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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상담실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3
박현숙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청소년 대상의 문학작품이지만 구미호 식당 시리즈를 인상 깊게 읽고 있는 으른이로서 설레는 마음으로 박현숙 작가의 신작 1등급 상담실을 읽기 시작한다. 상담실에조차 ‘1등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현실에서는 마음 둘 곳이 마땅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편이 씁쓸해진다.
문제의 1등급 상담실은 보통의 학교 상담실과는 많이 다르다. 성적, 친구관계 등을 주로 상담하는 학교 상담실과 달리 이번 책의 배경으로 등장한 상담실은 오로지 아이들의 연애 문제만 상담한다. 현실에서는 학부모의 반대로 절대 운영될 수 없는 재미있는 상담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그 즈음의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에 해당하는 이성문제를 상담하는 상담실이라 혹하지 않을 수 없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무난하지만 존재감이 희미한 주인공 오신우. 눈에 띄지 않던 신우가 학교의 인싸 소라와 교제하게 되고, 자칭 타칭 연애박사 친구의 도움으로 소라와 교제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새로 산 옷과 깔 맞춤을 할 수 있는 빨간 구두를 갖고 싶어 하는 소라를 위해 중고마켓에서 소라의 마음에 드는 구두를 구매하지만,,, 빨간 구두는 소라와 신우의 사이를 갈라놓는 불행의 씨앗이 되어 엉겁결에 시작한 시작한 신우의 연애에 악연의 상처와 함께 불미스러운 사건의 주인공으로 신우를 몰아넣기에 이른다.
커다란 빨간 캐리어와 함께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등장한 또 한 사람! 바로 1급 상담실의 상담 선생님이다. 연애 문제만 상담한다는 것도 엽기적인데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상담 선생님의 기행은 아이들이 그녀를 호기심과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담쌤의 커다란 가방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천만 원에 빨간 구두를 사겠습니다"
중고마켓에서 헐값에 구매한 낡은 구두를 천만 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소중한 인연과 욕심을 버리기 어려운 물질을 사이에 둔 갈등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을 거다.
"인어라고, 인어 공주. 인간 세상 왕자를 짝사랑하다 다리를 얻고 목소리를 잃은 비운의 공주였지. 그러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마녀에게 내 목소리를 판 것도 왕자를 죽이지 못한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중략) 내가 좋아하니까 너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건 남의 마음을 내놓으라고 하는 거나 똑 같은 거지. 그러다 물거품이 되었지만 나는 죽지 않았어. 나는 물거품이 되어 떠내려가다 사랑을 만들고 인간들에게 보내는 곳에 도착했어.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만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야. 나는 그곳에서 임무를 얻었단다. (중략) 삼백 년 안에 간절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들을 찾아서 구두를 한 켤레씩 주라는 임무였지. 삼백 년 안에 이 백 켤레를 다 나눠 주고 나면 나는 새롭게 생명을 얻게 되는 거야.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어. 내가 태어나고 놀던 곳, 저 먼 바다로, 인어가 되어······." (p.262~263)
아이들의 귀여운 연애를 소재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관계에 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박현숙 작가님 책은 - 매번 읽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지만 - 너무 쉽게 맺고 끊어버리는 요즘의 관계를 반성하며 뒤돌아 보게 한다. 나와 인연을 맺은 많은 이들과의 관계 속에 얼마나 이기적인 마음을 담고 있을까,,, 순수한 사랑을 나누기엔 너무 많은 욕심으로 채워진 나를 바라보며, 그저 순수한 마음 한자락을 내어줄 수 있는 인연을 그리워하게 된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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