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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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 문명과 행성 등을 만나면서 베르나르의 책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지만 어릴 적 베 르나르의 초기 소설 개미를 읽고 잘 읽히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덕분에 베 르나르의 책은 초기 책보다 근간에 출판되거나 재출판된 책을 다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리뷰하는 뇌 또한 재출간된 책이다. 베르나르의 책에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독자로서의 감상평은 한마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답다!'이다. 첫 챕터를 읽는 순간 베르나르의 느 낌이 확~ 밀려온다. 살짝 버벅대면서 읽힌다고나 할까. 하지만 개미를 읽고 베르나르를 멀리하던 때와 같지 않게 많이 익숙해진 덕분에 더디지만 천천히 재미있게 완독했다. ^^;;

베르나르를 천상 이야기꾼이라고 평가하지만 이야기꾼이라고 하기엔 베르나르의 매력을 너무 한정한 평가가 아닌가 싶다. 과학적 사실과 이야기가 결합한 소설은 우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이롭다. 뇌를 소재로 한 이번 책! 초판이 무려 56쇄! 베스트셀러라는 말로는 부 족한 인쇄량이 아닐까!!!

"여러분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주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입니다." (1권 p.35)

인공지능 컴퓨터 디아블루 IV와 정신과 전문의 이자 체스 챔피언 사뮈엘 핀처의 세기의 대결에서 인간 사뮈엘 핀처가 승리한 것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세계 체스 챔피언의 복상사로 전환된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정사에서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황홀경에 빠져 사망한 챔피언.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한 챔피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자연사가 아닌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게 되는 전직 경찰관이자 기자였던 이지도르는 화끈한 기삿거리가 필요했던 르 게퇴르 모데론의 기자 뤼크레스와 함께 핀처의 사망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난 나의 한계를 알고 있어. 세상 모든 컴퓨터의 지 능을 다 사용한다 해도 나에겐 여전히 세 가지가 부족할 거야' (중략) '웃음····· 꿈...... 어리석음.'" (2권 192)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다양한 동기. 고통을 멈추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생존의 욕구와 안락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인정받고자 하는 의무감 등등 많고 많은 이유들이 동기가 되어 인간을 행동하게 한다. 과연 핀천은 어떤 동기에 의해 움직여 사망에 이른 것일까... 더, 더, 더해! 수많은 사건을 지나 결국은 '쾌락'이라는 인간의 동기에 도달한 이지도르와 뤼크레스.

"뤼크레스는 수첩을 꺼내어 적으며 동기의 목록을 다시 나열한다. 「첫째, 고통을 멎게 하는 것. 둘째, 두려움에서 벗어 나는 것. 셋째, 생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넷째, 안락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다섯째, 의무감.」" (1권 p.70)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미치광이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당신이나 나의 장점이 하나 있다면 적어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를 정상이라고 믿고 있지만 말입니다." (2권 p.256)

쾌락으로 도달하지만 쾌락을 빌미로 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세계 체스 챔피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닐까. 뇌에 대한 소박한 나의 지식이 핀처의 죽음의 발자 국을 찾을 때마다 확장되는 기분으로 두 권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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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녹스 Beo Nox
이설 지음 / 좋은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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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AI의 바둑대결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며 AI의 시대를 알렸던 알파고가 등장한지 채 10년도 되기 전에 생성형 AI라 불리는 Chat GPT가 등장해서 또다시 인간을 긴장시키고 있다. AI든 Chat GPT 등 인간의 편안한 삶을 위해 발명된 것들이지만 인간의 평온한 삶에 작은 균열을 주도하며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발명이기도 하다.

인간을 해치지 않고, 스스로 프로그램을 수정거나 복제하지 않고, 법을 위반하지 않고, 주인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4원칙으로 AI와 공존하던 인간세계가 의문의 해킹으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의 반란을 다룬 영화 시뮬런트와 오늘 리뷰하는 베오녹스가 같은 듯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감정을 찾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AI와 인간의 전쟁을 다룬 시뮬런트, 영생을 얻은 칸델라가 세상을 통제하기 위해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가난한 인간 큐비를 이용하는 베오녹스... 공존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지배하기 위한 원칙인 인간의 욕망을 보게 된다.

2202년 유전자 조작으로 불멸의 삶을 살게 되지만 감정이 결여된 삶을 살고 있는 지배층 칸델라와 피지배층으로 전깃불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큐비. 피지배층 큐비들의 유일한 희망은 의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중간계급인 BD가 되는 길뿐이다.

소소한 일탈을 일으키지만 각자의 계급에서 원칙을 지키며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던 이들에게 어느 날 베오녹스라 불리는 원하는 꿈을 꾸게 하는 가상현실 기계가 등장하고 이상향을 꿈꾸던 큐비들은 점점 베오녹스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잠식시킨다. 우연히 경험한 약물에 중독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 닮아있다.

아픈 엄마를 의해 죽을 만큼 노력해서 큐비에서 BD로 신분상승한 주인공 스칼렛. 능력 있는 정신과 의사 큐비인 그녀는 교수의 추천으로 총리의 큰아들 노아의 치료를 맡게 되면서 마치 운명처럼 거대한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유전자부터 다른 철저한 계급사회! 같은 인간이지만 지배계급으로부터 당연하게 소모품 취급을 당하는 것도 부족해 급기야 그들로부터 제거될 위험에 처한 피지배층이라,,, SF 속 이야기라고 하지만 작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이지 않지만 실제 하는 계급사회의 현실에 왠지 씁쓸해진다.

SF와 약간의 로맨스가 양념처럼 더해져 스토리 자체로는 매우 흥미롭다. 다만,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긴 하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주석이 있음에도 살짝 어려운 용어와 히브리어가 몰입들 아주 조금 방해한다. :)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베오녹스 #이설 #좋은땅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SF #계급사회 #유전자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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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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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극찬을 받았다는 전작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읽지 못해 아쉬웠지만 워낙 좋아하는 범죄 스릴러인데다가 전작의 명성 덕분에 - 책의 두께는 가볍게 웃어 넘겨주고 - 한껏 높아진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한다. 전작의 주요인물들이 다시 등장한다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라서 읽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시인이자 영어교사라는 사설탐정과 어울리지 않은 경력과 전직 형사라는 이력의 사설탐정 킴볼이 과거 제자였던 조앤으로부터 남편의 불륜을 밝혀 달라는 의뢰를 받는 것으로 긴 이야기는 시작된다. 킴볼은 자신의 수업 중 일어났던 총기사건의 충격으로 교사를 그만두고 형사가 되지만, 이 소설의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릴리 사건으로 경찰도 그만두고 사설탐정이 된 인물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주인공이 너무 평면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오호~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사제지간이었던 조앤의 남편인 리처드 불륜 사건은 어느 순간 잘 짜인 살인사건이 되어 킴볼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킴볼의 추리와 교차되는 조앤의 어린 시절 사건은 독자들에게 킴볼의 의문이 지극히 합리적인 의문이라는 사실과 함께 그저 그런 사설탐정이 아닌 생각하는 탐정으로 만들었다.

"영원한 공포에 빠진 시인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자인
그것이 바로 시인이 시를 쓰는 목적
하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지자 훌쩍
그래서 차라리 선택한 침대 위의 수인" (p.261)

특히, 초반부터 '내가 바로 악인이다'라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내뿜는 조앤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자신의 손이 아닌 타인의 손을 빌려 장난처럼 살인을 반복한다. 심지어 어릴 적 함께 살인을 공모했던 리처드와 남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면서도 넘치는 자신감과 재미를 위해 킴볼을 끌어들이기까지! 덕분에 석연치 않은 흔적을 남기고 킴볼의 추리본능을 일깨우게 된다.

'나는 한동안 모든 시는 '나는 여기에 존재한다'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믿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인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거기에 존재했다'일 것이다. 모든 시는 그저 미래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나는 거기에 존재했다'라는 하나의 뜻으로 수렴되고 만다." (p.260)

완전범죄를 꿈꾸는 조용한 살인과 한 땀 한 땀 그들을 쫓는 킴볼과 릴리의 추적이 완벽하게 맞물린다고나 할까, 초반 킴볼의 희미한 성격만큼 밋밋했던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로워진다.

쫀쫀한 긴장감이 흐르는 범죄 스릴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몰입하게 되는 범죄 심리 스릴러다. 특히, 철저하게 악인일 수밖에 없는 조앤의 심리는 마치 살아있는 조앤을 엿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우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용히 즈려밟는 기분이랄까 오싹하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읽으러 가야겠다~~~

"우리는 결코 확실히 알 수 없을 테지만 어느 시점에서 리처드 시든과 이제는 조앤 웨일런으로 알려진 조앤 그리브가 서로 재회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쩌면 우연이었을 수도, 어쩌면 약속된 만남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그들이 조앤의 남편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는 사실 은 명확해진 상태이다." (p.242)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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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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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sniper) 은폐·엄폐된 위치에서 먼 거리의 목표물을 저격하는 보병으로 조준경이 부착된 저격총을 사용하며 사격술, 정찰기술, 위장술, 침투전술 등을 기술로 가지고 있다. (위키백과 편집)

일본의 거장 작가들의 찬사와 50만 독자들을 열광시킨 괴물 신인 작가 아이사카 토마는 평범한 회사의 인사과 직원이자 꾸준히 글을 쓰는 생활을 해온 소설가 지망생이라는 이력을 가진 작가다. 개인적으로 창의력을 단 1%도 섞을 수 없는 인사과 직원과 창작을 업으로 해야하는 소설가 사이의 간극을 떠올리며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 리뷰하는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색다른 이력의 괴물 신인작가가 놀랍게도 유명한 기성작가들의 작품을 꺽고 서점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믿고보는 서점대상 수상작! 역시~ 독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저격한다. 2022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당연한 결과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자칫 뻔할 수도 있는 전쟁소설이 괴물 신인작가의 이력만큼이나 재미있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으로 꼽히는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마을을 급습한 독일군에 의해 눈앞에서 엄마를 비롯한 이웃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된 소녀 세라피마가 붉은 군대의 이리나에게 구출되어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저격수로 전쟁에 참여하는 소녀 저격병 이야기다. 바로 직전 엄마의 죽음을 목도한 어린 소녀에게 싸울 것인지, 죽을 것인지를 묻는 이리나의 물음이 전쟁의 참혹함 보다는 점점 인간성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저격병의 삶을 보여준다다.

전쟁속에서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끔찍한 약탈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겐 더없이 잔인하고 가혹하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당연히 여겨지는 지금도 '유리천정'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건재한데, 하물며 독소전쟁이 한참이던 1900년대ㅈ 중반 여성의 전쟁참여, 그것도 살인병기로 불리는 저격수로 참여하는 일이 얼마나 험난했을지 자 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잔인한 현실속에서 자신이 시간이 지날수록 적군을 쓰러뜨리는 살인에서 환희를 느끼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는 소녀 저격병 세라피마는 똑같이 적군을 죽이는 전쟁속에서도 자신이 저격한 사람을 눈앞에서 확인해야하는, 스스로가 살인무기가 되어야하는 저격병의 잔인한 운명을 실감한다.

"나는 이리나를 따라 살인자가 되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길을 선택했다. 나는 살아가는 의미를 얻기 위해 복수를 갈망했다. 전부 틀렸다. 죽이기를 거절하고 살아가는 삶, 그 쪽을 선택하는 길이 눈앞에 있었다." (p.509)

독소전쟁을 소재로하고 있지만 전쟁 자체보다는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쟁의 실상, 점점 인간병기가 되어가는 저격병으로의 삶이 다뤄진다. 한참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때문일까,,, 흥미로 운 소설이라는 것을 차치하고 세라피마의 변해가는 심리만으로도 가볍게 읽기에는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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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살인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이수은 옮김 / 창심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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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고 재미있는 설정의 소개 글이 눈길을 끌었던, '오오야마 마사노리' 등장인물 전원이 동성동명 - 보통 동명이인이라는 우리네 표기와 달라서 생소한 표현으로 와닿았던 단어 - 인 독특한 소설을 만났다.

동성동명의 범죄자를 다룬 내 이름의 살인자는 이웃한 대부분의 이들을 알고 있는 작은 동네, 주택가의 한 놀이터에서 이제 겨우 여섯 살 어린 소녀 마나미가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으로 시작된다. 심지어 어린 소녀를 난도질해 처참하게 살해한 범인이 촉법소년 - 아동범죄, 촉법소년 문제는 언제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 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데,,, 특종에 혈안이 된 잡지사의 막무가내 공개로 소년 A로 불리던 범인의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실명이 공개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시작된 또 다른 문제, 범죄자의 정보공개의 범위에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이유라 할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소년 A라 불리던 범죄자의 공개된 유일한 정보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으로 말미암아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선량한 이들이 뜻하지 않은 마녀사냥을 당하기 시작한다. 살인범과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잘난 사람들과 동명이라 비교를 당하는 것도 짜증 나는 일인데 하물며 끔찍한 살인범과 동명인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적지 않은 문제를 불러온다. 피해자들이 쉽게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순리일 수밖에 없다.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마사노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 마사노리, 영업사원 마사노리, 과외 선생님 마사노리 등등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을 가진 것만으로 비난받고 고통받던 이들이 스스로 살기 위해 뭉쳤다.

"분노할 수 있는 사람 옆에는 분노할 수 있는 사람만 모여요. 트위터가 그렇잖아요. 우리는 분노할 수 있는 세상 사람들 때문에 궁지에 몰린 거 아닌가요?" (p.363)

공개된 정보는 단지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뿐이지만, 무한 생산 반복되는 가짜 뉴스와 사실의 확인은 뒤로한 채 그저 퍼나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익명의 온라인 세계, 정당한 일을 이행하는 것처럼 포장된 마녀사냥 그리고 커지는 분노와 이어지는 범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떤 이유로도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당사자가 된다면 나라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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