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면 요리
윤미영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밤 10시가 넘어서 조금 출출해 질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밤참 중에 하나는 역시 국수가 아닐런지.

청양고추 송송 썰어넣고 매콤하게 끓인 라면, 멸치다시로 깔끔하게 끓여낸 잔치국수,
올리브 오일과 마늘로만 맛을 낸 파스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끌어모아 후다닥 만든 쌀국수 볶음,
냉동실 한 구석에 있던 유부와 어묵을 발굴해서 따끈하게 끓인 우동...

잠들기 전에 탄수화물 덩어리를 씹어 삼킨다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에서 오는 망설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시간 대의 면요리가 가진 마법같은 매력은 그런 망설임을 쉽게 이겨버린다.
그래서 그 한밤 중에 물을 끓이고, 도마 위에서 채소를 송송 썰게 되나보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면의 유혹에 맞서서 싸울 생각이 애시당초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종류의 파스타, 사이즈 별로 장만한 국수들, 냉동과 건조된 우동사리, 쌀국수 그리고 
냉동실에 비축해 놓은 간단한 해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밤에 면요리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 미리 준비를 해 놓고 있었던 게 아닐런지.
그런 의심이 들었을 정도로 밤참으로 만들어 먹는 면요리를 사랑한다. 그 시간에는 어떤 면요리를
먹어도 어찌나 맛있는지. 가끔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았다가, 다음 날 아침부터 면요리를 만들어
먹은 적도 여러 차례인 것 같다. 밤 시간에 먹는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보통 1/2인분을 요리하고,
꿀꺽꿀꺽 우유를 삼키기도 하고, 먹고 난 뒤에 2시간 정도는 자지 않으려고 눈을 비비며
읽다만 책을 다시 집어들기도 한다. 그런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밤시간 면요리 시식을
그만두지 못하는 걸 보면, 밤의 면요리가 나에게는 참 매력적인가 보다.

그렇게 면요리를 좋아하다보니 면요리에 대한 요리책도 가끔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면요리만으로 구성된 요리책 중에는 파스타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파스타도 좋아한다. 그래서 파스타에 대한 책을 발견하면 반가워하며 구입한다.

그런데 다른 면요리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요리책에 곁가지로 끼어있을 때가 많았다. 부분으로서의
면요리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면요리만으로 조르륵 채워진 요리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런 책을 만났다.

'맛있는 면요리'였다. 이 책은 오로지 면요리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파스타 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면요리가 옹기종이 사이좋게 페이지를 나누며 자리잡고 있다.
이제 면요리가 먹고 싶으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어떤 특정한 면요리에 구애되지 않는
이 레시피북에서 그 날 먹고 싶은 면요리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거다.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팔랑 팔랑 페이지를 넘기다가 오늘은 팟타이, 내일은 소바,
그 다음 날은 매운 닭칼국수를 만들어 먹는거다. 그럴 수 있다니, 멋진 면요리 타임이 될 것 같다.

다양한 면요리가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를 만들어 본 결과
만드는 방법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면요리를 역시 스피드가 관건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조리 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장보러 가기 살짝 귀찮아져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살짝 바꿔치기 해서 만들어 봤었는데, 기본적인 양념을 지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앞으로도 밤참 시간에 자주 넘겨보게 되지 않을까?
재료가 몇 가지 없더라도 자신있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면 요리 세계의 다채로움과 무궁무진함을 재발견하게 된 것 같다.

이제까지 만들어 먹던 종류만 주구장창 만들어 먹었었는데, 익숙했던 양념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하곤 했었는데 말이다. 약간의 변화를 주더라도 전혀 다른 분위기와 맛의 면요리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익숙한 양념이라도 조합에 따라서 전혀 색다른 면요리를 만들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앞으로 조금 더 자유롭게 면요리를 만들어 볼 참이다.
자유롭지만 물론 맛있게, 그리고 가능하면 건강하게 말이다.
그럴려면 밤에 국수 먹는 습관부터 고쳐야 할 것 같은데...이건 잘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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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렌조 미키히코는 또 어떤 책을 썼을까 궁금해졌다. 아직까지 번역 출간 된 건 단 2권인 듯 하다.
'회귀천 정사'외에 또 다른 한 권은 '미녀'인데 조만간 읽게되지 않을까?
작가의 후속작을 찾아봤을 정도로 이 책은 매력적이었다.

온다 리쿠가 ‘렌조 미키히코의 마법’이라고 탄식하게 된다고 말했어도, 책에 대한 평가에서
'아름답다'라는 단어를 꽤 여러번 발견했음에도 솔직히 미스터리가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답겠냐고
생각했었다. '꽃이 등장해서 아름답다는 건가?'라고 아주 살짝 빈정거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러쿵 저러쿵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 책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분위기가 감도는 책이었다. 문장도, 이야기도 그러했다. 그
리고 그 아름다움은 비단 꽃에서만 오는 건 아니었다. 미스터리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그 작가의 다른 미스터리가 궁금해졌다.
다른 소설도 아름다운 미스터리인지 알고 싶어졌고, 그랬으면 좋겠다 싶었다.

'회귀천 정사'에는 개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다이쇼를 시기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도 살지 못했던 시기였으므로  상상으로 그 공간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에는 서글픔이 감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을
비탄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그저 어둡지만 무겁지 않은 공기가 가득 불어넣어진 페이지를 넘기면서
잠깐 함께 슬퍼지는 정도였던 것 같다. 실존하는 시대가 아니라 어딘가 다른 차원에 존재했던
시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해야할까.  

다섯 가지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같은 시기만은 아니었다. 이들 이야기에는 꽃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등장하는 꽃의 이름과 향기를 달라도 그들이 이야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비슷하다. 그리고 그 꽃이 없었다면 결코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토록 감미로워질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나서 그 장면에 꽃이 없었더라면, 이 소설에서 꽃이라는 존재를 몽땅 없애버린다면
어땠을까 궁리해봤는데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 이 책을 읽고나서 느꼈던 감상들이
몽땅 도망가버릴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분위기나 이야기의 흐름이 전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을 관통하는 꽃이라는 소재가 빈번하게 등장하지도 않고,
비중있는 조연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니 조금 놀라웠던 것 같다.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그런데 조금 다른 색깔의 미스터리를 읽어보고 싶다면,
아름다운 미스터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살포시 손에 쥐어주고 싶다.
이 책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여차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뿐더러,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여기고 있는 분위기는
결코 말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생략하기로 한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덜썩 집어들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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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인생 여행
대니 월러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예스 맨' 프로젝트를 성실하게 수행하던 그가 서른 살을 맞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저 가만히 앉아서 서른살이 오는 것을 멀뚱멀뚱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 같다.
6개월이나 오직 '예스'만을 고수하기로 결심하고 그걸 실천에 옮긴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엉뚱할 수도 있지만, 끈기와 추진력 하나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라면 서른이라고 무난하게 초조해하며 불안을 당연시하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그라면 억지를 부리거나
무리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또 하나의 실험에 착수했다. 
역시나 그는 서른이 다가오기를 멍하지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어른이 되는 시점을 서른으로 잡은 듯 하다. 어른이라기 보다는 중년이 더 정확할 듯
하지만...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노닥거리다가 문득 자신이 이전의 자신과 다른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어른의 모습이란 말이더냐!'라고 충격을 받고나서 다가오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의기소침해하며 소심한 방황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던 그 때 그는 어머니에게서
짐꾸러미를 건내 받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오래된 주소록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을 공유했던 친구들의 연락처였다. 이제는 완벽하게 연락이 끊긴 상태다.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문득 함께 서른을 맞게 되는 그들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들을 찾아낸다면 자신 속에
움크리고 자리잡으려고 드는 이 불안감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과 제대로 교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옛 친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본격적이고 치밀하게!

이제까지 존재마저 잊고 있던 친구들을 이름과 옛 주소만으로 찾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끊어지지 않는 미세한 끈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 연결점을 잘 찾아내기만
한다면 상대방을 찾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구글이란 게 있지 않은가? 찾으려고 들면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이 책을 읽다보면 받게 된다.

순탄하고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시작은 예상했던 것보다 쉬웠지만, 가면 갈수록 넘어야 할 고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고개를 간신히 넘으면 거기에 그가 찾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반송되어 올 가능성이 높은 엽서를 옛 주소로 부쳤고, 구글에서 친구의 아버지 이름을 검색했다.
친구를 찾기 위해 그를 대상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짜기도 하고 어설픈 추리를 하기도 하는데,
어이없이도 그게 딱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그는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낸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시점에서 단념했을 지점을 훌쩍 건너 뛰기도 한다.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호주로, 일본으로 가기도 한다. 미리 연락을 취하지 않고 무작정 직장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모호한 쪽지를 남기는 바람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기도 하고.

그리고 마음의 앙금으로 남아있던 복수를 마침내 실행하기도 한다. 수차례 이메일을 통해서
사전 작업을 수행하고나서 15년 만에 날리는 통쾌한 복수를 완결 짓기 위해서 그는 또 비행기를 탄다. 

그런 6개월을 보낸다. 참, 이 프로젝트에는 기한이 있었다. 예스맨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내와 상의한 끝에 프로젝트 마감일을 그의 생일날로 정했었다. 그리고 아내의 묵인 아래에서
열심히 친구를 찾았었는데, 나중에야 알게된다. 아내는 묵인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로 인해서 아내를 만났고 친구를 다시 얻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거절 당할 염려도 없고, 상황이 복잡해져
가서 머리를 싸매야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종종 거리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닐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너무나도 심심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생각 속에만 있는 그 무언가를
실행에 옮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권유를 받는 듯 하다.
움직여야만 할 것 같고, 오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서 먼지를 털어내야 할 것만 같다.
이대로 머무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나만의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서른이 다가온다면, 게다가 그 서른이 6개월 정도 남았다면 이 책은 매우 의심심장한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가 딱 그 시기에 벌였던 프로젝트였으니까 말이다.
6개월이 무엇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 시기인지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없었었는데,
그의 도전을 보면서 6개월 동안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 싶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싶어진다.

하지만 꼭 서른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을 위해, 내 인생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도전의식을 불이 붙을지도
모를 일이다. 각자의 도전은 분명 다른 모습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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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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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심야 식당'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치유'라는 단어가 더해진 걸 보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의 심리 에세이집이라고 한다. 읽다보면 에세이 같기도 하지만,
소설 같기도 하다. 에세이와 소설, 그 중간의 모호한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있다고 해야할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는 과연 어떤 결과로 끝이 날 것일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는  

토끼의 발자국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그건 이 책을 다 읽는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정신과 의사인 철주다.
그는 아지트 같은 분위기의 가게를 차리고 그곳을 용케도 찾아오는 사람들을 단골로 만드는 것을
영업전략으로 선택하여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바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의 가게로 찾아온 손님이 단골이 되는 과정은 대체로 철주가 이전 직업에서의 경험과 경력을
한껏 살린 상담에 빚지고 있는 바가 크다. 1:1 맞춤 상담, 눈높이 상담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이 지구 상에는 없을 것 같은 그런 도움을 가게를 찾아오는 근심, 걱정 많은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 여덟 명의 손님이 이 바를 찾아와서 마음의 평온과 영혼의 안식을 찾게 된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의 흐름이다. 잠들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인생의 개미지옥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자신감도 자존감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우연히 때로는 소개를 받고 이 바로 찾아든다.
그리고 철주의 가게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계기와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행복해진 그들은 그 가게의 단골이 된다는 설정이 무려 여덟 번이나 이어진다.
한참 읽다보면 철주가 운영하는 바가 무슨 마법의 상자처럼 느껴진다. 상자 속에 집어놓고

통통 흔들다가 꺼내면 전혀 다른 무언가가 톡하고 튀어나오는 느낌이랄까.
그런 가게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나도 가보고 싶어진달까. 하지만 알고 있다. 이 소설의 설정 자체는
상당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소설로만 받아들이자니 그 무리한 부분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러니까 깜빡 속아넘어가고 싶지만, 그런 부분들 때문에 결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시점이 갑자기 바뀌어서 조금 혼란스러운 점도 있기도 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등장인물들에게 별다른 호감도, 그렇다고 혐오 느껴지지 않는 이 상황,
어떻게 해야할지. 그저 무덤덤하다고 해야할까. 가끔 '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럴까?' 싶은 순간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덟 가지의 이야기가 비슷한 구조로 풀어나가다 보니 아주 조금이지만
지루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 책을 순전히 소설이라는 전제하에서의 감상이다.

하지만 이 책을 소설이 아니라 심리 에세이라는 측면에서 설펴본다면 평가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여덟 명의 손님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표본집단일테니까. 그래서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지금 자신과 내 주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걱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다음 권에서 계속'이라는 문구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 다음 권을 기약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바를 운영하는 철주의 사연이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그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소설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에세이 부분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다면 분명 멋진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와 등장인물의 성격이 조금 더 정교해진다면, 다음 책 뿐만 아니라 2권, 3권으로
이어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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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 스타일 바이블 - 패션의 마지막 2%
나탈리 베르제롱 지음, 나지윤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애매한 날씨가 이어져가고 있다.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에는 제법 찬 바람이  

휙휙 몰아칠 때가 아직은 있다. 그리고 가끔 비가 흩뿌리는 순간도 있다.  

자주 입는 옷에 작지만 큰 변화를 주고 싶기도 하다.

그런 때에 필요한 아이템이 스카프가 아니겠는가. 보온 효과와 함께 옷차림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마법의 도구. 여차하면 비를 피해 달아나면서 사용할 수도 있으니,  

꽤 괜찮은 아이템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가지고 있는 스카프들이 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편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스카프를 감각적으로 매지 못하는 무딘 손재주에 있었다.  

몇 가지 방법만을 습득한 채 그 스카프 매듭을 무한 반복하다보니 이제 슬슬 질릴 때도  

된 것 같다. 그리고 손질 하는 법, 관리하는 법도 까다롭기 그지 없다는 느낌이었다.  

커피가 튈 때도 있고, 점심 식사 메뉴를 알려주는 흔적이 남기도 한다.

그런 일이 몇 번이고반복되다 보니 가지고 있던 스카프들도 햇살을 만끽한지 한참이나  

된 듯 하다. 하지만 봄이 되면 여지없이 시선이 가는 아이템은 역시 스카프였다.  

올해도 역시나 그랬다. 물론 올해도 스카프 활용법에 대한 노하우는 전혀 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또 새로운 스카프를 사고 몇 차례 외출을 한 다음 옷장 속으로 향할 처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왜냐면 타이밍 좋게도 '스카프 스타일 바이블'을 읽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책을 펼쳐보도록 하자. 스카프를 매는데 이토록 다양한 방법과 방식이 있었다니  

우선 놀랄 다름이었다. 그동안 게으름을 부려서 스카프 활용도가 떨어졌던 것 같아  

무색해지기까지 하다. 

역시 공부해야 했던 거다. 스카프가 맵시있게 어울리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했던 거였다.

이 책에는 다양한 스카프 매듭과 활용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우선 스카프 한 개를 준비하기 바란다. 지금은 연습 단계인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니까 잘 사용하지 않는 녀석으로 마련한다. 처음에는 거울을 보며 직접 착용했는데,  

페이지를 살피며 거울을 들여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해서 곰돌이 인형을 모델로 섭외했다. 

그리고 무한 연습을 반복했다.

시작은 매우 초라했다. 잘 되지 않았다. 비슷하게 한다고 따라하기는 했는데 매듭은 어설퍼보이기 

짝이 없었고, 이런 모습으로는 밖으로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손재주가 별로 좋지 않다면 훨씬 그런 정도가 심해서 몇 번이나 스카프를 손에서 내려  

놓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연습해도 오색빛깔 스카프 매듭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이 느껴졌지만,  

조금씩 나아지기는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다음에는 그런대로 괜찮아보이고,  

그 다음에는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다고 할까.  

물론 고난위도의 스카프 매기는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지만,  

까다롭거나 복잡하지 않은 방법들은 3~4번 정도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곤 한다.  

그러면서 스카프 활용도가 점차 늘어나게 된다.

내일은 꼭 스카프를 해야할 것 같고, 새 스카프를 하나 사야할 것도 같아지기도 한다.  

가지고 있던 스카프를 꺼내서 이모저모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카프와의 거리가  

점차 좁혀졌던 것 같다.

이 책은 스카프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려준다. 스카프를 활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갑작스럽게 음식물이나 음료가 튀어서 난처할 때 대처하는 요령,  

스카프를 보관하는 방법 같은 것들을 빼곡하게 알려줘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스카프가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스카프에 대한 애정은 쑥쑥 자라난다.

이 책에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다. 다름이 아닌 인덱스 부분.  

스카프를 매는 방법의 이름만을 적어 놓았다면 전혀 효용이 없었을 것 같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사진을 첨부하고 있다. 그래서 원하는 방법을 손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시간이 조금 촉박하더라도 잠시 이 책의 페이지를 펼쳐 스카프 매는 방식을 

고르는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스카프와 조금 더 친하게 지내게 될 것 같다. 기존에 사용해왔던 방식 외에도  

여러가지 활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알뜰하고 살뜰하게 스카프를 사랑해주고 싶다. 

 



           

 패션의 마지막 2%란 작지만은 않은 부분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낀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인덱스!

스카프 스타일을 빠르고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사진과 자세한 설명, 이제 차근차근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그동안 제대로 관리 못한 내 스카프들에 미안해하며...

          

스카프에 커피가 튀었다. 앗,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얼룩도 있다. 여긴 집이 아닌데, 어쩌지? 

당황하지 말고 매뉴얼대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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