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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인분만 할게요
이서기 지음 / 책수레 / 2023년 6월
평점 :
아이도 그렇고 같이 근무하는 후배 동료들도 요즘 핫하다 못해 두려운(?) MZ 세대이고, 나는 그들에게 라떼세대로 불리며 무조건적인 불평불만을 받고 있는 X세대(낀세대)인지라 그들을 이해 - 사실 내가 살기 위해서 - 하기 위해 MZ 세대와 관련한 책들을 종종 읽는 편이다.
이번 리뷰하는 '딱 1인분만 할게요'는 눈길을 끄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MZ 세대의 몸부림'이라는 출판사 서평에 마음이 동해 읽어보기로 한 책인데, 나도 어쩔 수 없는 라떼인지 - 아마도 MZ들에게 폭풍 눈총을 받겠지만 - 저자 이서기님이 전하는 이야기는 MZ 세대의 몸부림이라기보다는 MZ 세대의 칭얼거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저자를 비롯한 90년대 초반의 MZ 세대들이 이미 30대를 넘긴 나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선배들을 라떼라 가스라이팅만 할게 아니라 스스로의 역량도 다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꼰대감성이 앞선다.
"몸보다 마음이 바쁘면 안 돼 . 마음은 잠깐 서 있으라고 해 눈으로 손으로 몸으로 바삐 움직여. 마음보다 몸이 바빠지도록 해" (p.130)
라떼세대의 꼰대시각을 떠나 MZ의 특성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숫자 계산조차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업무처리능력을 그저 오냐오냐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줄 직장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 to 6를 신성시하고, 직장동료들과의 관계는 필요한 만큼만, 주변을 돌보지는 않지만 최소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책임을 다하는 MZ 세대를 탓할 마음은 없다. 때때로 주변을 신경쓰느라 피곤해지는 나를 돌아보며 그들이 굉장히 합리적이라 생각하기도 하니 말이다. 다만, 지극히 주관적인 편견으로 조용한 퇴사를 운운하는 태도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건 아닐까 생각한다.
'1인분만 하고 살아'라는 엄마의 소원대로 9급 공무원이 된 저자 이서기. 정해진 근무시간에 할 수 있는 업무가 주어지고, 주어진 업무만 제대로 해낸다면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며 말단 공무원이 되었지만, 야심차게 입직한 공무원의 세계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업무를 익힐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뒷담화는 일상 생활이고, 대놓고 미워하기까지,,, 200만 원도 안되는 월급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그건 각자 찾아볼 몫이지. 나한테 맞는 천국이 어디 있나 더듬더듬 찾아봐야지. 각자의 천국은 다 다른 것 같아. 적어도 똑같은 모양으로 살아야 하는 공무원이 나한테 천국은 아니었어. 오히려 지하 30층으로 꺼지는 기분." (p.99)
책 자체만으로 눈 딱 감고 그냥 '소설이다'하고 읽으면 충분히 재미있다. 거기에다 대부분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실제 경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다른 저자의 애환이 묻어난다고 할까,,, 공무원이라는 조직이 다른 조직보다 경직되어 있겠지만, 비단 공무원만의 이야기는 아닌 어려움이 묻어난다. 모든 사람이 1인분을 해낸다면 세상에 힘든 사람이 하나도 없을 텐데, 어디든지 1인분도 못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1인 분도 못하는 사람들의 구멍을 메꾸느라 2인분, 3인분 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그 와중에 나는 0.5인분도 2인분 아닌 딱 1인분만 하고 싶으니,,, 현실과 이상은 멀기만하다.
나는 20대, 30대에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든 후 복수를 당하지않게 내 인생을 열심히 살아냈을까... 방황하는 이서기에게 건네는 구민수팀장의 조언이 마음에 콕 박힌다.
"근데 방황을 할래도요. 애매한 방황을 해버리면 인생이 꼬여요. 주무관님이 방황을 할 거면 온몸을 던져서 하라고요, 확실하게. 진짜 정신 좀 차려요. 20대의 애매한 방황은 30대가 돼서 복수를 하고, 30대의 애매한 방황은 40대에 더 큰 복수를 해요. 타격감은 나이가 들수록 배가 되고 회복력은 반감돼요. 왜 그렇게 애매하게 사는 거예요. 여기 왜 들어왔어요? 엄마가 가라고 했어요?" (p.163)
주어진 일에 적응하려고 진심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 -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 이서기가 못마땅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아이도 이서기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짠하기만 하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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