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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마라 - 국제기억력마스터가 알려주는 2시간 완성 기억법
조주상 지음 / 도서출판 새얀 / 2019년 9월
평점 :

기억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그것에 레벨을 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세계 기억력 스포츠에서는 기억력 종목과 채점 기준을 정하고 그 실력에 따라 일정한 자격을 정하고 있다.
국제 기억력 마스터(International Master of Memory. 약어로 IMM)와 그랜드 메모리 마스터(Grand master of Memory. 약어로 GMM)이다.
최근에 개정된 기준에 의하면 국제 기억력 마스터(International Master of Memory. 약어로 IMM)가 되기 위해선 최소한
* 1시간 동안 숫자 1,100자리...
* 1시간동안 카드 12팩(624장)...
* 카드 1팩(52장) 60초 이내 외우기... 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보다 높은 그랜드 메모리 마스터(Grand master of Memory. 약어로 GMM)가 되기 위해선 더 월등한 실력을 보유해야 한다. 기억력 스포츠의 모든 과목에서 최소 5,000점을 획득하고 and 세계 메모리 챔피언십에서 5위안에 입상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1년에 겨우 5명 정도만 GMM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실감이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약간의 설명을 더 붙이자면 GMM 정도의 실력이면 책 한권은 쉽게 외울 수 있다고 본다. 기억력 스포츠 세계에서 IMM은 영화 스타워즈에서의 젊은 루크 스카이 워커 급이고, GMM은 오비완 캐노비 급이다.
‘저렇게 외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친 암기력을 목표로 매주 훈련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조주상 감독님도 매주 모임에 나와서 훈련을 하고 있는 멤버 중 한명이다. 사실, 조주상 감독님의 경우 훈련을 하고 있다기 보단 모임의 코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는 3명의 국제기억력 마스터가 있는데, 저자인 조주상 감독님은 그 3명 중 한명이다.
기억력 훈련의 시간이 끝나면 항상 근처 치킨집에 모여서 뒷풀이를 가진다. 이 시간 동안 훈련 과정에서 기억이 잘된 것과 잘되지 못한 이유를 각자 이야기하면서 피드백을 갖는데,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이 연습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많이 공유하고 배운다.
기억력 훈련에서 이런 피드백의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골프나 야구, 축구 등과 같은 운동은 눈에 보이는 자세를 보면서 교정할 수 있지만, 기억력 스포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것을 훈련하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경험이나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결코 교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훈련시간과는 별개로 같은 이 피드백 시간이야 말로 훈련의 엑기스와 같다.
몇 주간에 걸쳐 피드백 시간(뒷풀이)을 갖다보면 기억력 스포츠에 입문한 초보들의 질문은 항상 비슷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 어떻게 기억의 궁전을 만드나요?
* 기억의 궁전은 모두 실제인가요? 아님 가상이어도 되나요?
* 마인드팰리스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요.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좀 알려 주세요.
* 이런 방법을 사용해도 되나요?
* 저런 방법을 사용해도 되나요? 등등
또한 기억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모임에 왔는데, (처음에는)오히려 기억해야 할 것이 많고... 기억을 위한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초보자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한계점도 늘 발견한다.
국제 기억력 마스터인 조주상 감독님이 책을 썼다고 해서 인쇄된 텍스트 북이 나오기 전, 먼저 e-book으로 사서 읽어보았다. 2가지 측면에서 깜짝 놀랬다.
첫째는 감독님이 쓴 ‘기억하지 마라’에는 기억력 스포츠에 갓 입문한 초보자들의 갖는 공통 질문과 그 답변이 고스란히 책에 녹여 들어 있었다는 점이다.
(나와 같은 초보자들이 치킨 집에서 수많은 치킨을 뜯으면서 가졌던 고민과 질문... 그 노하우가 이렇게 쉽게 타인들에게 공개될 줄은 몰랐다.)
두번째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껴질 수 있는 기억력 스포츠를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다양한 장치'를 저자가 책 속에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플립북을 활용하여 기억장소(마인드팰리스) 50개를 제공하고 있는 데, 재미있고 놀라운 시도라 생각된다(텍스트 북에서는 플립북형태로, e-book에서는 QR코드를 통해 유튜브에 연결하여 마인드 팰리스나 카드 이미지 등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겸하는 조주상 감독님이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된다.

플립북... 교과서에 졸라맨을 그려서 휘리릭 넘겨봤던 그 방법이다.
그 밖에 이 책에서는 기억력 스포츠를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tool 를 제공하고 있는데, 책에 있는 내용만이라도 꼼꼼히 읽고 꾸준히 연습한다면 독학으로 꽤 높은 수준의 기억력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이 들었다.
만약 이 책에서 제공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기억력 스포츠를 하고자 하는 독자의 의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