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얘기 좀 할래? 책제목처럼 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을까, 아니면 눈치조차 채지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될까. 어쩌면 당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얌전하게 있다가 갑작스럽게 왜 갑자기 그럴까 싶지 않을런지. 생각보다 잘 모르고 배려하지 않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자신... 잘해주고 사랑해주고 싶은 자신을 얼마만큼의 애정과 정성으로 돌보아주고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스스로를 얼마나 잘 대해주고 있었던가?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와 내면의 비판자를 잘 구술려가면서 자신을 편하게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었을까 스스로를 향해 의문을 표시하게 되지만... 대답은 뻔하다.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면의 아이를 인식했던 적도, 내면의 비판자에게 당당하게 대응한 적도 말이다. 그저 나를 괴롭히는 존재들로 밀어내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면대면을 넘어서 모른척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하고 얘기 좀 할래? - 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는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그에 적절한 셀프 도움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저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고, 무언가 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마음 속에 있는 어린아이와 내면의 비판자에게 말을 거는 방법,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명상을 하는 기분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동안 스스로에게 한번도 던져본 적 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내 안에 존재하고 있을 어린 마음을 달래는 방법은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내 마음을 가장 모르고 있었던 건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가끔씩 따끔하게 지적해주는 충고가 적지않게 도움이 되었다. 정말 그러고 지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달까.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온갖 문제들을 회피하고 도망치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에 불만도 많고 불평할 거리도 잔뜩 있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걸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현실을 힘차게 일구어나갈 용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람과 동물들이 어울려서 즐겁게 살아가는 거리가 있다. 이 책에서만 나오는 거리로, 책 제목과 동일한 이름을 갖고 있다. '프랭크자파 스트리트' 이 거리에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하루와 지금은 웨이트리스인 미미가 살아가고 있고 돈이 아주 많은 노숙자와 도도한 고양이가 살고 있으며 기린군과 얼룩말양이 신혼생활을 하고 있으며 외로운 퍼그와 독특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는 펭귄양의 로맨스가 존재한다. 그 외에도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며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이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를 생기 넘치고 떠들썩하게 만들어나간다. 와이와이 팬더군이 어느사이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도도한 고양이양의 생일파티에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간지 한참이 된 조니뎁과 케이트모스가 나타나고 매주 수요일 아침을 차려주는 자상한 남자친구가 존재하고 사실은 알고보니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더라는 동화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런 마법같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조금은 현실에서 꽤 폭넓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 점이 그 책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다소 엉뚱하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런 데에서 이 책의 유쾌함과 따뜻함이 나오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이 책에는 주인공 커플을 위한 요리법이 종종 등장한다. 이들을 위해서는 이런 음식이 어떨까하며 요리레시피를 슬쩍 말해주고 있는데. 정말 슬쩍 말해주고 있다. 대충 이러이러한 게 들어간다고만 말해주니까. 게다가 분명히 이 레시피를 제안한 작가조차 분명히 만들어본 적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드는 레시피도 있어서 제대로 만들어보려면 다른 레시피의 도움이 필요할 것도 같지만.. 하지만 얼렁뚱땅, 대충대충이면 어떠랴 싶다. 어쨌든 즐겁고 유쾌하니까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웃고 있으니까 덩달아 기분이 조금은 좋아진다. 그리고 나의 지금도 조금 활기차 진 것 같으니까...그걸로 됐다!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잡아타는 그 순간부터의 상황을 이 책을 통해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공항에서 택시 요금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택시를 타야하는지와 같이 처음 뉴욕에 들어서면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최대한 줄여주기 위한 가이드북 같은 책이라고 해야겠다. 숙소는 어디로 정하면 좋은지, 간단한 식사는 어디에서 하면 좋을지, 뉴욕에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는 칵테일 메뉴같은 걸 섬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는 그 제목에 '잉글리시'란 단어와 영어회화라는 주제분류에 포함되어 있는 것에서 충분히 눈치챌 수 있듯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회화 문장까지 정리해두고 있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뉴욕을 상상할 수 있다. 서점에서 그저 책만 슬쩍 펄쳐봤더라면 이 책을 영어회화 책이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 오히려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세련된 여행 가이드 북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 예쁜 사진도 많고, 꼭 가봐야 할 곳이나 먹어야 할 것 같은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쇼핑하는 팁도 알려주고, 뉴욕만의 공간을 신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를 읽고나서 받은 인상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그런 느낌이랄까. 짧지 않은 여행에서 돌아온 언니가 그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는데 가 보지 못한 곳이라면 여기 꼭 가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바심을 치게 되고, 내가 이미 가 본 곳이라면 정말 이랬었나, 그런 것도 눈치못채다니 감각이 무딘가하고 자책하게 되는 그런 상황. 이 책을 읽으면서 때때로 그런 연상을 하게 된달까. 그래서 뉴욕을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한정된 시간에 낯선 동네에서 신나게 노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누구나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호들갑을 떨다가 어느새 집으로 향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버릴 때의 그 쓸쓸함과 피곤함... 이 책을 읽고나서는 일주일 후에 당장 뉴욕에 갈 일이 생긴다고 해도 어쩐지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이 꽤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시뮬레이션에 한정되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제법 씩씩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 당장 뉴욕에 가고 싶어진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큰 단점을 찾을 수 없었다. 뉴욕의 감성과 동시에 실용성까지 함께 살리고자 노력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기도 하고 말이다. 그 두 마리 토끼를 성공리에 잡았느냐의 확인은 책을 읽고나서 스스로 평가해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영어공부를 더 해야 겠다고 마음 먹거나, 뉴욕으로 날아가는 건 스스로의 결정에 달린거니까 말이다.
페터 빅셀은 솔직히 낯선 작가였다. 낯설다 못해 이제까지 한번도 그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책상은 책상이다'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그마저도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인터넷 검색창에 '책상은 책상이다'를 검색해봤는데 아주 유명한 책인 듯 한데, 왜 모르고 있었을까 고민했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기는 커녕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책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기력을 예감하려는 몸짓을 보이기전에 우선 '책상은 책상이다'의 줄거리를 찾아읽어더랬다. '아~! 그 책이구나' 싶었다. 예전에 읽어서 제목마저 잊어버린 그 책이었네라는 생각이 든 순간 안도했다. 그리고 나서 이제는 구면이 된 페터 빅셀의 산문집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를 읽어나갔다. 이 책을 펼치지도, 단 한 문장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분명 제목 때문이었을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99.7%의 확률로 말이다. 제목에 많이 현혹되는 편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우선 집어들게 된다. 리뷰와 별점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데도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구입한 책들도 꽤 있고 이 책은 제목이 내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꽤 오랫동안 멀리하다 뒤늦게 읽고나서야 참 괜찮은 책이구나 했던 적이 없지 않다. 아니 종종 있다고 해야 겠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책 자체도 꽤 괜찮았다.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라는 제목을 보면서 내가 언제부터 어떤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문장과 담을 쌓고 지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도 떠올려보려고도 했다. 이런 걸 메모해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주장한 피터팬에게 깊은 공감과 지지를 보냈던 어린시절이 떠올랐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나의 이상적인 어른 모습에 단 5센티도 접근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확신만 남는다. 이 책에 실려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통쾌한 웃음을 자아내거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라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잔잔한 어조로 담백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 고향은 어디인지,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소음에 대처하는 나의 방식은 어떤지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한결 마음에 차분해진다. 조금은 우울하고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는다는 느낌이다. 그런 책이 있지 않은가?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밋밋하고 그다지 크게 재미있다고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읽고나서는 분명히 잘 읽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책말이다. 이 책이 꼭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을 읽었더니 오래전에 읽었지만 이제는 대략의 줄거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책상은 책상이다'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지금 다시 읽는 그 책은 오늘의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고 있다.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를 어떤 책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에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에세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적잖이 든다. 왜냐면 웃기는 이야기가 잔뜩 들어있으니까. 유머의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그 글들을 읽으며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독특한 시각으로 찾아낸 이야깃거리들을 정직하고 무표정하게 말해버리고 있는 이 책은 읽는 동안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오는 게 아니라 큭큭거리게 만든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읽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달까. '모노 매거진'이라는 잡지에서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연재했던 스포츠 관련 글을 모아 놓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오쿠다 히데오의 기발한 상상력은 이미 한참전에 형성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찾아내서 궁금해하고 즐거워하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이 잔뜩 있달까. 게다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 풀어낼 수 밖에 없는 오쿠다 히데오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수월찮게 재미있다. 아무래도 스포츠 이야기다보니 본인이 활발하게 운동에 참여했던 때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이야기가 간간히 등장하고 있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비해 고등학교 때의 에피소드가 현저하게 적게 노출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그의 운동능력이 빛나던 때는 어쩌면 중학교까지가 아니었을까라는 짐작을 해본다. 처음에 목차를 살폈을 때 황당하기만 했었는데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걸까 궁금했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본격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군데군데 터지는 크고 작은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사람은 이걸 어떻게 찾아낸거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반짝 떠오른 생각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용케 글로 써냈구나 싶기도 하고, 때로는 나도 가끔 하고 있던 생각들을 콕 집어내주고 있기도 하다. 자신만의 스포츠 관전 포인트라던지 스포츠를 보면서 의아했던 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오쿠다 히데오의 스포츠 에세이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따뜻한 방바닥에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읽으면 참 좋다. 그리고 작가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연재하던 글도 이 정도로 재미있는데, 최근에 쓴 글을 읽는다면 더 웃음을 참지 못할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만의 유쾌함과 엉뚱함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실제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캐릭터들은 그의 그런 면모가 만들어낸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봤었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에세이가 두 세권 정도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것 같다. 에세이나 자서전을 읽다보면 그 인물이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동안 갖고있던 관심이 실종되어 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오쿠다 히데오의 에세이는 후자에 속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명랑한 그의 에세이는 다음에도 읽어보고 싶어진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