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의 살인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이수은 옮김 / 창심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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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고 재미있는 설정의 소개 글이 눈길을 끌었던, '오오야마 마사노리' 등장인물 전원이 동성동명 - 보통 동명이인이라는 우리네 표기와 달라서 생소한 표현으로 와닿았던 단어 - 인 독특한 소설을 만났다.

동성동명의 범죄자를 다룬 내 이름의 살인자는 이웃한 대부분의 이들을 알고 있는 작은 동네, 주택가의 한 놀이터에서 이제 겨우 여섯 살 어린 소녀 마나미가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으로 시작된다. 심지어 어린 소녀를 난도질해 처참하게 살해한 범인이 촉법소년 - 아동범죄, 촉법소년 문제는 언제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 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데,,, 특종에 혈안이 된 잡지사의 막무가내 공개로 소년 A로 불리던 범인의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실명이 공개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시작된 또 다른 문제, 범죄자의 정보공개의 범위에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이유라 할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소년 A라 불리던 범죄자의 공개된 유일한 정보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으로 말미암아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선량한 이들이 뜻하지 않은 마녀사냥을 당하기 시작한다. 살인범과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잘난 사람들과 동명이라 비교를 당하는 것도 짜증 나는 일인데 하물며 끔찍한 살인범과 동명인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적지 않은 문제를 불러온다. 피해자들이 쉽게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순리일 수밖에 없다.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마사노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 마사노리, 영업사원 마사노리, 과외 선생님 마사노리 등등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을 가진 것만으로 비난받고 고통받던 이들이 스스로 살기 위해 뭉쳤다.

"분노할 수 있는 사람 옆에는 분노할 수 있는 사람만 모여요. 트위터가 그렇잖아요. 우리는 분노할 수 있는 세상 사람들 때문에 궁지에 몰린 거 아닌가요?" (p.363)

공개된 정보는 단지 "오오야마 마사노리"라는 이름뿐이지만, 무한 생산 반복되는 가짜 뉴스와 사실의 확인은 뒤로한 채 그저 퍼나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익명의 온라인 세계, 정당한 일을 이행하는 것처럼 포장된 마녀사냥 그리고 커지는 분노와 이어지는 범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떤 이유로도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당사자가 된다면 나라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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