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권유 -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김진혁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만났다. 여자친구와 타임스퀘어에 놀러갔던 날, 옷 구경을 조금 하고는 교보문고 안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일어나려는데, 아까 봐뒀던 옷이 자꾸 생각난다며 잠시 보고 오겠다는 여자친구. 혼자 갔다올테니 책 구경을 더 하라고 한다.

온라인으로 주로 책을 구매하는 탓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먼저 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되려 오프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새로 만났다. 『지식의 권유』

 

두 페이지 읽을때까지는 그저 그런 '종합적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 지식 모음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당신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정치적 좌파, 문화적 우파"라고 머리속으로 대답했다. 바로 몇 초 후,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한 질문에 우리가 모르는 큰 함정이 있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일단 자신이 좌파와 우파 어느 한쪽에 속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둘 중 어디에 속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도 일단 질문을 받게 되면 '그 질문이 규정하는 범위 안에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그저 그런 저자가 쓴 책이 아니라는 느낌과 흥미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한번 광고문구를 살펴보니 EBS 간판 프로그램 '지식채널e'를 만들어낸 PD란다.(솔직히 김진혁pd를 전혀 몰랐었다) 선 채로 순식간에 50페이지까지 읽어버렸고, 요즘 지갑이 얇아진 탓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사버렸다.

 

통념에서 벗어난 시각에서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접근하고 고민했던 프로그램의 담당자였던 만큼 만만치 않는 내공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언제나 그렇듯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이런저런 표시를 해두었고, 그러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재독을 하며 정리해보니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딱 요즘 나의 중심 주제인 '현실과 욕망'에 관련있는 꼭지들이었다.

 

본격적으로 욕망을 논하는 10.소수의 욕망이 다수의 희망을 훔치는 사회

지는 것도 인생, 곧 현실이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15.때로는 지는 것도 인생이다

네거티브의 과잉 속에서 포지티브의 부흥을 외치는 19.진짜 희망을 원하는 우리, 가짜 희망이 필요한 그들

대중들의 욕망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20.관심의 발화점을 찾아라

가치 담론의 홍수 속에서 기능의 재평가를 외치는 21. 가치주의자여, 기능주의자가 되어라

욕망을 가진 대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27.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

비전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를 찾자는 28.벌거벗은 비전과 힘겨루기

진보 세력이 도덕성 결박에서 벗어나 '현실적' 집권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30.라이언 일병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라

 

그 외에도 언론에 대한 저자의 독설과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논하는 부분들도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는 '지식' 이라는 단어에 더 많은 시선을 보낼것 같다. 나도 그러했고, 만일 지식채널e 연출자로서의 저자를 미리 알고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딱히 어떤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책은 아니다. 말 그대로 지식을 '권유'하는 기능에 충실한 책이다.

복학을 준비하고있는 상황에서 지적 흥미를 상당히 자극해주는 책이었다.

 

우연이지만 어쨌든 교보문고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했던 여자친구 덕분에 발견한 책이라고, 그러니까 곧 선물이라고 생각하련다.

 

 

읽은 날짜 2012년 1월 17일 ~ 1월 22일

정리 날짜 2012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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