들에게 부탁한다.



읽은 기간 : 2012년 2월 초

정리 날짜 : 2012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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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권유 -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김진혁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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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히 만났다. 여자친구와 타임스퀘어에 놀러갔던 날, 옷 구경을 조금 하고는 교보문고 안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일어나려는데, 아까 봐뒀던 옷이 자꾸 생각난다며 잠시 보고 오겠다는 여자친구. 혼자 갔다올테니 책 구경을 더 하라고 한다.

온라인으로 주로 책을 구매하는 탓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먼저 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되려 오프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새로 만났다. 『지식의 권유』

 

두 페이지 읽을때까지는 그저 그런 '종합적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 지식 모음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당신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정치적 좌파, 문화적 우파"라고 머리속으로 대답했다. 바로 몇 초 후,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한 질문에 우리가 모르는 큰 함정이 있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일단 자신이 좌파와 우파 어느 한쪽에 속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둘 중 어디에 속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도 일단 질문을 받게 되면 '그 질문이 규정하는 범위 안에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그저 그런 저자가 쓴 책이 아니라는 느낌과 흥미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한번 광고문구를 살펴보니 EBS 간판 프로그램 '지식채널e'를 만들어낸 PD란다.(솔직히 김진혁pd를 전혀 몰랐었다) 선 채로 순식간에 50페이지까지 읽어버렸고, 요즘 지갑이 얇아진 탓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사버렸다.

 

통념에서 벗어난 시각에서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접근하고 고민했던 프로그램의 담당자였던 만큼 만만치 않는 내공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언제나 그렇듯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이런저런 표시를 해두었고, 그러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재독을 하며 정리해보니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딱 요즘 나의 중심 주제인 '현실과 욕망'에 관련있는 꼭지들이었다.

 

본격적으로 욕망을 논하는 10.소수의 욕망이 다수의 희망을 훔치는 사회

지는 것도 인생, 곧 현실이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15.때로는 지는 것도 인생이다

네거티브의 과잉 속에서 포지티브의 부흥을 외치는 19.진짜 희망을 원하는 우리, 가짜 희망이 필요한 그들

대중들의 욕망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20.관심의 발화점을 찾아라

가치 담론의 홍수 속에서 기능의 재평가를 외치는 21. 가치주의자여, 기능주의자가 되어라

욕망을 가진 대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27.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

비전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를 찾자는 28.벌거벗은 비전과 힘겨루기

진보 세력이 도덕성 결박에서 벗어나 '현실적' 집권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30.라이언 일병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라

 

그 외에도 언론에 대한 저자의 독설과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논하는 부분들도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는 '지식' 이라는 단어에 더 많은 시선을 보낼것 같다. 나도 그러했고, 만일 지식채널e 연출자로서의 저자를 미리 알고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딱히 어떤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책은 아니다. 말 그대로 지식을 '권유'하는 기능에 충실한 책이다.

복학을 준비하고있는 상황에서 지적 흥미를 상당히 자극해주는 책이었다.

 

우연이지만 어쨌든 교보문고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했던 여자친구 덕분에 발견한 책이라고, 그러니까 곧 선물이라고 생각하련다.

 

 

읽은 날짜 2012년 1월 17일 ~ 1월 22일

정리 날짜 2012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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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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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다.


원제 The shallow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옮겼는데,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그랬으리라고 이해는 되지만 조금 선정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다. 뭐 그렇다고 더 나은 대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지만..


제목보다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하는듯하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내가 정리한 이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뇌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둔 인간성에 대한 호소. 


인터넷은 이미 거스를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 수년 전부터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으로 시작된 삶의 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부정할수 없는 우리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런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이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자각하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간단했다. 긴 문장을 읽기가 힘들어졌으며, 매 순간 새로운 메일 혹은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글쓴이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와 같은 경험을 했거나 혹은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수단은 바로 뇌과학의 연구성과들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뇌의 구조가 변할수 있다는 가소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저자의 논지전개는 끈질기다 못해 가끔 지겨울 정도다. 그만큼 저자는 사실에 기반한 설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행동은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되는 반면 사용되지 않는 회로들은 가지치기당하는 식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연하다는 것이 곧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신경 회로가 고무줄처럼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 신경들은 변화된 상태를 유지하며, 새로운 형태가 더 낫다는 보장도 없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련을 파고든다.(61쪽)


신경가소성은 말 그대로 우리의 신경 체계가 변화할수 있는 특성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변화할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제시한 뒤 이어지는 논의는 다소 지루할때가 있지만 때때로 놀라운 사실을 안겨주며 인터넷 사용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양상은 어떠한지를 설명한다. 


컴퓨터 앞에서든 스마트폰과 함께든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다소 산만해지고 깊은 사색이 어려워지는 현상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지금의 상황에서 저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지지한다.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을 만한 속도로 펼쳐지는 정보의 세계 앞에서 우리는 점차 '기억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중암감을 내려놓으려 하고있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는 순간 스크린에 펼쳐지는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들은 끊임없이 그렇게 우리를 유도한다.


우리 사고의 기능을 자동화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의 흐름에 대한 통제권을 강력한 전기 체계에 양도하면서, 우리 앞에 당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과학자 조셉 와이젠바움과 예술가 리처드 포먼 모두가 지녔던 그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바로 우리의 사람됨과 인간성이 점차 침식당하는 것이다.(318쪽)


우리에게는 이 같은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에 대해 주의할 의무가 있다.(323쪽)


저자의 주장은 바로 위와 같다. 거스를수 없는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가 새로이 얻고자 하는 것과 잃어버리길 주저하지 않는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을 좋아하고, 또 공부하려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시기에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2년 1월 16일 오전 0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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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엘츠 시험까지 끝내고 나니 이제 정말로 모든게 다 끝난 느낌이다.  훈련소까지 합치면 24개월이며, 훈련소를 빼면 23개월의 장애학생보조 공익근무가 끝났다. 그동안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항상 노력했고, 복무가 끝난 지금 모든 과정을 되돌아보려 한다.

 

<2009년 2월>

1. (13일)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 훈련소 가기 전까지 읽다가 나온 날 마저 다 읽은 책. 지금도 몇몇 장면이 기억난다. 편지로 이루어진 독특한 소설

 

2. (15일) 살림지식총서 338. 번역이란 무엇인가

- 훈련소에서 나왔을 무렵 번역에 관심이 많았다. 2008년 2학기에 수강했던 영어산문의 이해 과목과 현호선배의 영향이었던 것 같다. 하안도서관에서 빌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거의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3. (17일)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

- 내 기억엔 실천하는 하루를 읽기 전에 위대한 하루를 먼저 읽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독서노트엔 위대한 하루가 써있지 않다. 그렇지만 당시에 사명서 작성을 위해 두 책을 모두 참고했던걸 감안한다면 단순히 독서노트에 써놓지 않은듯하다. 시간여행을 하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계발을 위한 가치들을 뽑아낸 훌륭한 책이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보다 여러모로 좋았던 책.

 

4. (16일~18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 2008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추천해 사뒀다가 훈련소를 마친 후 읽은 책. 안타깝게도 기억나는 내용은 별로 없다. 사이사이 제시되는 다양한 사례들에서 '프랑스인 이름은 참 어렵다'라는 느낌만 기억난다.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책들 중 첫 번째다..

 

5. (19일) 공중그네

- 북중 발간실에서 하루종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 방학중이었기 때문에 기사님들 따라다니면서 이런저런 일 하는 것 빼면 할 일이 없을때였는데, 문득 그때가 그립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직후에 라온제나 공연을 갔던게 기억난다. 아마 하연이한테 이 책을 읽었다고 말했던것 같다.

 

6. (21일) 인 더 풀

- 공중그네의 후속편. 그냥 별로였다.. 요즘같으면 심심해 죽을거같을때나 손 댈 만한 그런 책같다.

 

⊙ 2009년 2월을 돌아본 느낌.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대학생활을 하면서, 딱히 뚜렷한 미래상이 그려진 적은 별로 없었다. 다만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혹은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만 꾸준히 늘어났던 시기였다. 2007년 1학기에 만났던 안재원선생님 덕분에 내 힘만으로 처음으로 고전을 읽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었는데, 한 달 가량 붙들고 읽었는데 전체를 읽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달라질수 있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2008년에 만난 동우형을 보면서 사람이 책을 많이 읽으면 저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걸 느꼈다. 그전까지 주변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간혹 있었지만 만화책이나 가벼운 소설을 심심풀이로 읽는 정도였는데, 이 선배네 집을 가보니 정말 '문제작'들이 많았다. 그 모습이 왠지모르게 멋지게 느껴졌고 나도 그런 독서가 하고싶어졌다. 그리고 2008년 2학기, 영미여성문학 과제를 위해 알라딘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주문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을 같이 주문했다. 그리고 중간고사를 망했다.... 어찌나 재밌던지 인문학적 개념을 하나하나 습득해나가는데 시간 가는줆 몰랐다. 그리고 독서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훈런소를 나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름의 독서를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 부질없는 목표인데, 당시 독서 목표를 '1주 5권'으로 잡았었다. 일반적인 단행본 두 권과 얇은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를 세 권씩 읽겠다고 말이다. 그 '권 수'에 대한 집착은 상당히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는데, 지금 독서노트를 다시 한 번 쭉 톺아보니 참 쓸데없는 집착이었고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독서를 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아무튼, 2월은 겨우 독서생활이 시작되는 시점이었고, 지금 보니 참...귀엽다.

 

<2009년 3월>

7. (3일) 살림지식총서. 미국 뒤집어보기

-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8. (2월 25일 ~ 3월 3일) 88만원 세대

- 처음으로 만난 문제작. 인상적인 첫 부분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경제를 비롯한 각종 제도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경제학자가 바로 우석훈이라고 생각한다. 88만원 세대 이후에도 나름 이런저런 사회과학서적/간행물/인터넷 글들을 많이 읽었는데, 경제 제도와 사회안전망을 사람들의 첫 경험 시기와 엮어서 생각할 정도의 예민함은 그 후에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석훈은 다른 곳에서 우리나라가 섹스 많이 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는데, 참 기상천외한 경제학자다.

 

9. (? ~ 7일) 살림지식총서. 반미

- 전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반미 시위를 하면서도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있다 뭐 이런 내용과 함께 전세계 각국의 '반미'의 모습을 조망한 책이었던 것 같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발간실에서 복사기를 돌리고 있었던 건 기억난다. 등사의 추억...

 

10. (4일 ~ 7일) 여성의 종속

- 존 스튜어트 밀의 또다른 유명작. 내 수준이 책에 못 미쳐서였는지... 다 읽었지만 기억나는 부분이 없다.

 

11. (7일)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

- 하안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 읽었던?보았던? 책이다. 한국전쟁 당시 외국 기자들이 찍은 우리나라 모습이었는데, 보는 내내 참 짠했던 기억이 난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컬러로 된 한국전쟁 다큐멘터리를 같이 본다면 당시 우리나라를 상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2. (10일) 살림지식총서. 위대한 힙합 아티스트

- 전형적인 권 수 늘리기용 책이다. 투팍, 비기 등이 나왔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바는 없다.

 

13. (11일) 살림지식총서. 만화로 보는 미국

- 나는 제목만 보고 정말 '만화로 되어 있는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아니고, 서양에서 만화-cartoon 혹은 strip으로 표현되는-가 어떻게 발달했는지를 대략적으로 설명해주고, 미국의 모습은 어땠는지를 설명한다. '황색 언론'이라는 말의 유래가 어디인지 알 수 있는 책.

 

14.(? ~ 11일) 나도 번역한번 해 볼까?

- 2008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시크릿의 번역자 김우열씨가 쓴 책. 번역에는 학위보다 실력과 경력이 중요하고, 우리말을 잘하는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 책. 이때부터 한글과 영어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심도있게 했던 것 같다.

 

15.(? ~ 19일) 자유론

- 대학교 1학년때 읽었던 것 만큼의 희열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다시 읽는 시간이었지만 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1학년때는 수업 때문에 읽어서 그렇게 이해했던 걸까?

 

16.(? ~ 20일) 살림지식총서. 법의학의 세계

- 순전히 덱스터 때문에 읽은 책이다. 지식총서를 읽고 나면 대체로 느끼는 현상인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사람이 죽은 후에 부검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과학적 지식이 동원된다는 점을 알게 된 책. 요즘 방송중인 싸인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뚜렷이 기억나는 거라면 중독과 질식의 차이점 정도?

 

17.(? ~ 24일) 살림지식총서. 프로이트와 종교

- 프로이트가 종교에까지 손을 댔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책. 어릴 적 각인된 아버지 상이 어떻게 종교와 연관지어지는 지를 다룬 책인데, 기본적으로 기독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재미있게 읽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익근무를 하면서 정말 전문적인 분야까지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정신분석도 그 예비 분야 중 하나였다. 물론 지켜지지 못한 다짐이다.

 

18. (? ~ 27일) 크로노스 총서08. 근대 일본

- 처음으로 읽은 일본 근대 역사에 관한 책. 열도 전국에 퍼져있던 막부가 어떻게 천황제로 재편되어갔는지를 나름 설명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기억나는 바가 없다.

 

19. (? ~ 28일)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 참 정신없이 읽었던 것 같다. 최대한 빨리 읽어내가 위해서 노트에 적어가며 빨리빨리 읽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철학책을 왜 그렇게 빨리 읽었나 하는 후회가 든다. 이때는 비트겐슈타인에 엄청 관심이 많이 생겼었다. 언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초기 이론과, 언어는 각 상황마다 모두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게임이며 그 속에서 가장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를 찾아야 하다는 후기의 이론 중에서 두 번째 이론에 많이 흥미를 느꼈었다. 사실 말과 글을 올바로 써야 한다는 믿음이 어느 정도 있는 나로서는 초기 이론에도 당연히 흥미를 느꼈지만, 2008년 성대 총학생회 선거 당시 자과캠 후보의 성추행 사건과 그 후 총여에서 부착한 '성폭력' 대자보를 보면서 단어사용의 그 미세한 차이에 흥미를 느꼈기에 후기 이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참 아쉽게도, 그 후로 언어철학을 더 열심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2년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어온 것 같다.

 

20. (? ~ 28일) 살림지식총서 203. 영화로 보는 태평양전쟁

- 니카라과 전투 이 단어 하나 기억난다 헐...

 

21. (? ~ 29일) 살림지식총서 292. 메이지 유신

-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책. 근대 일본의 형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 관문인 메이지 유신에 관해 꽤 훌륭하게 설명한 책이었다.

 

⊙ 2009년 3월을 돌아본 느낌.

거의 2년 전인데, 각 책들을 읽을 때 어떤 상황들이었는지가 조금씩 조금씩 다 기억난다. 영화나 음악에만 그런 힘이 있는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책에도 그런 힘이 충분히 있다. 일본에 관한 책을 세 권이나 읽었는데, 대체 왜그랬는지 잘은 모르겠다.

 

 

<2009년 4월>

22. (? ~ 4월 1일). 1984

- 조지 오웰의 역작. 무슨 내용인지야 많은 분들이 아실테고.. 난 내용 자체보다도 2008년 1학기에 수강했던 현대문화와... 뭐시깽이(^^)수업이 생각났다. 당시 박진아 교수님이 조지 오웰의 이 작품을 주요 교재로 하여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2009년 4월에서야 대체 왜 그때 그렇게도 이 책을 안읽었나 참 후회스러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난 정말 '어렸다'.

 

23. (4일 하루). 90분 철학 - 비트겐슈타인

- 전달 읽은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에서 비트겐슈타인을 처음 접하고,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읽은 입문서. 자세한 내용은 당연히 기억이 안 난다^^... 지금 독서노트를 들춰보니, 상당히 자세히 정리를 해 놓았다. 라이프니츠를 제외한다면,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사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초기 이론을 모두 뒤엎은 철학자라고 한다. 당시 러셀의 역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었는데, 수학 용어로 표현되어있어 이해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다시 검색해보니 러셀 본인이 세비야의 이발사 이야기를 들어 쉽게 설명했다고도 한다.(바로가기

 

24. (4일 ~ 5일). 살림지식총서 186. 일본의 정체성 

- 기억나는 내용이 없다. 일본에 관한 책을 왜 읽었지?? 


25. (5일 ~ 9일). The Notebook 

- 처음으로 읽은 영문 소설. 당시에 그래머 인 유즈 베이직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영어로 된 소설을 읽는 게 영어공부에 좋다고 하기에 어떤 카페에서 추천해준 목록에서 이 소설을 골랐다. 2008년에 영화 노트북을 봤기 때문에 골랐는데, 도입부가 영화랑 사뭇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여주인공이 노인성 치매를 앓기 시작하는 부분이 참 슬펐다. 그리고 한 가지 배운 점.. And he never brought it up again.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 사람은 Hachette Book Group에서 나온 페이퍼백 204쪽을 읽어보시길. 

 

26. (13일 ~ 15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꼬마 이름이 뭐였더라.. 읽으면서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 생각했었는데, 주인공 꼬마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어린 나무였던가?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간 문명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책. 

 

27. (16일 하루).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 

-정말 지금같으면 절대 안 읽을만한 책.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그저 권 수 늘리려고 읽은 책이다. 시간이 아까운 책 

 

28. (16일 하루). 동물농장 

- 위에 쓴 책과 함께 하루만에 읽었다고 기록되어있는데.. 잘 모르겠다. 하루만에 읽어서일까? 누구나 알고 있을법한 기본 줄거리 말고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돼지들이 수시로 말을 바꾸었다는 건 기억나는데, 어떤 규칙에서 어떤 규칙으로 바뀌어갔는지 잘 기억나질 않는다. 두 발 네 발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역시 책을 하루에 후딱 읽어버리는건..별로다. 

 

29. (18일 하루). 위대한 개츠비 

- 읽으면서 대체 왜 이게 위대한 작품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책. 문학을 읽고 느낄 수 있는 힘을 더욱더 키워야겠다. 

  

30. (20일 하루). 쿨보이 

- 주인공의 진실이 밝혀지는 마지막에 이르러 정말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던 책. 다시 되돌아보면 그렇게 대단한 내용도 아니지만,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현대 사회의 병리적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책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믿음을 위해 자기 스스로 사실을 꾸미는 행위. 모든 허영과 허위의식의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31. (21일 하루).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독문학의 힘을 느낀 책. 하인리히 뵐이라는 작가는 그 전에도 만난 적이 없고, 부끄럽지만 그 후에도 만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 책 한 권 덕분에 뵐은 나에게 잊혀지지 않을만한 작가로 남게 되었다. 언론의 폭력이 한 개인을 어떻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극적으로 묘사한 책인데, 신문재벌에 의한 종편채널 개국을 앞둔 우리나라의 미래가 저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32.(22일 하루). 900만 네티즌이 퍼간 소유흑향의 영어공부법 

- 2008년부터 알고 있던 블로그의 주인장이 낸 책이다. 사실 책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게 없었는데, 그녀의 개인사를 조금 알 수 있었던 점이 그나마 책을 읽은 보람인가? 같은 나이인데도 참 멋지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한국외대 다니고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요즘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33. (22일 ~ 25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다가 내려놓은 적이 있는데, 이 책으로 보통을 제대로 만났다. 읽고싶다고 말했더니 여자친구가 사준 책이었는데, 다른 내용보다도 맨 마지막 부분 예수 컴플렉스가 기억에 남는다.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예수 컴플렉스..어찌보면 좀 쪼잔하다. 

 

34.(27일 하루). 수레바퀴 아래서 

- 한스..뭐시깽이였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헉.. 강요된 교육이 어떻게 청소년을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사춘기의 방황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어른들에 의한 강압적(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널 위해서야'라고 포장되는)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대한 문제와도 궤적을 같이하는 작품이 아닐까?  

 

⊙ 2009년 4월을 돌아본 느낌.

책을 많이 읽고 싶었다. 많이 읽어서 많이 읽었다고 기록으로 남기고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원하는 대로 되질 않았었고, 그런 마음이 커질수록 영양가 있는 독서를 할 수가 없었다. 독서 초보자들이 흔히 겪을만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몇 권을 읽었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에 대해 과시하고 싶은 속물근성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다. 지금도 그러할진대 저 시절엔 어땠을까.. 4월부터 시작된 조급한 마음과 속물근성은 그 후로도 몇 개월간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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