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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작품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를 어떤 책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에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에세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적잖이 든다.
왜냐면 웃기는 이야기가 잔뜩 들어있으니까.
유머의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그 글들을 읽으며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독특한 시각으로 찾아낸 이야깃거리들을 정직하고 무표정하게 말해버리고 있는 이 책은
읽는 동안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오는 게 아니라 큭큭거리게 만든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읽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달까.
'모노 매거진'이라는 잡지에서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연재했던 스포츠 관련 글을 모아 놓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오쿠다 히데오의 기발한 상상력은 이미 한참전에 형성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찾아내서 궁금해하고 즐거워하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이 잔뜩 있달까.
게다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 풀어낼 수 밖에 없는 오쿠다 히데오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수월찮게 재미있다.
아무래도 스포츠 이야기다보니 본인이 활발하게 운동에 참여했던 때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이야기가 간간히 등장하고 있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비해 고등학교 때의 에피소드가 현저하게 적게 노출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그의 운동능력이 빛나던 때는 어쩌면 중학교까지가 아니었을까라는 짐작을 해본다.
처음에 목차를 살폈을 때 황당하기만 했었는데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걸까 궁금했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본격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군데군데 터지는 크고 작은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사람은 이걸 어떻게 찾아낸거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반짝 떠오른 생각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용케 글로 써냈구나 싶기도 하고,
때로는 나도 가끔 하고 있던 생각들을 콕 집어내주고 있기도 하다.
자신만의 스포츠 관전 포인트라던지 스포츠를 보면서 의아했던 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오쿠다 히데오의 스포츠 에세이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따뜻한 방바닥에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읽으면 참 좋다. 그리고 작가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연재하던 글도 이 정도로 재미있는데, 최근에 쓴 글을 읽는다면 더 웃음을 참지 못할 것 같다.
오쿠다 히데오만의 유쾌함과 엉뚱함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실제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캐릭터들은 그의 그런 면모가 만들어낸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봤었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에세이가 두 세권 정도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것 같다.
에세이나 자서전을 읽다보면 그 인물이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동안 갖고있던 관심이 실종되어 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오쿠다 히데오의 에세이는 후자에 속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명랑한 그의 에세이는 다음에도 읽어보고 싶어진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