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페터 빅셀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 / 200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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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빅셀은 솔직히 낯선 작가였다. 낯설다 못해 이제까지 한번도 그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책상은 책상이다'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그마저도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인터넷 검색창에 '책상은 책상이다'를 검색해봤는데 아주 유명한 책인 듯 한데, 왜 모르고 있었을까 고민했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기는 커녕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책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기력을 예감하려는 몸짓을 보이기전에

우선 '책상은 책상이다'의 줄거리를 찾아읽어더랬다.

'아~! 그 책이구나' 싶었다. 예전에 읽어서 제목마저 잊어버린 그 책이었네라는 생각이 든 순간 안도했다.

그리고 나서 이제는 구면이 된 페터 빅셀의 산문집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를 읽어나갔다.

이 책을 펼치지도, 단 한 문장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분명 제목 때문이었을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99.7%의 확률로 말이다.

제목에 많이 현혹되는 편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우선 집어들게 된다.

리뷰와 별점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데도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구입한 책들도 꽤 있고

이 책은 제목이 내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꽤 오랫동안 멀리하다 뒤늦게 읽고나서야

참 괜찮은 책이구나 했던 적이 없지 않다. 아니 종종 있다고 해야 겠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책 자체도 꽤 괜찮았다.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라는 제목을 보면서

내가 언제부터 어떤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문장과 담을 쌓고 지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도 떠올려보려고도 했다.

이런 걸 메모해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주장한 피터팬에게 깊은 공감과 지지를 보냈던 어린시절이 떠올랐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나의 이상적인 어른 모습에 단 5센티도 접근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확신만 남는다.

이 책에 실려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통쾌한 웃음을 자아내거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라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잔잔한 어조로 담백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 고향은 어디인지,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소음에 대처하는 나의 방식은 어떤지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한결 마음에 차분해진다. 조금은 우울하고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는다는 느낌이다.

그런 책이 있지 않은가?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밋밋하고 그다지 크게 재미있다고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읽고나서는 분명히 잘 읽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책말이다. 이 책이 꼭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을 읽었더니 오래전에 읽었지만 이제는 대략의 줄거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책상은 책상이다'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지금 다시 읽는 그 책은 오늘의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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