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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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평범하지 않은 부모로 인해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선택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반짝이는 소녀들이라는 제목과 쉬이 연결시킬 수 없는 어두운 분위기의 표지, 두 눈을 감춘 반쪽의 얼굴은 한껏 비밀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소녀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무엇일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지독하게 훌륭한 스릴러라는 찬사에 어울리는 지독한 반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목숨을 잃으면 어떨까 궁금한 적은 없어. 목숨을 빼앗는 얘기를 하는 거라고." (p.312)

심리상담사 클로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쇄살인범의 딸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어릴 적 한마을에 살고 있던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살인한 연쇄살인범 아버지로 인해 끊임없는 주변의 관심으로 인해 안정적인 일상을 누릴 수 없었던 클로이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일상이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의 삶이 전시되는 것이 너무 지긋지긋했다. 사람들이 우리를 인간도 아닌 것처럼, 진짜가 아 닌 것처럼 대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p.121)

주변의 관심을 피해 고향과 멀어진 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지만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운 클로이. 원치 않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낯선 사람이 그녀를 찾은 어느 날, 마치 운명처럼 위태로운 그녀의 삶을 다시 흔드는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또다시 사라지기 시작하는 소녀들...

과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가 여전히 감옥에 있음에도 그녀의 삶을 불행으로 몰아갔던 그 시절의 범죄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그녀와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은 불안함으로 일상을 이어갈 수 없던 그녀는 그녀에게 닥친 위기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하는데,,, 과연 클로이는 과거 트라우마의 벽을 넘어 그녀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깜빡거리며 자신의 위험을 알리는 과거의 소녀들과 외줄타기를 하듯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클로이의 현재가 닮아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기 위해서 과거와 마주해야 하는 그녀의 현실이 지독하기만 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주인공 클로이의 시점이 불안함 속의 쫀쫀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피터 스완슨의 찬사가 지독히 어울리는 스릴러였다.

"반딧불이 한 마리가 생명으로 박동하며 밝은 빛을 낸다. 나는 꽉 쥔 손가락에 이마를 대고 반딧불이를 잠시 바라본다. 내 손아귀 안에서 빛을 내고 깜빡이는 반딧불이를 보면서 리나를 생각 한다. 그런 다음 손을 벌려 그녀를 놓아준다." (p.515)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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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고 다 괜찮아지진 않았다
이경희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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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고 나면 뭐든지 완성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부모님의 간섭도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주변의 친구들은 당연히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부모님의 애정 어린 간섭은 줄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생명체가 되었고, ‘돈’의 무서운 권력 앞에 작아졌다. 심지어 마음을 나누던 친구들은 멀어지고, 서로를 힐끗거리며 경쟁하는 사람들의 사이에 외롭게 서있는 씁쓸한 현실이 펼쳐졌다. 세상이 참 외롭고 무서운 곳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어른이’라는 신조어를 종종 사용한다. 어릴 적 향수를 잊지 못하고, 철부지 같은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단어처럼 말이다. 만화영화를 보고, 피규어를 모으는 스스로에게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세뇌시킨다.

어른이 된 후에도 괜찮아지지 않은 어른들. 소소한 상처를 안고 괜찮은 척 살고 있는 많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같은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적잖이 위로를 받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기 어려운 말 중에 하나가 거절이다. 나만 생각하면 분명 거절했어야 하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거절하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일에 휘말려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언제쯤이나 거절이 쉬워질까… 미움받을 용기가 여전히 나에겐 없다. 지금이라도 어른이 되기 위해, 작지만 소심한 나를 토닥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넉넉하지 않은 집의 맏딸이라는 역할 때문에 동생들과 달리 엄격하게 절제된 행동을 요구받았었다. 엄마도 그때는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나 역시 큰 아이한테 작은 아이보다 엄격한 행동기준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우리 큰 아이도 나중에 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겠구나,,, 어릴 적 내가 불편했던 부모님의 행동을 은연중에 내보이는 내 모습이 어른인척하고 있는 십 대에 머물러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지 싶다.

이제 곧 반백의 나이를 앞두고 있다. 어린 청년들이 우스갯소리처럼 반오십이라며 자기도 어른이라고 하던데 이제 곧 반오십의 배가 되는 반백이 되니 어른인척하는 어른이가 아니라 내 마음도 다독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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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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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으로 꼼짝도 하기 싫었던 크리스마스 연휴 뒹굴뒹굴하며 읽은 책 '이토록 완벽한 실종' 오호~ 완벽한 미스터리 로맨스였다!

넘사벽 빈부의 격차로 인해 가족들과 절연에 가까운 결정을 하고 나서야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었던 딘과 올리비아.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올리비아의 바람을 제외하고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좀 더 계획적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 하는 올리비아와 딘은 사소한 다툼을 하기에 이르고, 그날 밤 운명의 장난처럼 딘은 계획되지 않았던 비행에 나서고 바람처럼 한 줌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다.

딘과의 마지막 대화가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있던 올리비아는 딘의 흔적을 쫓아 초자연적인 현상을 찾아 헤매다가 바라 마지않던 딘과 자신의 아이가 찾아온 것을 알게 되고, 아이와의 삶을 위해 딘의 죽음을 인정한다. 오로지 딘과 자신의 아이 로즈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포기하다시피 살아가던 올리비아는 오래전 연인이었던 가브리엘과 재회하고 다시금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딱 여기까지는 미스터리 로맨스라기보다는 로맨스 소설처럼 읽힌다.

오래전 딘과 인연이 있었던 한 여자의 죽음을 알리는 형사들이 그녀의 집 문을 두드리는 순간 평온했던 그녀는 또다시 폭풍의 한가운데로 다가가고,,, 자신이 알고 있던 딘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딘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녀가 알고 있던, 그녀가 사랑하던 딘은 누구였을까,,,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딘에 대한 의문이 다시금 그녀의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딘이 이토록 완벽하게 사라져야만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올리비아와 딘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었던 한 여자 멜라니까지 세 사람의 운명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것일까! 딘과 올리비아, 딘과 멜라니, 올리비아와 가브리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미스터리 로맨스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 네이버카페 북유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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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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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글씨의 엄청난 벽돌 책. 책을 받았을 때의 첫인상이다. 동명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페일 블루아이의 원작 소설이다. 창백한 푸른색의 분위기와 그에 대비되는 오렌지빛의 표지가 동명의 영화처럼 미스터리 스릴러의 숨겨진 반전을 암시하는 듯하다. 창백한 푸른 눈을 가진 페일 블루아이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끝까지 완독 후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까지 정주행하기로 하고 묵직한 벽돌 책의 첫 장을 넘긴다.

1830년 뉴욕 허드슨 밸리 설원의 어느 숲속에 칩거하고 있는 퇴직 형사 오거스터스 랜더 경위가 그를 찾아온 육군사관학교의 히치콕 대위를 맞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상과 떨어져 칩거하고 있는 전직 형사와 그를 은밀히 찾아온 육군 생도. 왠지 모르게 하루 종일 가시지 않는 숲속의 희뿌연 안개를 연상시킨다.

웨스트포인트의 한 사관생도가 목이 매달린 채 살해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시체는 심장이 도려내진 채 다시 발견된다. 불미스러운 사관생도의 살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의 교장은 수사능력을 인정받다 퇴직한 전직 형사 랜더에게 사건의 조사를 의뢰하고 랜더는 에드거 앨런 포(추리소설 등장인물로는 이만한 이름이 없다 ^^) 생도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183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라 요즘과 익숙한 과학수사보다는 작은 단서에 의존한 추리를 기반으로 사건을 파헤친다. 그리고 아주 작고 사소한 단서로 인해 기괴한 종교의식으로 여겨지던 사건의 엄청난 반전이 드러난다.

오랜만에 만난 전통적인 추리소설이다. 오로지 수수께끼 같은 작은 단서에 의존해 추리를 이어가는 과정에 나타난 반전! 깨알 같은 글씨에 벽돌 책이 부담스럽지만 ‘이런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가 처음부터 다시 지작하고 싶어진다’는 커커스 리뷰의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은 도전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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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커스틴 첸 지음, 유혜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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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괜찮은 가짜는 살 수 있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명품을 사기 위한 오픈런과 오픈런을 위한 아르바이트 채용까지 명품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은 명품에 문외한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나에게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이 무모해 보인다. 심지어 명품이 아니어도 좋은 제품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가품이라도 지니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오늘 리뷰하는 모조품의 두 주인공 위니와 에이바가 색다른 방법의 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명품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괜찮은 가짜,,, 왠지 씁쓸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두 여자의 치밀한 사기행각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중국계 미국인 에이바의 독백 같은 진술로 시작된다.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자신이 결혼과 육아로 그저 그런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 남편의 무관심과 육아에 지쳐 20년 전 룸메이트였던 위니에게 속아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럴듯한 자백이 이어진다.

에이바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위니는 20년 전 명문 스탠퍼드에서 돌연 자퇴를 했던 지질한 모습이 아니라 명품에 둘러싸인 누가 봐도 완벽한 미국인이었다. 과연 지질한 중국 유학생 위니를 완벽한 미국인으로 탈바꿈시킨 마법은 무엇이었을까,,,

이식 전문 외과의로 잘나가는 에이바의 남편에게 소중한 친구의 이식수술을 부탁하기 위한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위니는 에이바가 처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에이바에게 사업 파트너를 제안하고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는 삶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던 에이바는 옳지 않은 사업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위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명품 짝퉁을 진품으로 둔갑시키던 두 여자의 사기행각은 점점 더 대범해지지만 작은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사기행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녀들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할 또 다른 사기를 계획한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에이바는 쇼퍼를 채용하고 훈련하는 일을 맡았다. 제품이 집으로 배송되지 않도록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촌에 창고도 빌렸다. 케이맨제도에 법인을 설립하고 두 사람의 스위스 은행 계좌를 개설했다. 프라이버시는 최대한 보호하고 세금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였다." (p.187)

일말의 죄의식 없이 그저 수단으로 존재하는 거짓말. 모든 이가 같은 마음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보여주기 위한 일상을 위해 명품 매장으로 오픈런 하는 허영심이야말로 죄책감 없는 사기행각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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